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물류의 흐름을 중심으로, 현재 물류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주요 현안을 구간별로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저희가 바라본 시각과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물류에 관심 있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물류의 시작
퍼스트마일은 물류의 시작점이자, 제조와 물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물류 전반의 효율성과 비용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제품이 제조시설에서 처음 출발하거나, 수입의 경우 해외 공장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한국 제조시설에서 수출이 이루어지는 경우 한국의 제조기업이 퍼스트마일의 출발점이 됩니다. 제조 거점의 위치와 운송 방식의 선택은 물류의 전체 공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국 물류의 대표적인 효자 품목인 석유제품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후 재수출하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그러나 산유국들이 탈탄소 흐름에 맞춰 원유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강화하면서, 한국 석유제품 수출은 점진적으로 감소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제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해운 물류에도 큰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자동차 산업도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년부터 중국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부품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테슬라도 일부 모델은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는 한국 자동차 수출과 관련된 물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개편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초저가 공세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통합 물류 솔루션을 통해 합포장, 완화된 통관 절차, 카페리선과 항공기 밸리카고 등을 활용하여 물류 공급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파편화된 국제물류 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간 무역상, 대도매상, 리셀러 등 기존 유통 생태계를 위협하며,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쿠팡의 PB(자체 브랜드) 확대 전략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쿠팡은 단순한 유통 플랫폼에서 벗어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및 ODM(제조자 개발 생산)을 국내외로 확대하며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직접 운영하며 기존 물류회사들과 경쟁하는 쿠팡의 전략은 직수입과 PB 확대를 통해 물류 과정을 간소화하고 비용 효율성을 입증해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물류주선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물류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퍼스트마일에서의 변화는 제조업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물류업계 전반의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조 거점의 이동, 복합운송 솔루션의 필요성, 효율적인 통관 및 운송 체계의 구축 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 속에서 한국 제조기업과 물류기업들이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류의 허리
물류의 허리라고 불리는 중간배송, 즉 미들마일 또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가장 큰 화두는 안전운임제입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부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2025년 경제 침체와 수출입 부진이 예측되는 만큼, 갈등 해결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데요. 줄어드는 일감과 수익 감소로 인해 화물차주들이 단체 행동이나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간선 구간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실증 확대도 중요한 변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이 당장 화물차주들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거점 간 운송을 중심으로 실증이 가속화되면서 운전자들의 역할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2025년에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대한 저항과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물류산업의 고용구조와 안정성을 재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시점에 글로벌 종합물류기업 머스크의 철도 운송 확대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변화입니다. 머스크는 공급망 안정성과 물류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도망 활용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되며, 의왕 ICD 점용 계약 만료를 계기로 철도 물류 확장 논의가 예상됩니다. 철도 물류는 해운과의 결합을 통해 복합운송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며, 탈탄소에 더해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적자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한국철도공사의 대형 화주 유치의 필요성과 맞물리며,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류의 허리를 잇는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서비스 부문의 혼돈도 점쳐집니다. 최근 투자 시장의 냉각으로 인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풀필먼트 스타트업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나 폐업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업들은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 자동화 기술 도입, 또는 주요 화주를 위한 서비스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류 공급을 선점한다’는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합니다.
물류의 완결
물류를 완결하는 말단배송(라스트마일) 영역 또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CJ대한통운의 7일 배송 전격 시행이 눈길을 끄는데요. 워라밸이 안정되던 배송기사들에게는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리점과 기사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택배 1위 문턱에 있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으로서는 특단의 결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이마트 등과 협력해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진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인데요. 중국에서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에 한국에서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물류센터를 선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J대한통운과 쿠팡을 비롯한 주요 택배사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과거 저단가 수주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인력입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물류사에서 발생한 배송기사 수수료 지급 지연 사례에서 보듯이, 복잡한 하청 구조는 배송기사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는 라스트마일 운영의 주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서비스 품질과 비용 효율성 사이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걸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상기후로 인한 환경적 변화도 라스트마일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름철 고온 지속으로 냉동·냉장 콜드체인 기술의 고도화는 필수적입니다. 신선식품과 식자재 배송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상품 변질과 식중독 문제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 세계 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식품 폐기율을 줄이고 효율적인 물류 관리를 구축하는 과제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확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직배송 전략을 통해 불필요한 물류 이동을 줄이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노리는 모습인데요. 다만 내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빠른 배송을 얼마나 선호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는 단순히 속도 경쟁을 넘어, 소비자 경험과 비용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라스트마일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요는 있다
저희는 물류의 흐름에 기반해 현재 물류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주요 현안을 살펴봤습니다만, 이 외에도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운동맹의 재편 등 국제 정세의 변화는 물류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산업에 어려움을 주는 동시에,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화된 물류 서비스와 특수물류 부문에서의 노하우 축적과 기술력 입증은 물류기업들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중요한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인구 증가와 식량 안보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식품 폐기율을 줄이는 고도화된 물류 기술은 물류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망고 생산국인 인도는 열악한 물류 환경과 콜드체인 기술 부족으로 인해 높은 폐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류 기술은 단순히 폐기율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보관 재고를 늘리고 유통 기회를 확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물류 기술을 통해 폐기되는 과일을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유통한다면, 이는 곧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기회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전 과제이자 성장 가능성입니다.
2025년은 제조와 유통 산업에 의존하던 물류의 전통적인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물류 자체가 독자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에서 한국 물류기업들은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제 상황에 순응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전략과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고민하고 개척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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