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 적절했나
■마종수 : 이마트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짚어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2012년도, 12년 전에 쿠팡이 갓 태어났을 때 이마트그룹의 매출이 11조원 영업이익이 7300억원이었습니다. 매출은 지금의 반도 안 되는데 영업이익률이 5.8%였어요.
그런데 2014년부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도에는 영업이익이 4600억원이 나왔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아직 괜찮다고 봤거든요. 그때 매각도 많이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했죠. 2018년도에는 영업이익률이 2.7% 정도였는데 사실 유통산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5.5% 정도가 나왔을 때 캐시카우가 안정됐다고 보기에 큰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22년도에 매출은 29조원으로 크게 올라갔는데 영업이익은 1300억원, 0.4%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매출 28조원, 영업이익은 적자고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4천억원이 넘던 기업이 마이너스로 간 겁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엄청난 투자도 있었죠.
지마켓에 3조4천억원의 투자가 있었고, 이때가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60조원 정도의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지마켓과 SSG닷컴의 거래액을 합치면 쿠팡을 이겼었습니다. 때문에 투자가 맞았다고 생각했었을 수 있죠. 롯데쇼핑과 MBK가 같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MBK가 평가한 가치가 1조원이 안 됐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이마트의 유동성 위기를 만들어낸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이외에도 W컨셉을 2600억원에 인수했고 야구단도 인수했죠.
자세히 살펴보면 야구단 SSG랜더스가 해외사업도 있어서 1353억원에 100% 지분을 인수했는데 연간 적자가 167억원이고요.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18%를 매입하는데 4743억원이 들어가서 이제는 지분이 70%에 달하지만 해외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평가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와이너리도 미국에 있는 나파밸리 쪽 고급 와인회사를 3천억원에 인수했고 2개를 더 인수했습니다. 와인사업에 공을 들이는 그런 방향으로 보였는데요. 정용진 회장이 와인 전문가라고 불릴 정도로 애호가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게 마트와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40~50만원 짜리가 즐비한 고급와인이고, 주류에 진심인 듯 보이는 게 푸른밤 소주라고 제주소주를 500억원 가까운 돈으로 인수했는데 사업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고가로 인수했고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는 거죠.
■조철휘 : 2년 전까지만 해도 와인이 인기가 많으니까 많이 늘었죠. 대기업군들을 보면 항상 와인과 관련한 회사들이 있어요. 대기업의 오너나 경영자들은 사업군 중에 꼭 넣더라고요.
■마종수 : 와인의 본고장인 이태리와 프랑스에서는 와이너리를 갈아엎고 올리브를 심을 정도로 시장이 많이 침체되고 있습니다. 15%에서 30%까지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요.
또 하나는 신세계E&C에서 트리니티 골프장을 인수했는데 이게 본업과 관계가 없는데 적자가 계속 나오고 있고, 장부가만 3500억원인데 그룹 차원에서 이게 가야 될 방향인가 싶은 거죠. 결과적으로는 얼마 전에 계열사에 매각하고 이 지분으로 신세계건설을 지원했습니다. 여태까지 투자했던 부분이 5조원이 넘는데 과연 적절하게 집행이 됐는가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지금 신세계그룹의 부채가 19조5천억원입니다. 차입급은 13조3천억원인데 자기자본이 13조6천억원이기 때문에 거의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게다가 금리가 올라갔기 때문에 연간 6650억원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영업이익이 5천억원을 절대 넘지 못한다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적자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신세계건설의 신종자본증권까지도 감안하면 연간 이자비용만 7천억원이 넘어간다는 것.
이마트그룹의 전성기 영업이익이 다 이자로 가고 있고, 1분기에 일정 부분 흑자가 났던 부분도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없는 구조로 가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 지마켓 투자, 악수?
■마종수 : 결국 신세계건설 말고도 이 지마켓. 3조4400억원을 들여서 인수한 부분이 두 번째 뇌관이거든요. 지마켓도 지금 시장평가를 한다고 하면 1조원도 받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슷한 예로 11번가가 2조7천억원 정도로 상장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다 드롭된 상태죠. 지금은 매수자도 5천억원 아래를 보고 있습니다.
■조철휘 : 그런데 지마켓은 매출도 계속 매년 증가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나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인수 이후 실적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종수 : 원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자가 나던 기업이었습니다. 인수하기 직전 영업이익 850억원을 찍었어요. 그런데 이 안에는 일반적으로 시스템 투자를 한다거나, 물류인프라, 운영인력이 다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었거든요. 11번가나 SSG닷컴 인력의 3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운영했었어요. 구조도 슬림하고, 시스템도 노후화됐습니다.
지마켓은 한마디로 마켓플레이스라고 하죠. 여기에 수수료를 떼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간 고객이 800~900만명이 넘어가도 분석하는 게 없었습니다. 또한 지마켓 본사에서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국내에 조금 더 밸류를 줬던 것도 있습니다. 비용을 일부 본사에서 책임져주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엑시트 기회를 보고 있던 거죠.
이마트는 이 지마켓에 시스템이나, 물류 인프라를 세팅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어요. 문제는 SSG닷컴과 지마켓이 서로 버팅(Butting)이 된 거죠.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일어나버린 겁니다.
그 당시 이 매출 트렌드를 보면 지마켓이 메인이니까 거래액이 쭉 올라갔어요. 연간 거래액이 20조원까지 올라가는데 당시 쿠팡이 22조원이었으니까 거의 비슷한 거죠. 여기에 SSG닷컴의 5조원을 넣으면 25조원이니까 쿠팡을 이긴다고 본 겁니다. 사실 쿠팡도 셀러들 매출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합치면 30조원이 넘었겠지만요.
문제는 지마켓 매출이 그때가 절정이었어요. 네이버가 치고 나가면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네이버는 원래 지마켓, 11번가, 티몬 등에서 광고비를 받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스마트스토어를 확대하고 플레이어로 뛰어 들어간 시기입니다. 검색을 통해서 지마켓과 같은 사이트로 연결시키는 게 아니라 저렴한 물건을 검색하면 스마트스토어가 뜨게 한 거죠. 생각해 보면 11번가나 지마켓으로 접속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접속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당시에 네이버와 이마트그룹이 합작해서, 지분을 교환하고 3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교환했었죠. 이후 CJ와도 제휴하고 지분 교환하고요. 그리고 쿠팡과 같이 맞서 싸우자면서 연합을 펼쳤을 때 NFA라고 1세대였는데 그다음 지마켓이 매물로 나온 겁니다. 그때 이마트가 네이버에 제안을 했죠. 공동으로 인수해서 1등을 해버리자는 건데 네이버가 거절합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네이버를 통해 G마켓에 들어가는 매출이니, 똑같은 구조니까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마트가 무리하게 인수하게 된 거죠.
■조철휘 : 지마켓이 고점일 때 이마트가 인수하고,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쿠팡은 치고 올라가고, 지난해부터는 C커머스가 들어오면서 영향이 커지는,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마종수 : 안타까운 건 16년 연속 흑자였던 지마켓이 인수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2천억원 적자가 났어요. 이마트가 인수해서 망가진 게 아니라 사실 오픈마켓은 그때가 정점이었고 끝물이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마켓의 인수 금액 3조4천억원을 갚기 위해 비용이 계속 필요합니다. 분기별로 4백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거예요. 원금도 장부가액에 적어야 하니까 연간으로는 1600~1700억원 정도가 지마켓 때문에 적자액으로 잡히는 거죠. SSG닷컴과 사업도 충돌하니까 여태까지 나왔던 매출조차도 갈라 먹기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합쳐서 25조원의 매출을 기대했는데 지금 20조원이 안 나옵니다.
DNA라는 게 온라인과 오프라인도 다르지만 온라인끼리도 다릅니다. 온라인 2개가 합쳐져도 절대 2배가 되지 않아요. 롯데그룹에 온라인사들이 8개가 있었어요. 2018년도에는 합치면 8조원의 매출이 나왔는데 지금 롯데온으로 통합했을 때 4~5조원이 나옵니다.
통합하면서 매출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각각 갖고 있던 차별화 포인트가 희석이 돼 버린 거죠. 예전에는 백화점을 이용하려면 롯데백화점 온라인에 접속하면 되는데 지금은 롯데온을 통해 들어가야 하잖아요. 이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룹사를 합친다는 게 결제는 한 번에 되더라도 상품을 따로 찾아야 하고, 배송도 따로 오거든요.
■조철휘 :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네요. 앱에서 원래 자주 구매하는 상품도 띄워주고, 원하는 상품을 앞에 갖다주고, 거기서 선택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거네요.
■마종수 : 불편하죠. 실제로 복합적으로 묶여 있는 몰에 들어가면 신라면, 불닭볶음면 이렇게 검색하면 트레이더스, 이마트몰 등 각각 가격이 달라요. 규격도 다르니까 오히려 검색도 어렵고 신뢰도 떨어지는 거죠.
반면에 쿠팡은 검색하면 상품 1개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상품, 제일 저렴한 상품 그리고 로켓배송이 되는 상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죠. 그런데 다른 쇼핑몰에 들어가면 내가 원치 않은 상품까지 다 보이고 있고요. 오히려 고객 쇼핑 경험을 저해하는 셈입니다. 통합이라는 게 상품, 운영에서도 통합이 돼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따로 보관하고 배송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초개인화 쇼핑몰, 프리미엄 쇼핑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상품 차별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발견 쇼핑이라고 상품을 직접 찾아야 해요. 그런데 이게 차별화된 상품이 있기에 수고를 하는 거거든요. 인공지능을 통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보여주긴 하지만 많은 양을 보여주는 거죠. 발견하는 재미입니다. 그런데 국내 쇼핑몰들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공산품을 차별화 없이 개인화한다는 건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코스트코의 전략
■조철휘 : 지금 공감하는 부분이 역시 상품 차별화, 그리고 고객이 편리한 게 우선이거든요. 대표적으로 실적이 우상향하는 게 코스트코입니다. 글로벌 사업 매출이 300조원 정도로 알고 있고, 한국도 5조원이 넘었고요. 다른 데 없는 것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이소도 색조 화장품 등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계속 강화하고 있죠.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갖고 고객이 빨리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부분이 앞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종수 : 코스트코가 3가지 전략이 있죠. 첫 번째, 5천개만 판다. 매장은 이마트나 롯데마트보다 넓은데 파렛트로 다 팔고, 그 파렛트조차도 한 업체한테만 줍니다. 그 나라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대용량으로 만들어서 한 업체에게만 납품권을 주는 거죠.
또한 RRP(Retail Ready Package)라고 해서 대용량 상품을 담는 이너 박스가 있어요. 파렛트 박스를 뜯으면 그 안에 포장이 유지되면서 빠르게 쌓아 올릴 수 있는 박스를 만들어서 포장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진열하는 사람도 필요 없고 집기도 필요 없습니다. 또한 인쇄물도 흑백으로 하는 등 인테리어 부분에서도 아껴요.
두 번째, 마진은 15%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유통업체 마진이 25~27%인데 어떻게 15% 마진으로 운용하냐면 1억 3천만명의 회원으로 수익을 벌어요. 코스트코는 약 15% 이하로 마진을 받고, 20%를 받으면 MD가 징계 당합니다. 이 돈은 마케팅비, 인건비 등으로 지불되니까 상품을 팔아서 돈 버는 기업이 아니죠.
이 1억3천만명 회원의 연간 갱신율이 90%가 넘습니다. 연간 6~7조원의 이익이 그냥 들어오죠. 좋은 상품을 최저가로 맞추고 서비스하면서 이용료를 받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연회비가 올라갈 때마다 주가가 올라가요. 무조건 재갱신을 하니까.
세 번째, 직원들한테 최고의 대우를 합니다. 미국 임금 수준이 높긴 하지만 코스트코는 임금을 IT기업만큼 줘요. 캐셔들 연봉이 1~2억원 정도가 될 정도고 계속 올라가고 있죠. 게다가 미국은 의료보험도 천만원씩 넘게 들어가는 곳도 많은데 80% 정도의 직원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조철휘 : 엄청나네요. 미국은 의료비가 매우 비싸죠.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을 많이 주고 있지만 일본만 해도 의료비가 비싸지고 있거든요.
■마종수 : 그렇죠. 그 혜택만 하더라도 크기 때문에 직원들이 퇴사를 안 합니다. 월마트는 퇴사율이 평균 40%가 넘는데 여기는 한 자릿수예요. 캐셔들이 숙련가고, MD는 10~20년 전문가가 되고요.
■조철휘 : 동시에 많은 걸 할 수 있게 권한도 주는 거고요.
■마종수 : MD는 좋은 상품을 수급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코스트코의 경우 SKU가 MD당 50~100개밖에 안 됩니다. 국내에서는 평균적으로 MD 한 명이 1~2만개가 넘어가고, 마스터에 적혀 있는 것까지 하면 마트에 진열되지 않은 것, 패션까지 하면 200만가지가 넘어갑니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그렇지 않으니까 분석이 필요 없어요. 엑셀로, 감으로 하는데 전문가이기 때문에 눈 감고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류 자동화도 없어요. 컨테이너로 들어와서 컨테이너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물류비 효율이 좋습니다. 컨테이너로 들어가고 파렛트로 진열하므로 물류비가 세이브될 수 있는 중요한 구조입니다.
■조철휘 : 항만에 도착해서 점별 배송하고 쌓아 올리면서 밑으로 내려오는 구조니까요.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여기는 상품 라인업도 적고 집중할 수 있으니 MD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성공하면 잘 운영될 수 있는 구조네요.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마종수 : 통상적으로 5천개 상품 중에서 4~5천개, 절반 정도는 해당 국가에서 사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글로벌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표준화시켰어요. 그래서 생소한 상품도 있고 그리스산 유기농 오일, 스페인산 생선 소스 등 안 팔릴 것 같은 상품도 있는데 이건 글로벌 표준으로 본사에서 지정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도 코스트코를 믿고 사는 거죠.
게다가 커클랜드, 코스트코PB만 하더라도 10조원이 넘어갈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치 있는 상품을 저렴하게 줄 수 있다면 자동화, 인공지능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다이소도 비슷한 맥락이죠.
■조철휘 : 다이소도 지난해에 매출이 3조4천억원이 나왔고, 올해 성장하면 4조원대까지 갈 것 같습니다. 온라인도 성공했다 안 했다기보다는 매출 규모 목표로 2~3% 잡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부분에서 전략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유통기업들은 모든 상품보다 필요한 것을 갖다주는 것 이런 부분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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