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이라는 아주 지엽적인 논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오픈마켓' 혹은 유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표준을 만들고,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역직구로 수출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좋겠습니다.
5/23 목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05/23 목요
 
 
 
길이란 걸어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장자 -
 
 

정부는 지난 16일, 인천공항 세관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이 안에는 KC인증이 없는 어린이 제품(34개), 전기 및 생활용품(34개), 생활화학제품(12개) 품목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을 빚었습니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 건데요.

 

결국 정부는 사흘 만에(19일) 이 내용을 번복합니다. 6월 중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들만 반입을 제한할 계획인데요. 이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먼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KC인증 여부만으로 품목 자체를 금지시켰다는 것‘직구가 이미 저렴하게 소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해외직구액은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물론 정부의 입장도 공감은 됩니다. 올해 특히 C커머스(중국발 커머스) 해외직구 제품의 안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거든요. 서울시는 4월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하고, 해외직구 제품의 안정성 검사 결과를 매주 실시하고 있는데 78개 제품 중 31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어린이 제품과 관련해 기준치의 몇 백배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고요.

 

이렇듯, 소비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까닭에 정부는 대책이 필요했겠죠. 하지만 올해 1분기 이커머스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통관물량은 4133만건으로, 일일 46만건에 달하기 때문에 통관 단계에서 전량을 검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 KC인증은 안전한가

 

정부는 왜 KC인증을 기준으로 삼았을까. 국가기술표준원 김상모 제품안전정책국장은 “KC인증을 받은 제품이 안전하다고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인증 없는 제품을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KC인증이란 각 부처마다 다르게 사용하던 13개의 법정 강제인증마크를 통합한 건데요.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이 대상이며, 해당 제품과 생산설비 등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한 건 반드시 받아야 하며, 해외에서 정식으로 수입하고, 국내에 유통하는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셈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제도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이번 이슈를 계기로 KC인증의 신뢰성 논란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는 겁니다. KC인증을 받은 제품은 정말 안전하냐는 거죠. 이미 소비자들은 KC인증을 받았음에도 논란을 빚은 제품의 사례를 봐왔습니다.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침대’, 환경호르몬이 600배 초과 검출됐던 ‘물 빠짐 아기욕조’, 최근 국가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등 KC인증만으로 안전을 보증하기에는 부족해 보이죠.

 

또한 KC인증 자체에 대한 불합리함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비용, 절차, 시간 등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기업들의 기술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인데요. 유명 IT 유튜버(구독자 254만명) 잇섭(ITSub)은 KC인증을 받으려 했던 일화를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충전기 하나에 400만원 정도 지불된다며 비용이 고가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색깔과 무늬만 달라져도 KC인증을 다시 받아야 되기에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게다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인증이기 때문에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로 수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시장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규제가 강화된다면 해외의 업체들이 거래 자체를 끊어버려 부품, 소재, 반제품 등을 수입하는 중소기업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도 있죠.

 
(이미 글로벌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국경은 허물어졌습니다)
 
✔ 민간기업이 KC인증
 

KC인증 제도는 지난해 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습니다. 따라서 KC안전인증기관은 영리기관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기존에는 공공기관 KTC, KTL, KTR과 계약을 체결한 비영리기관까지만 가능했으나, 시험설비, 인력 등 충분한 역량을 갖춘 민간 영리기관도 안전인증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완화한 건데요.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가 KC인증 시험기관에 지정돼 제조업체임과 동시에 시험소로 기능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공급자가 직접 테스트해 보고, 결과를 공유해서 KC인증을 받는 거죠. 유럽의 CE인증도 비슷한 형태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영리기관이 국가의 인증을 담당하면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냅니다.

 

다만,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정비해 시험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고, 무분별한 인증을 막기 위해 제도를 재정비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함을 해결할 지점도 보이는데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무한 신뢰를 얻겠죠. 열린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 쇼핑에 나서는 소비자의 높은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신뢰성에 기반한 인증 강화는 앞으로 점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방침입니다.

 

해외직구 뿐만 아니라 해외역직구 시장의 점진적 성장까지 고려하면 체계적인 이커머스 수출 전략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KC인증을 넘어 글로벌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더 높은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선제적으로 보수적인 인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 브랜드가 주는 신뢰

 

쿠팡은 최근 해외직구 제품을 판매하는 ‘로켓직구’를 일본으로 확대해 일본의 인기제품들을 로켓배송하기 시작했는데요. 로켓직구의 본질은 '신뢰'에 있습니다. 쿠팡이 1차적으로 검수하고 검증이 완료된 상품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쿠팡직수입, 쿠팡직구 이런 단어들은 단순히 마케팅이 아닌, 쿠팡이 주는 브랜드의 힘이기도 한데요. 
 
예컨대 국내로 보면 컬리가 잔여 농약 성분을 조사해 안전한 신선식품을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컬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거죠. '컬리에 입점한, 컬리에서 검수해 판매하는 상품이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강화되고 확산되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신뢰'에 기반해 반복적인 구매를 하고, 충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이 마련되게 됩니다. 단순히 가격이나 빠른 배달을 넘어선, 컬리라는 '브랜드'의 힘이 구매에 영향을 주는 거겠죠. 
 
쿠팡이나 컬리를 비롯해 여러 제조·유통기업들이 소비자 신뢰를 위한 더욱 철저한 '검증'과 '인증'에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글로벌로 확장해 보면, 글로벌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체계에 부합한 상품개발에 매진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까다로운 인증 기준을 기업 내부에서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로켓직구'를 신뢰하는 것처럼, 유통사 각자가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만드는 셈입니다.
 
 
✔ 커머스+탄소배출
 
올해 1분기 국내 온라인몰의 해외역직구 규모는 39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저희가 누차 강조하지만 한국이나 중국, 미국,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아직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은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한국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앞으로 전 세계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며 강화된 안전이나 인증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죠. 앞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쩌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발암물질' 검출과 'KC인증' 등의 소란스러운 사태는 일종의 미래를 준비하는 '예방주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직구와 역직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는 무엇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값진 일이죠. 저희는 이번 KC인증 사태를 보면서 오히려 탄소배출까지 계산해 수출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탄소국경제도'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6개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EU 자체 제품보다 많으면 차이만큼 수출 기업에 비용을 부과합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에게도 각종 의무가 부과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까지 온라인 커머스와 탄소배출량을 연동해 판매하는 모델은 본 적이 없는 까닭에 오히려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오픈마켓' 혹은 유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표준을 만들고,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역직구로 수출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좋겠습니다. 여기다 물류까지 연동해 원자재의 이동과 최종 소비자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급망' 역량을 갖춘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회원사 '로보에테크놀로지' 소개 : AI와 3D비전을 활용해, 기존 작업장 그대로 투입이 가능한 이동형 박스 핸들링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현장에 투입한 후 10분 이내에 작업 수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합니다. 현재는 물류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상하차, 피킹 등의 로봇도 개발하고 있으며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기)
 
 
 
⦁ 회원사 '메이트플러스' 소개 : 메이트플러스 물류서비스팀은 물류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임대차 마케팅 및 물류센터 개발부터 매입/매각자문, 자산관리에 이르는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더 자세히 보기)
 
 
 
 
 
 
저희는 행사, 교육, 전시, 채용, 입찰, 지원사업 등 유익한 정보가 모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등록이 가능하오니, pr@logibridge.kr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 행사 👨‍🏫 교육 🎪 전시
 
5.30(목) 14:00~15:00│온라인
 
6.19(수)~6.21(금)│코엑스
 
7.4(목)~7.5(금)│송도컨벤시아
 
바로 시청 가능│온라인
 
💼 인재채용
 
~5.26(일)│신입 및 경력
 
~5.31(금)│신입
 
~6.2(일)│신입 및 경력
 
~6.2(일)│경력 3년 이상
 
~6.2(일)│신입 및 경력
 
~6.9(일)│경력 1년 이상
 
 
📖 신간 & 추천도서
 
최원석
 
할 허시필드(글)│정윤미(번역)
 
로지브릿지의 뉴스레터는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경조사, 인사 등 널리 알리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저희에게 이야기해주세요. 👉 pr@logibridge.kr 👈
 
 
 
 
 
👬 각종 협업 제안이나, 구독자님의 의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5000만 소비자 인터뷰 뉴스레터를 신규 론칭했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비밀번호 확인
평점 주기
작성된 후기가 없습니다.
후기 수정
글쓴이
평점 주기
목록으로 가기
재입고 알림 신청
휴대폰 번호
-
-
재입고 시 알림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밴드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