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히려 생존의 기로
사실 지금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를 얘기할 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와 내년 C커머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MAU만 보더라도 2월 기준 알리는 약 818만명, 테무는 약 581만명으로 다이소몰은 물론,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들과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도 무서운데요. 지난해부터 유명 연예인 마동석을 광고 모델로 한 알리,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테무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를 모은다는 겁니다.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홀딩스는 지난해 광고 등 마케팅에만 115억달러(약 15조58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알리의 '1000억페스타'와 같은 할인행사가 영속적일 수는 없겠지만, 국내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 약 1조4천억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후 어떤 소비자 유인책을 마련할지 모르죠. 또한 이용자가 증대될수록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필요로 하는 제품의 데이터가 쌓이고, 예고된 물류센터까지 설립되면 진출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겁니다.
한편, 테무가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미국의 상황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 미국판 다이소라고 불리는 1달러숍 '달러트리'는 최근 자회사 패밀리달러를 중심으로 북미 지역의 매장 약 1000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거든요. 블룸버그통신은 테무의 상승세가 미국의 할인업체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요. 알리와 테무와 같은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이 오히려 오프라인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입니다.
✔ 압도적인 제품경쟁력
같은 맥락에서 다이소는 빠른 시간 안에 C커머스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쿠팡이나 다이소의 제품과 완전히 같음에도 알리나 테무에서 훨씬 저렴한 것들도 존재하거든요. 최근 알리의 '어차피 살 거면 알리에서'라는 광고 문구만 보더라도 같은 '공산품'의 영역에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큰 폭으로 저렴한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천 원을 경영하라'라는 책으로 유명한 다이소의 창업자 박정부 회장은 '소싱의 달인'으로 불릴 만큼 지금의 다이소를 만든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는 2022년 4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2세 경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가 없죠. 최근까지도 다이소의 매장들을 돌면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후 경영승계가 이뤄질 경우 창업자의 경영능력이 영속성 있게 이어질지,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지도 중요합니다.
결국 다이소도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텐데요. 글로벌이 답이 될 수 있겠죠. 자칫 내수기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이소는 B2B(기업 간 거래)로 수출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9년 부산에 수출입을 위한 '허브센터'를 구축하면서 수출입 규모를 2025년까지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죠. 일종의 강력한 소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도매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요. 이를 다양한 국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합리적인 가격의 다이소 제품들은 중국산뿐만 아니라 전 세계 36개국, 3600여개의 협력사, 국내 900여개의 제조업체와 협력하면서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유리제품은 터키, 면제품은 인도와 같이 국가 별로 소싱처를 다양화하고 디자인 단순화, 불필요한 기능 제거, 대량 구매, 100% 현금결제, 장기간 거래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거죠. 전체 매출의 70%는 국내 협력업체 제품으로 알려져 C커머스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지점이죠.
✔ 유보금도 있다
게다가 20년 이상 흑자경영을 해오면서 쌓아온 유보금도 있습니다. 다이소는 지난해 일본 지분 5000억원을 전량 인수하면서 '토종기업'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만큼 현금흐름이 원활함을 증명한 셈이죠. 이 강점을 활용해 일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C커머스의 약점으로 알려진 '물류'사업에서 승부를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500개가 넘는 매장 인프라를 활용해서 배달의민족의 B마트를 초월하는 '퀵커머스'로 진출할 수도 있죠. 배송의 관점보다는 배달의 관점에서 새롭게 전략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몰에서만 제품의 가격을 200~500원 정도 올려서 판매한다면 배송비를 상쇄할 수도 있겠고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범위라면 오히려 '즉시 필요한 제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라는 측면에서 이용할 확률이 있지 않을까요.
아예 새로운 형태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령 지금 미국에서 테무·쉬인 그리고 아마존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틱톡숍'이 국내에 진출할 때 다이소와 전략적 협업을 할 수도 있겠죠. 압도적인 제품경쟁력을 보유한 다이소이니 만큼 틱톡숍과 같이 소비자를 빠르게 유입할 수 있는 플랫폼과의 협업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지점입니다.
특히 다이소가 '초저가 뷰티' 제품을 필두로 MZ세대의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보이죠. 주요 뷰티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용량이나 성분을 조정하고 5천원 이내의 가성비 화장품을 론칭하면서 지난해 1~6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성장했습니다. 비교적 구매력이 낮은 10~20대의 소비자들이 가성비 쇼핑을 위해 다이소를 선호하게 된 거죠. 틱톡이 'MZ 대표 앱'이라고 불리는 점을 보면 콘텐츠에서 쇼핑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다이소가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냉동·냉장 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한다면 여러 플랫폼들이 진출에 실패했던 퀵커머스가 가능한 종합몰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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