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위메프 모기업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 고객이 결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환불 불가 사태'가 현실화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큐텐은 국내에서 지마켓을 창업했던 이커머스 1세대인 구영배 대표가 2009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후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전자상거래 기업입니다. 2022년과 2023년에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를 지분 교환 방식으로 차례로 인수했고, 올해 들어서는 미국의 테무라고 불리는 위시와 국내 AK몰 등을 연속적으로 인수하며 세를 불려왔습니다.
큐텐이 인수했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10년 이상 영업적자와 자본 잠식에 놓여있던 기업들이었는데요. 표면상 목적은 큐텐의 글로벌 물류망을 이용해서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큐텐의 자회사인 물류 전문기업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을 계속해 왔었고 결국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서 큐텐 글로벌과 위메프에 이어 이번에 티몬까지 대규모로 대금 정산과 고객 환불 불능 사태가 터지게 된 겁니다.
지금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콜센터는 연결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모바일 챗봇 서비스는 대기 인원이 3천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카드결제를 담당하는 페이코 등 PG사들의 업무 중단으로 현재는 여행상품을 포함한 일반 상품의 카드 결제나 환불 모두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소비자들을 애태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 셀러·소비자 원성
티몬·위메프 사태의 피해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판매자들은 판매대금 정산이 2주전부터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일단 큐텐 측은 판매자들에게 연 이율 10%의 지연이자와 지연금액의 10% 추가 포인트 보상안까지 제시하며 이달 말까지 정산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업체 별로 개별공지를 통해 약속한 정산 일정조차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사태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상안 중에는 큐텐의 주식으로 보상한다는 얘기도 있어서 현실화가 더 어려운 것 같고요.
특히 현재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업계의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교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판매를 중단했는데 지금까지 하나투어 80억원, 모두투어 75억원 등 국내 여행사들의 피해 금액만 약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휴가를 위해 여행상품이나 항공권을 구입한 상품이 취소되며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결제 금액조차 환불받지 못하고 있어서 금전적으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여행사들의 경우 고객이 직접 티몬 측에서 환불을 받아서 다른 상품을 재구매하도록 안내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로펌은 티몬과 위메프의 피해기업들에게 회사의 파산에 대비해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집단소송에 참여하라며 안내하고 나섰는데요. 정작 큐텐의 티몬·위메프 인수합병을 승인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미정산문제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라 공정위에서 관여할 수 없다'며 관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판매자들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개별소송으로 대응하기에는 법무비용이나 시간상의 문제로 직접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 정산이 가장 느리다
이번 사태를 키우게 된 또 다른 원인은 정산 방식과 결제의 안전성입니다. 티몬·위메프와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차이가 있거든요. 현재 티몬의 경우 판매자들이 상품을 판매한 당월 마지막 날짜를 기준으로 40일 뒤에 대금을 정산하고 있고, 위메프의 경우 판매일 기준 D+2개월 뒤 7일에 정산을 해주고 있어서 판매자들은 평균 2개월 뒤에야 판매대금을 정산받는 소위 77일 결제라 불리는 매우 늦은 정산구조입니다.
반면에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롯데온 등 대부분의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고객이 상품을 받고 구매확정 버튼을 누르면 1~2일이내로 바로 판매대금이 정산되는 일주일 이내 정산 방식이죠. 쿠팡의 경우도 직매입인 로켓배송은 2개월 뒤에 정산이 되지만, 판매자들이 직접 배송하는 위탁판매 방식은 배송완료 후 70%는 한 달 내에, 나머지 30%를 두 달 내에 정산하는 방식이어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결제일이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중에서 가장 느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판매대금 정산주기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안전거래인데요. 네이버쇼핑이나 11번가, 지마켓,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조차 '에스크로(escrow)'라는 안전거래 솔루션을 통해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대금을 일정 기간 보관하고 있다가 정상 거래가 되었을 경우 대금을 안전하게 지급하는 방식을 이미 10여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안전결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고객의 구매대금을 회사에서 직접 보관하고 있다가 정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경쟁사 대비 안전판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는 고객의 구매 대금을 회사에서 수개월간 보관하면서 인터파크나 위시 등 M&A(인수합병) 기업들의 인수대금으로 일부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한 가운데 이번에 대금 미지급과 고객 미환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안전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자본잠식상태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상태를 보면 양사 모두 누적 적자가 커져 자본금을 전부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영업적자 확대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드린대로 모회사 큐텐이 큐익스프레스라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전문 물류기업을 미국 나스닥에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의 가치로 상장시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인수합병한 기업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지분가치가 나오거든요.
결과적으로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거래액 규모가 높아질수록 나스닥 상장에 유리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작년부터 많은 마케팅비용을 쏟으며 영업적자 확대를 감수하고, 매출 증대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양사의 자금상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봅니다.
게다가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되기 이전부터 갚아야 할 빚이 자기자본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였는데요. 티몬의 경우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고 2022년에 유동자산이 1309억원 유동부채가 7193억원, 자본총액이 -6386억원이었습니다. 위메프는 23년 말기준 유동부채 3098억원, 유동자산 617억원, 자본총액이 -2398억원에 달하고 있어서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티몬은 지난 4월에 제출해야 했던 감사보고서조차 제출하지 못해 자본잠식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부른 원인은 단순한 단기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큐텐이 최근 인수한 5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1조원이 넘는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상태이며, 5개사 모두 창업 이래 단 한해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작년 한해에만 티몬·위메프·인터파크 3사 합계 25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만성적인 적자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위기 극복의 근본격 돌파구인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기업의 신뢰도까지 바닥으로 떨어져 이번 사태의 유일한 해결방법이었던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역시도 더욱 멀어졌기 때문에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티몬 사이트 내 검색어 1위가 상품이 아니라 '회원탈퇴'였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더라도 이미 멀어져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걸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위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