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미치는 영향
◆마종수 : 그렇죠. 국내 셀러들이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위탁판매로, 구매를 안해요. 국내에도 도매매, 도매꾹 등의 온라인 도매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물건을 긁거나, 페이지를 긁어서 쿠팡, 11번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올리고, 마진을 낮게 받으면서 판매를 대행해 주는 거죠. 실제로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사이트에서 바로 배송이 나가는 형태입니다.
100만명의 셀러가 있다면 70~80만명을 그런 형식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을 긁거나, 상품 설명을 가져와서 가격만 1만원짜리 티셔츠라면, 1만2천원 정도로 마진을 붙여서 올리고, 판매가 된다면 배송은 원래 물건을 가지고 있는 도매사이트에서 배송을 해준다는 거죠.
두 번째는 소싱인데, 아까 말씀드린 1688, 타오바오 등의 사이트에서 물건을 갖고 와서 판매하는 거고요. 세 번째는 공장과 연결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내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스펙을 주고 중국에서 물건을 제조해서 넘어올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그런 비중은 10%도 안 될 겁니다. 그러니까 거의 90% 정도는 1688과 같은 곳에서 물건을 갖고 와서 마진 붙여서 판매했던 거거든요. 국내에서는 도매꾹, 도매매 등에서 판매하던 대형 셀러들인데, 이제 원조가 온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셀러들한테 물건을 공급했던 사이트부터 초토화될 수 있다는 거고요.
물론, 국내로 넘어올 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죠. 실제로 관계자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688이 진출하는 것은 국내를 초토화시키는 게 아니라 API를 연동해서 국내 카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으로 편의성을 제공하고, 중국어나 배송 등 불편한 점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의도라고 합니다. 직접적으로 물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내에 있는 셀러들에게 훨씬 더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라는 거죠.
다만, 알리바바 전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그룹 내에는 6개 사이트가 있는데 지금까지 2개를 말씀드린 거잖아요. 이외에도 C2C(개인 간 거래) 사이트가 있는데 그게 바로 최근 화두가 되는 알리익스프레스입니다. 진출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이트는 알리익스프레스 하나라는 거죠. 6개 사이트 중에서 1개만 들어와도 놀랐는데, 심지어 제일 비싼 플랫폼이고요.
그리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형제격인 타오바오가 존재합니다. 알리바바가 똑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하나는 국내용, 하나는 글로벌용으로 만들고 있다는 건 재밌는 포인트죠. 저도 타오바오에서 쇼핑하면 분기 별로 한 번에 옷을 20벌씩 사기도 합니다. 2~3천원에 아동복을 수십벌을 쇼핑하기도 하는데요. 배송기간이 보통 3~4주 정도 걸려요. 배송은 오래 걸리지만 가격은 알리익스프레스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어로 되어 있는 이 타오바오에서도 파파고로 번역하면서까지 구매하는 거거든요.
1688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타오바오도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사이트들은 각각 운영을 다르게 하고 있어요. CEO도 다르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의 전망이 괜찮다면 상대방이 죽든 말든, 공격할 거고요. 쿠팡만 보더라도 PB부서, 로켓그로스부서, 로켓배송부서가 따로 있고 내부적으로는 경쟁관계거든요.
똑같습니다. 알리바바그룹 내의 6개의 사이트들이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칼을 갈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정리하자면 B2B는 1688과 알리바바. C2C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 그리고 B2C는 티몰과 티몰 글로벌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를 B2C라고 하지만, 사실 C2C에 가깝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사이트이기 때문이죠. 이 중에서 여기서 광군절 때,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건 티몰입니다. 여기에는 애플, 삼성전자, 유니레버 등 기업들이 다 있고,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 하루 매출 100조원
◆조철휘 : 11월 11일, 광군절이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였지만, 요새는 7~10일 행사를 진행하는데 하루 매출 규모가 최근 100조원을 넘었다는 게 여기잖아요.
◆마종수 : 맞습니다. 그렇지만 광군절 매출은 티몰을 중심으로 하되 온·오프라인을 다 합칩니다. 알리바바 같은 경우, 신유통이라고 해서 온·오프라인을 옴니채널처럼 연결했거든요. 허마셴셩(신유통매장), 티몰스토어(편의점), 백화점과 마트 등 그 수만개의 오프라인매장들을 쇼룸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서 상품을 보고 11월에 예약판매를 하고, 결제를 누르면 봤던 상품을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다 배송해 주는 거죠. 그래서 최근 알리바바의 11월 11일 매출이 100조원입니다. 지난해 99.9조원이었고요. 지금 국내 시장을 볼 때 쿠팡이나 네이버가 연간 매출이 30조원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건 하루 매출입니다.
◆조철휘 : 광군절에 보면 전 세계에서 다 물건을 준비했다가 들여오잖아요. 매장에서 자동차를 벽에 붙여놓고 판매한다거나, 생고기로 크게 판매한다거나 규모가 훨씬 큽니다.
◆마종수 : 맞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매출이 아니라 거래액이죠. 알리바바그룹은 직매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서 판매가 되는 거래액이 알리바바그룹(온·오프라인) 전체를 합쳐서 하루에 100조원, 그리고 징동닷컴이나 그 외의 그룹들을 합치면 또 100조원이 나오고요.
중국에서 매년 11월 11일에 하루 결제되는 금액, 물론 기간은 10일이지만, 200조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이커머스 전체 규모가 209조원입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에서 5대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의 하루 매출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내부적으로 싸워봤자, 중국이 마음먹고 밀어붙이면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죠.
하루에 60억건의 배송을 합니다. 초당 45만건의 주문이 몰려드는 거거든요.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주문이 들어오는 걸 최적의 경로로 계산해내는 기술, 배송을 위한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등이 알리바바의 굉장한 강점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저렴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이커머스에서는 오히려 글로벌에서 앞서가고 있는 플랫폼, 솔루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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