◇진행자 : 다음 질문으로 롯데와 오카도의 협업,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두 기업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보셨던 신성일 이사님 말씀해 주세요.
◆신성일 : 긍정적으로 본다는 건 롯데가 이제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요. 롯데와 오카도의 파트너십이 과연 성공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롯데가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서는 이슈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인테그레이션(통합)이라는 거죠. 인테그레이션은 프로세스 측면이나 IT나 WMS 측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카도에 대한 시스템을 그대로 롯데가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오더라인 구성이나 상품구성이나 피킹문화.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온라인 문화.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배송시간을 예약하는 형태라든지.
빨리 빨리 문화가 오카도의 시스템에 내재화 돼 있지는 않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롯데가 구축을 하느냐에 따라 달렸고요. 그것을 오카도가 구축할 수 있고, 오카도에 내재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성공의 열쇠는 롯데가 얼마나 프로세스를 자기들이 가지고 가느냐, 그리고 얼마나 모듈화 할 수 있느냐.
장기적으로 6개 센터를 한다고 하잖아요? 첫 번째 센터를 하고 두 번째 센터를 구축 할 때는, 첫 번째 센터에 대한 모듈화로 해서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사이클이나 비용이 줄어야죠. 그런 노력을 롯데가 하고, 그런 포션을 가지고 간다면, 2센터나 3센터로 갈 수 있겠지만 만약에 영국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가지고 간다고 하고,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비용이 높다면 다음 단계에 대한 퀘션이 생기겠죠.
저도 오카도에 있는 물류센터를 한 세 곳 가봤어요. 물론 초창기에 갈 때는 설비를 보거든요. 기계라든가. 그런데 계속 하게 되면 프로세스나 IT시스템을 보게 돼요. 그런 부분에서는 한국과 괴리가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자동화 설비라는 것. 오카도와 제휴를 하는 건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한다는 거거든요. 롯데가 지금까지 안 했던 것을 갑자기 오카도와 협업을 하면서 감내할 수 있겠냐는 거죠. AS/RS라든지 셔틀이라든지, 오토스토어나 이런 것들을 부분적으로, 많은 부분을 도입할 건데, 초창기 비용을 오카도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운영 수수료로 할 건데, 아마존의 플라이휠이라는 전략이 있죠. 초창기 투자를 많이 해서 나중에 역전해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흑자로 전환하는 건데요.
자동화에 대한 투자 자체를 오카도가 하니까, 나중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개념이 롯데에는 없는 겁니다. 계속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얼마나 셰어를 하고 인내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미 치킨게임에 들어 간 상태인데, 가격 자체를 기존의 변동 금액이 있기 때문에 가격 자체에 대한 키를 쥘 수 없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롯데가 극복할 수 있는지가 두 번째 관건이 될 거고요.
세 번째는 운영수수료, 비용 측면입니다. 물류센터를 오카도에서 일정 부분 운영을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카도를 도입을 했기 때문에, 오카도의 비즈니스 모델이 그런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쓱닷컴의 경우도 초기 구축할 때 일본회사가 구축을 했지만, WCS라는 프로세스는 일본회사에 의지를 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프로세스나 이런 부분에서 너무 디펜드(방어)가 되다 보니까,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나 프로세스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내재화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유럽이나 일본에 가기도 하고, 여러 회사를 통해 조언도 받았고요.
만약 이런 주도권을 오카도에 빼앗기게 된다? 지금 온라인 비즈니스 환경이 굉장히 바뀌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BTS가 제 앞에 있는 이 음료를 마시면 다음날 불티나게 팔리거든요. 그런 프로세스를 물류센터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프로세스가 다른 외국계 회사에 디펜드 된다면, 엄청난 로스가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측면이 다 고려가 되고, 프로세스 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적일 수 있는 센터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 하면 굉장히 어려워 질 수도 있겠죠.
◇진행자 : 양면을 다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롯데 측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마종수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마종수 : 저는 롯데그룹 출신이기 때문에 정말 그룹사가 잘 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이 말을 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요. 먼저 참고로 앞에서 신 이사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위험을 벗어날 방법이나 이런 부분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롯데가 자동화를 안 했던 게 아니라, 롯데나 이마트는 우리나라 이커머스 풀필먼트센터의 원조격 회사입니다. 신선은 이마트의 네오센터가 먼저였고요. 그 다음에 이어서 롯데가 들어왔고요. 롯데나 이마트의 센터가 김포에 있는 네오센터, 롯데마트 온라인센터가 있죠.
참고로 김포에 있는 이마트 네오센터는 센터 하나당 약 1500억원이 들어 갔어요. 부지와 설비 장비까지. 거기에 두 개 센터를 짓는데 약 3000억이 들어 갔고요. 롯데마트 온라인 물류센터는 김포 고촌단지 그 옆에 있어요. 그 센터도 거의 1000억원 가까이 들었어요. 제가 그 구축을 담당해서 그 스토리를 잘 알고 있죠.
센터는 잘 만들어졌어요. 제가 보기에 이마트센터나 롯데마트 온라인센터는 기능상으로나 스펙상으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센터예요. 다만 여기서 이 센터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건 물리적 기능이 아니라, 거기에 발생되는 매출이 어떻게 발생하고, 주문 건수가 어떻게 처리가 되어야 하는지. 그런 부분이 못 받쳐줬던 거죠.
제가 오카도를 디스하는 게 아니라, 오카도가 아니라 아마존 이상의 시스템을 들어오더라도, 중요한 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오카도의 시스템이 문제가 있어서 롯데하고 연결해서 안 되겠다는 게 아니고요. 지금도 오카도가 쓰는 시스템을 롯데가 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롯데온 의왕센터를 보시면 거기에 있는 오토스토어라는 시스템이 오카도가 쓰는 시스템의 거의 원조격, 같은 시스템이라고 보셔도 돼요. 롯데는 이미 오카도에서 쓰는 시스템을 쓰고 있고, 또 다른 셔틀 GTP(Goods To Person) 시스템도 쓰고 있습니다.
자동화에 대한 노하우는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카도를 끌어들인 것은 중간에 자동화를 이어 갈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지금 대가, 고리가 끊어진 상태인 부분도 있거든요. 중간에 실적이 실종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인력이 교체가 되고, 그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 자동화센터의 역량을 키우고 합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성급한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카도를 여러분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2000년도 4월에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인데요. 영국에 4개 물류센터 만을 갖고 1년에 3조 정도 매출을 일으키고 있어요. 테스코 다음으로 두 번째 온라인 신선 매출을 달리는 회사인데, 참고로 이번에 롯데가 오카도에 들여오려는 건 물류센터 인프라도 있지만 OSP(Ocado Smart Platform)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중점으롤 쓰려는 겁니다.
제가 오카도를 만난 적이 있는데, 2015년 롯데자동화센터를 구축할 때 직접 제안을 받고 브리핑을 들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건 없어요. '우리는 하드웨러를 파는 게 아니라, 오카도는 OSP라는 프로그램을 파는 회사고, 물류센터는 우리가 그대로 지어줄 테니까, 부지만 있으면. 대신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사용료, 라이선스 로얄티를 달라는 거죠.
지금 그런 방식으로 영업을 해서 크로거, 카지노그룹 등 한 10여개 글로벌 유통기업의 OSP를 공급하고 있어요. 나쁘진 않으니까 공급을 하는 건데, 다만 그 실적이 아까 신 이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실정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아까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배송시스템이 달라요. 배송시스템이 다른 건 거기는 하루 익일배송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6배송, 8배송을 합니다. 그리고 거기는 장바구니가 커요. 객단가라고 하죠. 한 번 주문에 13~14만원 이상 주문이 들어가요.
그런데 롯데 이마트는 보통 6만원 정도. 장바구니 크기가 또 다르죠. 그리고 거기는 외곽에서 4개 센터에서만 들어가지만, 롯데는 물류센터에서 일부가, 나머지는 다크스토어(점포)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운영의 형태가 다르다는 거죠.
오카도가 들어온다고 해도 전체를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또 여러 가지 그런 인력의 운영이나 시스템도 마찬가지죠. OSP가 마케팅 프로그램이자, CRM 프로그램, 초개인화 프로그램인데요.
그 프로그램이 들어온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쓸 수 있을지. 백데이터가 없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될 텐데 그런 부분도 간과하고 있는 게 있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한 다음에 도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행자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카도와 협업해서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또 새로운 형태의 설비나 물류시스템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요즘 쇼핑이나 이커머스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기술의 발전 속도도 빠르니까. 오히려 초기 투자비용이 높거나,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은 게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겠군요. 마지막으로 조철휘 박사님 추가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인재 이탈이 아쉽다
◆조철휘 : 오카도는 작년 매출이 4조5천억원 정도 나왔더라고요. 영업이익 에비타 기준 1400억원 정도 나왔고. 20년 정도 되다 보니까, 글로벌 기업들 이온, 크로거 등 글로벌 10개국에 진출해 있죠. 그런데 해외에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들어와도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다르고 소비자의 배송 빈도가 다르거든요. 이런 것들을 자동화를 하든, 오카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든.
저는 유통공룡 롯데가 몇 년 동안 부진하면서 자존심을 구겼고, 롯데온도 속도가 안 나고, 규모도 작고. 그래서 히든카드가 아닐까. 여섯 개 거점 중에서 하나를 스타트 하면서 접목을 시켜 나가야 하는데, 제가 볼 때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밀집도 배송도 빠르고 소비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 만큼 좁은 땅에 몰려 있어서, 오카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스템의 자동화나 수동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센터의 운영 능력이거든요.
마 교수님 의견 중에 인력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인력이 너무 많이 빠져 나갔어요. 핵심 인력은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요. 인력이 이탈되고, 업그레이드도 안 된 게 가장 큰 문제고.
또 좋은 시스템을 들여 오더라도 구축해서 활용하고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인력이 아쉽습니다. 지금 쿠팡과 컬리가 좋은 인력을 많이 모시고 갔어요. 국내 종합물류기업에서 인력 이탈이 있었죠. 그래서 온라인이 급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잖아요. 핵심이 있는 인력에 힘을 실어주고, 한국에 맞게끔 운영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 점이 아쉽다는 거죠.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