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가 줄어든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22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3.1%,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명으로 전년 대비 조직률은 1.1%, 조합원 수는 21만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조합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12년 만에 줄은 건데요.
고용노동부는 주요 원인으로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산 ▲노동조합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목록에서 삭제 ▲건설부문 노동조합이 전년대비 감소한 조합원수 신고를 꼽았습니다. 특히 건설부문은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21년 10만6천명에서 2만9천명으로, 미가맹 건설산업노조가 21년 8만2천명에서 8천명으로 줄어 규모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 신설은 431개소로 조합원 수는 7만2천명 증가했지만, 전년(568개소)에 비해 줄어들어 2023년 통계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조직원 수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다가 기존 노조 가입 인원들은 점차 고령화되는 반면에 젊은 신입사원들은 노조 가입에 소극적이라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2012년 노조 가입 비율이 74.1%에 달했으나, 2020년부터는 70% 아래로, 2022년에는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8년 출생자가 퇴직하는 2018년부터 2026년까지 현대차의 정년퇴직자 숫자는 1만9431명에 달합니다. 노조를 주도하던 세대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노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직군의 감소도 가파릅니다.
현대차의 국내 고용 인원은 2012년(5만9831명)에 비해 2022년(7만3431명)에 23% 증가했는데 직군별 고용 인원 증가율은 연구직의 비율이 60%에 달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생산·정비직군은 4%에 그쳤습니다. 전체 임직원 중 생산·정비직군이 차지하는 비율만 보더라도 약 8% 감소했고요.
현대차는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백명 규모의 생산직 채용을 진행했는데 10년만에 신규 채용을 진행한다는 점, 매년 1~2천여명의 정년퇴직자 중 상당수가 생산직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적은 규모의 채용으로 보입니다. 결국 생산직 자체가 준다는 건데요. 촉탁직이나, 외주 하청의 영향도 있겠지만 현대차는 이미 자동차 공정 자동화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현대차의 자회사 현대위아의 AMR(자율이동로봇), 무인유도차량(AGV), 두림야스카와의 로봇 자동화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2021년 1조원을 투자해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까닭인데요. 올해 10월부터 가동할 이 공장이 테스트베드를 마친 후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생산직군 채용은 더욱 감소하게 되고, 은퇴와 맞물려 노조 가입자 수 감소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 노동이사제
노조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세력이 약화된다면 노사 간 힘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하위권이기도 하고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는 ‘노동이사제’가 꼽힙니다.
주로 유럽(19개국)에서 활용되는 제도로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14개 국가에서는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하면 모두 노동이사를 두도록 규정하는데요. 가장 선진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은 현재 5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민간, 공공 불문)에는 노동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민간기업까지 확대 적용시키는 흐름을 보면, 주주뿐만이 아닌, 노동자들도 기업의 이해당사자로 여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노동이사제 발전은 아직 더딘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공공기관에만 도입된 상태로 2016년 서울시가 최초로 10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진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노동이사를 두는 조례를 제정한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이후 2022년 1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지난 3일 제 323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는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박유진 서울시의원의 반대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 산하 노동이사 선출 적용 기준을 기존 정원 100명 이상에서 300명으로 상향하고, 2명을 둘 수 있는 기준도 300명 이상에서 1000명으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박유진 의원은 교통공사를 제외하면 평균 직원 수가 560명 정도인 서울시 투출기관에 대해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이사제를 축소시키려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 바 있죠.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노동이사를 도입한 21개 기관(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총 24개)은 13개로, 인원도 34명에서 17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죠.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 제정 등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언급했습니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책임지겠다는 건데요, 일각에서는 2022년 기준 86.9%에 달하는 미조직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건 분명 좋은 정책이지만, 오히려 노조와 미조직 근로자들의 편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