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 테스트 부족
또한 장비들을 도입하고, 실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전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부산신항 서'컨'부두(서 컨테이너 부두) 2-5단계는 무인 즉,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장비가 달라요. 여러 장비가 있지만, 이번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건 AGV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외국으로부터 장비를 도입하는 경우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 안에는 반드시 세부적인 기술사양서(techinical specification)가 포함되어야 하고요. 더군다나 모터류나 컨트롤 패널 등 중요 부품은 반드시 Sub-vender list를 명시하고, 제작 업체는 명시된 부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후 이런 계약을 진행할 경우에 감리업체와 별도로 계약해 감리를 진행하는데 주문자는 감리보고서를 여러 번에 걸쳐 수령하고, 내용에 이상이 없어야 하죠. 최종적으로 장비 성능이 검증된 최종 감리보고서를 제출하여 주문자가 승인하면 인수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네덜란드에서 도입되는 장비를 충분히 검증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 검증과정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원래는 장비 성능 검증 단계에서 △크레인의 이동 속도 △컨테이너를 끌어올리는 인양 속도 △끌어올린 컨테이너를 배 쪽으로 이동시키는 횡단 속도 △배에서 내리는 하역 속도 등 4가지 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이 속도가 중요한 이유가 생산성의 기준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거든요. 돈을 더 벌 수 있는 요소인 거죠.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게 크레인의 안전작업하중(SWL)입니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한계점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보통 60톤(t)이고요.
그런데 검증을 공컨테이너(Empty Container)로 진행했다는 게 문제죠. 한계점이 60톤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컨테이너는 물론이고, 10톤, 20톤 그리고 한계점인 60톤까지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공컨테이너로 테스트를 하면 의미가 있을까요. 보통은 컨테이너의 중량 별로 테스트를하고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1~2달 동안 컨테이너를 테스트를 하고 나온 데이터 평균을 내서 성능에 부합하는지, 이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비유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에는 1200kg 이렇게 명시가 되어 있죠. 65kg를 기준으로 15명을 태울 수 있다면 이 안전하중을 기준으로 해서 15명을 태워보고, 속도를 측정하는 거잖아요. 사람 2명을 태우고 테스트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 모든 장비는 조립 및 시운전 과정을 거쳐서 계약서에 있는 성능과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 왜 그랬을까?
결국 궁금한 건 이겁니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됐죠. 정부 자본이 투입됐고, 민간 기업에게 일부 장비를 빌려줬는데 테스트를 제대로 안 하고, 수출입 화물을 싣고 내렸다면 큰 문제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했더니 간단합니다. 최소 6개월을 안전 테스트하고 점검하는 시험 운영을 했다면 수입이 감소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수천억원의 자본을 투입헀는데 또 몇 개월간 테스트하면 그만큼 돈을 못 벌잖아요. 그래서 개장을 서두르는 쪽으로 이어지게 된 게 아닌지 추측하게 되는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 동원글로벌터미널은 BPA(부산항만공사)에게 일부 장비를 대여받았죠. 그렇다면 장비 임대료, 사용료가 필요합니다.
이 비용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간 206억원에 달합니다. 월로 따지면 17억원이 좀 넘어요. 그리고 컨테이너 부두는 모두 국가의 소유이기 때문에 그 넓은 땅에 대한 전대료가 있고요. 무슨 말이냐면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 전대차 사용료가 연간 378억원이고, 월로 따지면 31억5천만원입니다. 여기에 장비 임대료 206억원을 합치면 584억원이에요. 월 48억7천만원의 비용을 일이 있든 없든 무조건 BPA한테 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인건비, 위탁 물류비, 전기료 등 자동화 터미널은 배터리가 중요하잖아요. AGV 같은 경우는 배터리를 쓰기도 합니다. 게다가 운영프로그램의 사용료가 굉장히 비싸요. 유지보수료가 있죠. 커스터마이징, 업데이트 이런 비용도 상당합니다. 물류로 따지자면 TMS, WMS, ERP 등과 같은 시스템이죠. 이걸 다 합치면 동원글로벌터미널이 부담해야 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면 '결국 얼마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데 빨리 개장을 하고, 상업 운영을 해서 돈을 벌어야 된다는 겁니다.
정확한 사실은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서 이런 비용을 개장 이후에 지불해야 하는 건지 등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제대로 된 테스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운영 중인 것이라면 우리나라 항만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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