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학교 가기 싫은 이유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어른들의 놀이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6/12 수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06/12 수요일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지,
생각한 것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 코넬리우스 굴리트 -
 
 
초등학교 자녀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학교 가는 일이 재밌느냐고 묻곤 하는데요. 재미가 없다는 답을 듣는 날이 많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공부가 재미가 없답니다. 40분을 공부하고 10분을 쉬는데, 10분은 짧지만, 40분은 그렇게 길더랍니다.
 
주관적 견해지만, 학교는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다름을 배우는 곳이어야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이런 단어가 주는 각자의 생각을 원형으로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철학이라는 고상한 말을 쓰지 않아도,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는 그 자체가 '철학'의 시작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웁니다.
 
나아가 뉴스에 나오는 현안들도 아이들의 순수한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 볼 일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북극의 빙하가 녹는 걸 멈출 방법은 무엇일지, 이런 것들을 화두로 던져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이나 환경, 나아가 세계지리나 정치, 경제까지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억지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더 깊은 재미과 관심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러한 교육의 태도는 집에 돌아와서도 부모의 의견을 존중해서 듣고, 또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되겠고요. 점차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교육적 방식은 열린 마음을 갖는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둘째,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어른들이 클럽에서 고급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교실 어느 한 곳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즐거움'의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책상을 치우고, 고급 스피커를 설치하고 방음시설을 구비해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합니다. 교사는 정해진 율동에 맞춰 춤을 추도록 가르치려 들지 말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대로 창의적인 춤을 추도록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편적 예로 댄스를 들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움을 찾도록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교내에 공간을 마련해 당나귀나 토끼를 키우며 동물과의 교감을 배우기도 하고,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밥을 주거나 똥을 치울 수도 있습니다. 교내에 식물을 키우거나 텃밭을 운영해 직접 재배한 음식을 먹는 느낌도 맛볼 수 있겠습니다. 놀이터도 바꿔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거의 대부분의 놀이터는 식상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어딜 가든 미끄럼틀이나 그네, 철봉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죠. 새롭고 창의적인 놀이터를 찾아보기는 정말 힘듭니다. 놀이터를 만드는 결정권자인 어른들이 고지식한 생각과 관행에 익숙해져 편한 방식을 선택한 탓입니다. 간혹 많은 돈 들이지 않고도 즐거움을 주는 놀이문화를 제공하는 곳들도 본 적 있습니다. 나무에 타이어를 걸어 만든 서서 타는 그네도 있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외나무 건너기도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둥의 변명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공부가 아니라 지혜를 배우고 창의력을 기르는 곳이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서는 더더욱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더 높은 수준의 창의력이 요구되고요.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왜 자동차 바퀴는 동그랗게 만들었을까. 왜 비행기는 날개가 움직이지 않을까. 편견이 없이 순수한 관점에서 아이들이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도화지같이 맑은 아이들의 뇌 공간에, 우리가 아는 보편적 '지식'을 억지로 채워 넣으면 오히려 창의력이 말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는 좌우로 갈 수 없을까?' 실제로 얼마 전 좌우로 바퀴가 움직이는 자동차가 나온 바 있죠. 보편적 지식과 생각이 없다면 편견이 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을 하고, 기술발전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생일에는 왜 꼭 케이크를 먹고 초를 꽂아 노래를 불러야 해?' 이런 당연한 일에 의구심을 갖고 새로운 생일 문화를 만드는 것부터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세일지 모릅니다. 나아가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을 초청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하고, 종교의 다양성을 이해시키며, 열린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눈을 갖게끔 하는 게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편견이 없는 마음을 키우는 곳입니다. 농부든 어부든 판사든 변호사든 모든 직업은 사회에 필요한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알려주고, 그 숭고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사회로 진출할 아이들이기에, 직업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테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직업인들을 학교로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은 편견이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겁니다. 버스 기사나 지하철 운전사가 있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저렴한 비용을 내고 출퇴근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가족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환경미화원이 있기에 거리가 깨끗해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자칫 불결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도 방지할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하고요. 여러 직업인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마음에 품게 되고, 자신의 진로도 결정하게 되겠지요. 그 아이들이 커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된다면 편견이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어른들의 놀이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는 없을까요. 왜 어른들이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은 부재한지 그 질문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죠. 간혹 놀이터에서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을 보곤 합니다. 독서실, 도서관도 중요하겠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이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고,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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