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패키징 및 물류학과 이강대 교수님 인터뷰
Q. 택배 과대포장 규제 단속이 연기됐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과대포장이 크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던 건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아요.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성화됐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늘어나니까 포장 쓰레기에 대한 문제들이 있었죠. 또한 화장품, 완구류 포장에 대해서도 포장산업에 있어서 오래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택배에는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재가 많이 삽입되는데 그런 것들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보입니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의 단속이 연기되었다는 건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 같아요. 공공적인 측면에서는 과대포장이 기후환경 등의 문제. CO2 발생, 물의 오염 등의 맥락이 있었으므로 과대포장을 단속하게 됐던 거죠.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친환경 트렌드는 지속적이지만, 사회적으로 빅 이슈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습니다. 비교적 잠잠하죠.
그리고 과대포장을 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입장도 있는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배송받을 물건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클레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배송업체가 해결하지 못하면 고객이 줄어들겠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간 영역에서는 과대포장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숨통이 트이는 거고요.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Q. 이번 발표를 비롯해서 환경규제의 발전이 느리다는 지적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법에 대한 것은 전공 영역이 아니므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규제가 강화될 것인가, 완회될 것인가' 이 두 가지 측면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포장기업들의 입장, 혹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운송기업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곳들은 환경규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환경규제에 대한 움직임들이 활발했고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환경규제에 대해서 점진적인, 순차적인 적용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오히려 완화되고,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환경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만이 꼭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규제라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 있는 기업들이 먹고사는 문제. 생계의 문제가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생존해야 규제를 받아들일 수 있고, 공공의 정책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몇 년 전부터 언급됐던 다회용 택배상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회용 택배상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 어쩌면 시기상조란 말조차도 시급한 것 같습니다. 과거 5~6년 전부터 다회용 택배상자는 핫이슈였죠. 회수 용기, 관련 택배상자들의 개발, 소재는 플라스틱인지, 회수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든지 이런 이슈들이 있었고요. 당연히 다회용 택배상자를 사용하면 폐기물이 줄어드니까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좋죠. 연구결과에서도 초기 투자비용은 있지만 실제로 골판지 포장보다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 분들도 계세요. 물론, 경제적 이득이라는 건 다회용 택배상자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사람 입장일 겁니다.
큰 문제점은 아무리 좋은 정책, 기술이라도 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면, 시장 인프라가 없으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요. 다회용 택배상자를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회수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봅니다. '회수시스템이 어디서 만들어지느냐' 이것은 시장에서 용기를 회수할 수 있는 운송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해야 한다는 건데요. 게다가 세척하거나 유지·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NFC(근거리 무선 통신)와 같은 IT기술을 적용해서 위치 추적이나 온도관리 등의 이론들을 얘기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회수 용기가 비싸지겠죠. 제가 알기로는 전자 송장과 같은 것이 부착되면 25~30만원이 될 겁니다. 물론 대량생산을 한다는 가정이고요. 그런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회수를 할 때 물량이 있어야 하잖아요. 운송차량이 가서 택배상자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빈 차로 1~2개 들고 나올 수 없습니다. 회수하는 라우팅, 경로가 존재할 텐데 공차가 아니고, 차를 채워서 올 수 있도록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거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증가하는 통행횟수가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다회용 택배상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주된 이유는 회수시스템의 부재고요.
제조하는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플랫폼이 많지만 그들이 상자를 대여해서 혹은 주문해서 쓰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고요. 국내에는 2~3개뿐입니다. 시장이 작다는 뜻이죠. 그렇게 시장이 작은데 회수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냐고 물으면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론적, 학술적으로는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시장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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