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극화 심화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특히 티메프와 유사한 형태인 네이버쇼핑은 오픈마켓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최대 수혜자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연간 7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티메프의 거래액이 더욱 안전한 플랫폼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의 경우 커머스 부문 거래액이 지난해 4분기 12조4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조2천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번 티메프 사태의 수혜를 본다면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요.
게다가 최근 잠잠해진 C커머스로의 셀러 유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와 더불어 인터파크 커머스까지 6만여곳에 달하는 셀러들이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C커머스에 입점할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는 '케이베뉴(K-Venue)‘의 수수료 면제를 9월까지 연장해 셀러를 모으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고객의 정보를 고지 없이 중국 판매업체 18만여곳에 넘긴 것으로 밝혀져 2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어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셀러와 소비자 모두 대형 플랫폼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이커머스의 빈틈을 C커머스가 공략하는 그림이 그려지죠. 11번가만 보더라도 최근 ‘11번가에서는 안심하고 쇼핑하세요’, ‘한결같이 다음 날 100% 정산합니다’ 등 앱 내 배너를 통해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이탈이 우려됨과 동시에 11번가의 안전성을 강조해 유입을 확대하려는 모습이죠.
✔ D2C 트렌드되나
셀러들의 자사몰 강화가 트렌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제시돼 왔던 이커머스 정산 주기, 적자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티메프는 정산 주기가 가장 느린 플랫폼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정산 주기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지속적으로 셀러와 갈등이 있어 왔습니다.
더불어 매년 재점화되고 있는 ‘납품가 갈등’ 문제까지 고려하면 자사몰을 강화하는 전략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쿠팡과 갈등을 빚었던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을 비롯해 식품업계에서는 자사몰을 키우는, D2C 전략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종근당건강의 자사몰 종근당건강몰은 새 단장 1주년을 기념해 전 제품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신규 가입 시 중복 적용되는 쿠폰으로 14900원의 '락토핏 골드 1통(50일분)'을 850원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큰 폭의 할인율로 리뉴얼 1년 만에 회원수는 70만명을 돌파했고요.
유튜브 쇼핑 기능이 도입되면서 셀러의 창구가 확대된 점도 한몫합니다. '맥스 서밋 2024'에서 송종선 카페24 본부장은 '노빠꾸탁재훈' 채널에서 고체 치약 브랜드 '민티드'와 협업해 조회수 72만회, 구매전환율 12.86%를 달성했다며 성공사례로 소개했는데요. 콘텐츠와 커머스 기능을 더해 셀러들의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중소형 규모의 셀러도 콘텐츠를 통해 매출 상승의 효과를 엿볼 수 있죠.
다만, 크리에이터 기반이라는 점이 반드시 '신뢰성'을 담보해 주지는 못하는데요. 과거 임블리의 '호박즙 곰팡이' 사건이나 밴쯔의 '허위광고' 등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이후에도 유명 유튜버를 믿고 구매했다가 실망한 후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요. 특히 팬과 크리에이터의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할 확률이 높은 유튜브의 경우 안전한 기준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또한 결국 대규모의 셀러일수록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유튜버와 협업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D2C에서도 양극화의 심화를 예상해 볼 수 있고요.
✔ 신뢰를 찾는다
이번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대한 소비자, 셀러 그 밖에도 영향을 받은 산업에서는 앞으로 더욱 까다로운 '신뢰'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이커머스를 바라보게 될 텐데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도 이마트, 롯데마트, 코스트코 등 구매하고 바로 실물을 수령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현상도 예상됩니다.
특히 명품 등의 고가의 상품이나 이번에 큰 영향을 받았던 '여행' 관련 카테고리 등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안전한 경로를 선호할 확률이 높습니다. 명품플랫폼 3사(머스트잇·트렌비·발란)와 지난해 매출 규모 1위를 차지한 젠테까지 적자인 상황으로 티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에 올해 체질 개선이 중요한 듯 보입니다.
최근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는데요. 문구 디자인 쇼핑몰 '바보사랑'은 지난달 30일 돌연 거래 중단을 공지하고 폐업했습니다. 판매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않아 운영사 '웹이즈'의 대표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2021년 기준 매출액은 270억원, 영업이익은 약 4억원에 달하며 2003년 설립돼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등 기관의 인증까지 받은 곳으로 피해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법 재정비 필요
궁극적으로는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법을 재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통신판매업자의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의무 조건 등의 규제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거기다 정산 방식 뿐만 아니라 정산 주기와 오픈마켓 책임 여부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유통법 개정, 쿠팡은 오히려 웃었다>에서 다뤘듯, 대규모 유통업자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티메프와 같은 중소 업체의 경우 규모 기준에 못 미쳐 명확한 규제조차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팡도 오픈마켓의 경우 주정산, 월정산으로 나뉘어 정산 완료까지 최대 60여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셀러들의 유동성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셀러들은 상품을 판매하고도 정산 주기를 기다리며 대출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물론, 쿠팡이 지난해 도입한 빠른 정산 서비스, 네이버,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1~2일 안에 판매대금을 정산해 주기도 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판매대금은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적게는 만원에서 10만원 단위의 선불충전금은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 등 투명성 있는 경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2년 전, 티몬이 미달한 경영 기준이 드러났음에도 금융감독원이 이를 문제 삼지 못한 이유가 PG사에 대한 법적 권한이 부족해서라는 점을 보면 관련 법·제도적 장치가 보다 면밀하게 갖춰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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