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화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폭풍이 올 때,
강한 나무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린다.
- 달라이 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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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물류사협회 구교훈 회장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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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 동맹 재편
■구교훈: 우리나라가 지금 글로벌 해운 선사 얼라이언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얼라이언스가 3개로 나뉘어 있는데, 앞으로 4개 정도로 다시 쪼개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션 얼라이언스, 제미나이, MSC, 디 얼라이언스 이렇게 4개가 되겠죠. 이와 관련해 얼라이언스의 재편, 그리고 최근 제미나이가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부산항을 패싱할 수 있다는 발표와 자료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 교수님의 입장과 생각, 그리고 부산항 패싱 논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인현: 사실 2년 전부터 얼라이언스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은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와 관련된 글을 여러 차례 쓴 적이 있죠. 미국에서는 개별 선사만 보면 집중도가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3개 얼라이언스가 미주 화물의 85% 이상을 운송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이러한 과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를 나누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제재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저는 앞으로 이 얼라이언스가 5개 정도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머스크가 MSC와 결별을 선언했고, 이는 결국 미국에서의 과점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현재 4개로 나뉘었지만, 최종적으로 5개 정도로 나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경쟁 체제가 더 갖춰지면, 미국에서도 경쟁 당국이 조금 더 유순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부산항 패싱
■김인현: 부산항 패싱 논란에 대해 말씀드리면, 머스크의 대형 선박이 부산항에 들리지 않을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제미나이 동맹의 계획에 따르면, 부산에서 싱가포르 또는 탄중 펠레파스로 가는 데 약 16일이 걸리던 것을 중형급 스피드선을 사용해 6일로 단축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여러 군데에 들러서 오느라 16일이 걸렸지만, 이제는 6일 만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탄중 펠레파스에서 유럽까지는 대형선을 투입해 전체 운항 기간을 46일에서 30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화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부산항이 환적항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머스크는 연간 240만 TEU를 처리하는데, 이들이 부산항을 패싱할 경우 부산항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선박이 부산을 허브 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HMM의 선박 수를 늘리는 것이 한 가지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시성이냐, 수익이냐
■구교훈: 저도 공감합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부산항에서 함부르크항까지 운항 시간이 33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오히려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배는 분명히 빨라졌는데도 말이죠. 이는 선사들의 전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항을 찍고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지중해를 통해 함부르크 로트라만까지 가는 노선에서, 들르는 항구가 많으면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고객에 대한 정시성 서비스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선사들이 운임 수익을 많이 얻으려면 더 많은 항구에 들러 운항 길이를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정시성은 떨어지게 되죠. 이 점이 선사들의 고민이자 딜레마일 것입니다. 머스크나 하파그로이드는 팬데믹 때 정시성이 30%까지 떨어지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시성을 90%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죠. 운임은 높을 수 있지만, 정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과 같은 큰 화주들에게는 운임보다 납기가 더 중요한 문제니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HMM이 해야 할 일은 선복량을 확장하고, 지금의 애매한 포지션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현재 HMM의 선복량은 100만 TEU를 넘어서 150만 TEU까지 확대될 예정이지만, 7위 에버그린은 벌써 300만 TEU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HMM이 글로벌 TOP5를 목표로 한다면, 선복을 더 확장하고, 분명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합니다. 현재 HMM의 위치는 너무 애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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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해운을 넘어 항공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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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선사, 목소리 내야
■구교훈: 해운업계의 경쟁이 건전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운협회와 같은 주요 단체와 조직들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해운협회가 선주협회에서 해운협회로 바뀌면서 대형 선사들이 중소 선사들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현재는 대형 선사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현: 정확한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일본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NYK 같은 대형 선사들이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MM 같은 경우, 정부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자율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양 정기선사들이 지금보다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NYK가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MOL은 해상법 연구 모임을 매달 열어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형 선사들도 이런 면에서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교훈: 일본의 해운업계는 과거에 화려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소 선사들은 지난 40여 년간 M&A가 거의 없었고, 각자 도생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점이 대한민국 해운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 머스크, MSC,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은 모두 M&A를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진해운이 예전에 인수한 것 외에는 해외에서 큰 M&A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소 선사들이 서로 힘을 합쳐 몸집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데,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현: 4년 전쯤 동남아 정기 선사들이 M&A는 아니더라도 얼라이언스와 같은 체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소형 정기 선사들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항로에서도 M&A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최근 경기 상황이 괜찮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아직 M&A를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HMM은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물류회사와의 M&A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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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세계 해운시장 컨테이너선 점유율은 2.9% 수준입니다) │ 출처 : 알파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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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분 18%
■구교훈: 팬데믹 3년과 최근 1년 반 동안 해운 선사들이 상당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HMM은 2021년에만 9조 9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장금상선도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럴 때 자본을 축적하고, 몸집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호황이라 그런 움직임이 덜한 것 같습니다. HMM의 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영업이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민영화 시기와 방식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김인현: HMM의 선복량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대만의 양밍, 에버그린, 완하이를 합치면 350만 TEU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대만이 3.5배 더 많은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HMM은 그동안 선복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적어도 200만 TEU는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본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볼륨을 늘리고, 안정화한 후에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민영화할 때 정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넘어갈 때도 산업은행이 20%의 지분을 보유했듯이, HMM도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정기선은 국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정부의 후견이 없이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18% 정도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교훈: 저도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대만의 3대 해운사들이 우리보다 선복량이 3배 이상 많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TSMC가 이미 삼성전자를 넘어섰습니다. 해운업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더 정신을 차리고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일부에서는 HMM이 너무 커지면 인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치를 받고 매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HMM은 이익 잉여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므로, 선대 확충에 자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한, 정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운산업은 전방효과와 후방효과가 큰 산업이며, 수출입 무역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기업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인현: HMM의 인수 주체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에서는 아직 매각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HMM이 신조를 인수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다른 선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상태입니다. 다만, 선대 규모가 여전히 작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영업 측면에서 보면, 스팟 운임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팬데믹 때는 스팟 운임이 높았지만, 앞으로 선복이 과잉 공급되면 스팟 운임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장기 운송 계약을 늘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정기선사들이 미주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과거 조양상선은 미주 화물의 50%를 운송했지만, 현재는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선사들이 더 많은 배를 투입해 미주항로에서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SM라인은 규모가 작지만, 원양 정기선사로서 안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화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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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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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항로 의존도 높아
■구교훈: 저도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글로벌 선사 TOP10을 보면, 머스크나 하파그로이드 같은 선사들은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도 운임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HMM은 스팟 운임에 의존하고 있어, 시황이 좋을 때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시황이 나빠지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항할 때마다 소석률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소석률이 60%로 떨어지면 고정비를 커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HMM이나 SM라인의 문제는 미주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선사들은 미주, 유럽, 동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항로에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HMM은 미주와 유럽 항로에 집중하고 있어, 미국의 경제 규제나 리쇼어링 등으로 물량이 줄어들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의 신흥 시장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있는데,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해외 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반독점법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인현: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무역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세계화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해운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구교훈: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WTO는 이미 영향력을 잃었고, 리저널 FTA와 RTA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블록주의로, 결국 각 지역끼리 자급자족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입니다. 특히 북미, 아세안, EU는 이미 이런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데, 동아시아는 아직 그렇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세계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운 물류 산업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트럼프는 중국과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으며, 한국이 부자 나라임에도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는 결국 중국과 한국의 물류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운 물류 산업이 이에 대해 더 깊이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이나 미국 근처로 제조를 이전하는 것은 관세 회피와 규제 회피를 위한 것이지만, 이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감소로 이어지고, 운송 물량도 줄어들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일정한 배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해운 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SK 회장님도 지난주에 이대로 가다가는 곤란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IRA를 감축하거나 규제를 강화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큰 투자를 하고 있지만, 확실한 보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입니다. 미국으로 제조를 이전하면 관세를 회피할 수 있지만, 해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포지셔닝을 취할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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