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업의 명과 암
◆조철휘 : 그리고 최근 관심사 중 하나인 파페치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 건지 궁금했었는데, 이번 발표를 보면 더 이상 파페치에 대한 투자는 없을 것 같아요.
◆마종수 : 쿠팡은 신성장사업이라고 불리는 큰 축이 몇 개 있는데, 대만사업, 쿠팡페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그리고 파페치거든요. 그 사업들에서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이 나왔어요. 나름대로 성장은 잘했는데 문제는 영업적자가 약 6천억원이 나왔어요. 1조원을 벌고, 6천억원 적자가 났다는 겁니다.
지금 쿠팡이 약 32조원의 매출, 6천억원의 흑자가 났어요. 근데 신성장사업에서 약 1조원의 매출, 6천억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이것도 조정한 거고, 더 많이 성장시켰으면 조 단위의 적자가 났을 수도 있어요. 그 와중에 파페치를 인수했던 겁니다. 파페치만 하더라도 지난해에 연간으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났기 때문에 사실 지금부터는 쿠팡이 적자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갈 길이 굉장히 멉니다. 쿠팡의 흑자가 파페치의 적자에 한순간에 쓸려버릴 수도 있거든요.
◆조철휘 : 그리고 앞으로 대만사업도 계속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기본적으로 재고도 보유해야 하고, 물류 네트워크도 확장해야 하죠.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해도 이후 사업들에 투자할 비용이 많습니다.
◆마종수 : 말씀하신 것들 때문에 쿠팡이 신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에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 영업이익률이 -70~80%였어요. 1억원을 팔면 7천만원 적자였다는 소리인데, 로켓배송 인프라를 위해서 풀필먼트센터를 짓고, 차량이라든지, 배송거점 등을 구축했기 때문이거든요.
대만, 물론 매력적이죠. 도시국가에다가 인구 많고, 소득수준도 높고요. 그런데 또 큰 비용을 투자해서 대만에서 한국과 비슷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직배송을 일부 포기하고, 이제는 퀵플렉스라고 불리는 택배 형태로 가고 있죠. 대만도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배송은 직접 하지 못하고 현지 택배사 위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징적인 면은 있지만 대만에서 사업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철휘 : 또 어려운 게 신사업과 와우회원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와우회원이 늘 수 있었던 요인에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도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종수 : 쿠팡이 굳이 쿠팡플레이, OTT서비스를 하는 이유가 적자가 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와우회원을 늘리는 데에 도움을 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쿠팡이츠 회원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와우회원보다도 객단가가 60%가량 높은 고객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러니까 신사업에서 적자는 나는데, 신사업의 영향으로 와우회원이 늘어나고 있어요. 적자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건데, 관건은 여기가 끝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우리나라 가구 수가 2200만 정도라고 하는데, 더 이상 쿠팡을 이용할 수 있는 가구가 있을까 싶은 거죠. 게다가 이커머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395만명, 노령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는 775만 가구에 달한다는 점도 쿠팡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을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쿠팡 로켓배송이 안 되는 곳이 많거든요. 물론, 인구로 보면 70~80% 이상은 이용이 가능하지만, 지역으로 보면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을 아직 모르는 곳들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수도권부터 부울경(부산, 울산, 경상남도)쪽 경부고속도로 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쿠팡이 앞으로 와우회원을 확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물류센터 확대는 끝났거든요. 진행 중인 것까지 더하면 130만평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죠. 이를테면 지금 일부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간 반품’을 도입해서 고객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물리적인 확대의 시기는 끝났습니다. 와우회원이 1400만명까지 증가한 건 대단하지만, 앞으로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야 회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고민일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