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쌀 '컨테이너'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

회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컨테이너 박스를 등록해 관리하고 IoT(사물인터넷)를 장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8/22 목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8/22 목요일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여정이다.
그것은 당신이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깃들어 있다.
 
- 제임스 딘 -
 
 
■한국국제물류사협회 구교훈 회장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
 
✔ 운임 급등의 이유
 

■구교훈: 최근에 해운 운임, 특히 컨테이너 운임 지수가 1000선으로 내려갔다가 3500선까지 급등했습니다. 이후 2주 정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해운 운임이 급등한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인현: 가장 큰 원인은 홍해 사태인 것 같습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들은 바벨만데브 해협을 통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데, 바벨만데브 해협 근처에서 후티 반군들이 상선을 공격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사용할 수 없게 됐죠. 그래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서 유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항차가 10일 이상 길어지면서 결국 선박의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8월부터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6월과 7월에 중국에서 수출품을 밀어내기 식으로 출하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수요가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공급이 부족해지고, 이러한 상황이 겹쳐지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운임이 상승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무역 불균형 심화

 

■구교훈: 알겠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중국발 미국행 수출 화물과 수입 화물 간의 불균형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가 매우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현: 컨테이너 박스의 수요와 공급은 특히 공급 측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에 실려 이동한 컨테이너 박스는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항해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컨테이너가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요. 제가 알기로는 싱가포르 근처에 배들이 더 많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유럽으로 가는 항차가 길어지면서 싱가포르에서 기름을 보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배들이 더 많이 모이게 되어 더욱 지체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컨테이너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 컨테이너 공적 관리

 

■구교훈: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 박스 제조사 중 중국 업체가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컨테이너가 부족해서 선적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컨테이너가 아예 없다면 수출 화주가 공장에서 컨테이너 스터핑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선사가 인지하고 있다면 컨테이너를 제작하거나 리스 회사에서 많이 빌리는 등의 조치는 어려운가요?

 

■김인현: 그 부분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컨테이너 박스는 자기 선복의 1.5배를 보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TEU라면 150만TEU를 보유하고 있으면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지금처럼 항해가 길어지고 컨테이너 박스가 이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1.5배가 아니라 2배, 즉 200만TEU에 해당하는 컨테이너 박스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컨테이너 박스를 등록해 관리하고 IoT(사물인터넷)를 장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컨테이너 박스를 공적 개념으로 도입하여 부족한 곳에 공급해 줄 수 있는 형태로 관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구교훈: 컨테이너 박스에 공적 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합니다. 최근 ‘물류 자원 공유’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운송수단이나 창고, 다양한 기기들을 공유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공적 개념으로 도입해 최적화된 배분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8월 1일부터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관세를 25% 부과하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동안 전자상거래 물량이 밀어내기식으로 수출되다 보니 컨테이너도 없고 선복도 부족했는데, 8월 이후 성수기에 이 문제가 약간 완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공급 과잉 우려

 

■김인현: 올해와 내년에 기존 물량의 약 10%가 공급된다고 합니다. 즉, 3000만TEU 중 300만TEU에 해당하는 배가 매년 새로 투입된다면 이는 매우 큰 양입니다. 수요가 안정되면 공급이 초과되어 운임이 급락하는 상황이 하반기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으로 들어가는 상품들이 가수요로 인해 일어났던 거품이 빠지면 이에 대비해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교훈: 파나마 운하의 가툰 호수에 비가 많이 와서 흘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통항 척수가 36척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파나마 운하의 운항 지연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미 동남부 해안의 항구들, 예를 들어 휴스턴, 모빌, 서배너, 찰스턴, 뉴저지 등에서 항만 노조가 파업하지 않는다면(10월 예정)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HMM이 일본의 오션 네트웍스와 협력하여 8월부터 멕시코 항로를 개설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규제를 우회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IRA법 등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를 현지에서 많이 생산하다 보니 해상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이 진행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로는 정치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인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쇼어링이 많이 일어나면서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는 동향도 포착됩니다)
 

✔ 해결책은?

 

■구교훈: 팬데믹 동안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거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겪었고, 현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홍해 사태 등이 계속되면서 공급망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인현: 이번 사태는 항해 길이가 길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항해 길이가 15일 길어져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항해 길이를 단축시키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북극항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럽 언론들에서도 북극항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극항로의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CMA CGM과 MSC 같은 대형 선사들은 북극항로 사용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영업상의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를 개발하여 국제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좋은 답이 될 것 같습니다.

 

■구교훈: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교수님 말씀대로 ‘북극항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운항 거리가 짧아지면 화주는 좋을지 모르지만, 해운 물류 기업에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비 절감과 수익성 확보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철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하는 TCR(Trans China Railway)이 유럽으로 활발히 운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철도 운송이 활성화된다면 해상 운송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북미 서안의 항만 노동자 파업과 자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철도와 해상 운송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인현: 철도는 물량 자체가 워낙 적지 않습니까? 배는 한꺼번에 2만TEU 정도 실을 수 있지만, 철도는 그에 비해 한 번에 움직이는 양이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항공이나 육상 철도, 해상이 있겠지만, 해상 물량의 10%라도 철도나 항공이 커버해 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상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해상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로 화물이 넘어갈까 봐 걱정하면서도 경쟁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물류의 흐름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자율운항 4단계

 

■구교훈: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자율운항 선박 기술이 개발되어 레벨 3, 4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의 현대, 한화오션, 삼성 등이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자율운항 기술의 발전이 해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인현: 자율운항 선박 기술이 4단계까지 발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배도 잘 만듭니다. 그러나 4단계가 현실화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4단계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누구도 감시하지 않는 상태에서 배가 움직이는 것입니다. 3단계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지만, 육상에서 컨트롤러가 배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신호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완전히 AI가 배를 조종하게 됩니다. 배가 2000억~3000억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데,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을 선주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돌발 상황이나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선박 내부 청소나 관리가 필요할 때, 자율운항 선박이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구교훈: 그렇다면 육상에서 청소 작업 등을 처리해야 할 텐데, 그럼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자율운항 선박을 도입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인데,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인현: 맞습니다. 또한 항구에 들어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도선사도 타야 합니다. 자율운항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항해사나 선주 입장에서 ‘정말 가능할까,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큽니다. 현재는 3단계를 기준으로 법률 관계를 정리하려는 논의가 많습니다. 3단계의 경우, 배에 타는 선장 대신 육상에 있는 컨트롤 센터의 선장을 선장으로 간주해 처리하면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구교훈: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자율운항 선박의 레벨 4는 미래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어렵고 3단계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관련 법의 보완과 선주 및 이해당사자들이 안전 장치 등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자율운항 선박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등 잘못되었을 경우,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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