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의 큰 그림
동원그룹의 계열사 동원로엑스는 부산, 인천, 울산 등 전국 주요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권역 별로 철도 인프라를 구축했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까지 갖춘 종합물류기업입니다. 항만하역, 육상운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회사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은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원이 만일 HMM을 인수하게 된다면 자체적으로 선박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육상과 해상을 잇는 물류망을 구현함과 동시에 부산터미널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죠. 특히 컨테이너선은 정기선 사업으로 항만터미널을 확보하면, 제 때에 도착하는 '정시성'의 확보가 용이해지고, 항만하역작업의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머스크를 비롯한 해운사들의 전략이라고 일컫어지는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전환의 측면에서도 적합한 인수합병으로 볼 수 있고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원그룹은 연결기준 매출 8조8660억원, 영업이익 49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는데요. 특히 참치와 수산물 판매가 주력인 동원산업의 비중은 감소하고, 간편식과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 식품 계열사 동원F&B(4조236억원), 포장 계열사 동원시스템즈(1조4370억원),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1조2142억원) 등 사업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HMM의 중요성
각 기업의 방향성을 보면, 이번 HMM 인수는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잠재적인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미래 먹거리로 삼을 수 있고요. 특히나 식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물류 역량이 필수적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더 심화되고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은 위기로 치닫고 있거든요.
해운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HMM과 시너지 효과를 잘 낼 수 있다면 '황금알'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죠. 특히 HMM의 영업망,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와 경험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지난해 HMM은 93%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중심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벌크선을 55척까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장기 운송계약에 주로 활용되는 벌크선은 해운 불황기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은 급락했으나, BDI(발틱운임지수, 벌크선 운임을 지수화한 것)는 급증했던 것만 보더라도 그렇고요.
또한 위기에 대응함과 동시에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K-푸드는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거든요. 올해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 7억6541만달러를 이미 돌파했습니다. 한국 라면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은 삼양식품인데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요. 이것만 보더라도 밀을 국내로 들여와야 하고, 라면을 제조해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HMM이라는 '물류'를 보유하게 되면 식품기업에게는 어떤 강점이 있을지 알 수 있겠죠.
HMM의 인수 후보군이 하림과 동원으로 압축된 와중,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니 만큼 영향을 줄 것을 예상해 매각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서두에 언급한 '곡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분구조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한국판 카길' 계획이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겠는데요. 세계 곡물시장을 꽉 잡고 있는 'ABCD(Archer Daniels Midland/Bunge/Cargil/Louis Dreyfus)'의 리스크, 즉 곡물 자급률을 늘리기 위해 삼성물산, 한진, STX 등 공동으로 세계 곡물의 중심지인 미국에 해외 기업을 세워 물량을 조달해오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러나 경쟁기업, 비용 등 이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는데요. 그 이후 곡물 조달시스템에 대한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식탁의 운명이 걸린 만큼, 눈앞의 이익보다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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