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블리 흑자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 에이블리와 약 1천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흑자 전환하면서 주목받고 있기도 하죠.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95억원, 영업이익은 33억원을 기록해 2022년, 744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흑자를 일궈냈습니다.
에이블리는 'AI 추천 알고리즘'을 비결로 꼽았는데요.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다른 상품(뷰티 등)을 추가로 제안하는 형태입니다.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 뷰티 카테고리 확장하고 있어 카테고리 간 교차로 구매를 유도하는 건데요. 실제로 문구 및 잡화, 디지털/핸드폰, 가전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보유한 에이블리는 지난 2월, 카테고리 간 교차 구매 고객도가 8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여성 패션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깨고,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을 정식 론칭했는데요. 이 역시도 '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스타일을 추천해 준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처럼 에이블리가 '개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방대한 양의 스타일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인데요. 스타일 데이터는 '상품 찜', '마켓 찜', '장바구니 상품' 등 고객 취향의 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하며, 지난 2월 기준 25억개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800만명을 넘어 '국내 모바일 쇼핑앱'에서는 2위를 기록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 알리바바는 왜?
알리바바는 그래서 왜 에이블리에게 투자하려고 할까요. 다만, 에이블리에게'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과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선 이 부분만 보더라도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패션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확실해졌죠. 이중 에이블리가 투자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에이블리가 그간 누적된 2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극복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국내 1위인 데다가 비슷한 시기 외부 투자를 유치한 무신사, 카카오에 인수된 지그재그, 신세계에 인수된 W컨셉 등 급한 곳은 없죠. 게다가 에이블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MAU를 가지고 있으니,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해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의도는 다소 명확합니다. 에이블리가 그토록 강조하던 한국 소비자들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거든요. 이와 같은 추측에 대해 에이블리는 '데이터 공유는 없다'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지만요. 앞서 언급한 대로 동대문 보세 의류에 중국산도 다수 존재한다는 점, 값싼 중국산 원단을 사용한다는 점 등을 보면 이 데이터는 알리바바에게 더욱 귀중합니다. 잘 팔리는 상품을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큐텐의 상품을 티몬, 위메프 등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이 입점해서 윈윈하는 시너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독이 든 성배?
다만, 중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를 잠식할 길을 터주는 셈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아직은 공식적으로 투자가 진행되지 않았고, 데이터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 자본이 유입된 국내 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으로 볼 때 우려보다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듯 보입니다.
게다가 투자가 필요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에이블리뿐만이 아니죠. 큐텐이 부침을 겪던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를 인수한 것처럼 다른 패션플랫폼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3대 명품플랫폼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지난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각각 79억원, 32억원,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연간 흑자를 전망하는 내부 전망도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소비불황이 지속되면서 명품시장의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캐치패션'은 지난 3월 19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 크로스보더 플랫폼 '티몰글로벌'은 명품플랫폼 '구하다'와 럭셔리 상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인증된 정품을 알리바바의 '차이냐오'의 창고로 전달하고, 소비자에게 배송한다는 건데요. 덧붙여 '케이베뉴(K-Venue)'에 국내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한 점 등을 보면 에이블리가 아니더라도 국내 패션플랫폼과의 협업관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얼어붙은 투자시장에서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노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겠죠.
결국 C커머스의 국내 패션 공략이 확실시 된 현시점에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궁금해집니다. 도메스틱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무신사와 같이 아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플랫폼들은 오히려 시간이 생겼으니 전략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겠죠. 지난 23일 미국에서는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처럼 정부에서 강력히 규제할 수도 있겠으나, 국내에서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생각해 볼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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