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쿠팡연대로 간다면
상황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배달앱 시장만 본다면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3사지만, 커머스까지 생각하면 '반쿠팡연대'가 떠오르는데요. 특히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의 플러스멤버십은 매달 정기결제하는 리텐션 비율만 95%에 달합니다. 이번 쿠팡의 멤버십 비용 인상에 맞춰 탈팡(쿠팡 멤버십 탈퇴)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첫 가입 3개월 무료, 1만원 이상 도착보장 무료배송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도 한데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다뤘듯 네이버는 현재 당일배송, 일요배송 등 '물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물류 전략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특히 당일배송에서는 2륜차 기반의 퀵커머스 역량을 갖춘 배민과 협업할 지점도 보이는데요. 지금 '네이버도착보장 당일배송'은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휴지, 기저귀, 분유 등을 당일에 배송하고 있으며 도착보장 전체 상품 중 약 50%에 이릅니다. 네이버는 직접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배민의 B마트와도 유사한 듯 보이죠.
또한 네이버가 올해 초 김범준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는 점을 보면 '라스트마일과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예 우아한청년들이 네이버의 물류연합군 NFA(NAVER Fulfillment Aliance)에 소속된다면 필요했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도 있죠. 여기에 배민스토어와 같은 서비스 확장성을 본다면 네이버는 귀중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네이버에서는 원하는 식당을 찾고, 배달을 클릭하면 배민앱으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네이버 쇼핑라이브나, 스마트스토어 입점 셀러 등 배민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 보이죠. 탈팡 고객을 잡는 네이버, 배달앱 1위를 수성하기 위한 배민은 서로의 멤버십에 득이 될 수 있는 협업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네이버는 지역 마트 플랫폼 서비스 '토마토'를 운영하는 리테일앤인사이트와 제휴해 '동네슈퍼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문자 인근의 마트에서 2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건데요. 이 부분에서는 동일한 형태의 협업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배민이 배민스토어, B마트 등 단순 음식 배달이 아닌 종합물류기업으로 방향성을 잡은 만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그림도 그려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음식배달 말고도
또한 B마트와 배민스토어 서비스는 추가적인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상품매출(직매입 상품 매출이 포함된 영역으로 B마트 매출에 해당)은 6880억원으로 전년(5122억원) 대비 34%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약 70여개의 도심형 유통센터(PPC)를 운영하고, SKU는 1만여개에 달하죠.
또한 배민이 운영하는 중개몰, 배민스토어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100여개의 브랜드, 570여명의 개인셀러가 입점했습니다. 음식 외에도 디지털, 뷰티, 반려용품, 홈데코, 도서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배달하고 있기 때문에 객단가 성장이 기대되죠. 기본 배달비에 더해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을 중개수수료로 받는 형태이므로 수십만원 단위의 가전을 판매할 경우 수익성이 더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전자랜드가 배민스토어에 입점해 100여개 품목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년 만에 매장을 89개점으로 확대하고, 품목도 200개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12월 한 달만 보더라도 26개의 지점을 확대했을 때 직전 달 대비 매출(배민스토어에서 판매한)이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이외에도 삼성스토어, 프리스비(애플) 등 고가의 디지털 기기들이 입점돼 있어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해결해야할 과제
결국 배민클럽은 B마트, 배민스토어와 같은 음식배달 외의 영역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OTT, 네이버와의 제휴 등을 통해 콘텐츠도 보강할 수 있겠죠. 더불어 지금 쿠팡의 멤버십 비용 인상, 탈팡을 잡기 위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노력은 배민에게는 좋은 그림입니다. 쿠팡의 멤버십 회원 수가 줄어드는 만큼 고스란히 쿠팡이츠 이용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죠.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배민이 아닌, 쿠팡이츠를 이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만, 배민클럽을 론칭하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배민클럽의 혜택은 '배민배달'에만 적용되는데요.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배민배달을 주로 이용하게 되니까 자영업자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이용해야 하는 거죠. 배민1플러스는 6.8%의 중개수수료, 건당 추가 배달비 등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므로 가게배달을 고집하던 곳들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배민의 중개수수료(6.8%)는 쿠팡이츠(9.8%), 요기요(12.5%)보다 낮다는 건데요. 다만, 이 비용이 프로모션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끝나게 됐을 때 음식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의 음식값, 최소주문금액을 다르게 설정했다고 밝힌 자영업자도 존재하죠.
소비자들은 이전 배달앱 출혈경쟁의 경험을 토대로 '이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실제 가격의 차이는 없는지'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 보이는데요. 저희만 하더라도 주문할 때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앱을 번갈아가며 접속해 가격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배달업계는 특히 가격에 따라 앱 이용 이탈이 가속화돼 충성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결국 프로모션도 중요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혜택과 감당 가능한 비용의 선을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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