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확실성 요인 급증...물류 직격탄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무역 교역량(컨테이너, 벌크선, 유조선 등 모두)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12/12 화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12/12 화요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 혼자만 따로 행복해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 달라이 라마 -
 
 
◆글 : 한국국제물류사협회 구교훈 회장
 
◆(2부) 수에즈에 파나마까지, 공급망 혼란 재현되나?
 
✔ 수에즈운하의 중요성
 
코로나 팬데믹 당시 수에즈운하를 통항하던 대만 에버그린(세계 7위)의 에버기븐호,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좌초가 됐어요. 그 당시 언론에서 많이 다뤘는데, 선박이 지나갈 수 없게 됐습니다. 원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폭은 약 60m로, 양쪽의 유격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약 80m의 폭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에즈운하의 폭은 약 205m로 넓은데, 문제는 에버기븐호가 거의 가로로, 대각선 형태로 좌초돼서 선박들이 지나갈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무역 교역량(컨테이너, 벌크선, 유조선 등 모두)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컨테이너는 좀 더 많아서 약 20%로 예상되고요. 이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슈가 발생해 통항이 안 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다는 걸 보여준 사고입니다. 약 일주일의 기간 동안 말이죠.

 

수에즈운하를 관리하는 곳이 수에즈운하청(SCA)이거든요. 당시 이 수에즈운하청에서 장비를 동원해서 일주일 동안 뻘이나 모레를 다 걷어내서 결국 선박을 물에 띄웠습니다. 원래 수에즈운하를 통항해서 지중해로 넘어가고, 지브롤터 해협으로 유럽의 로테르담, 함부르크항 등 주요 허브항만으로 가게 되는 거거든요. 우리나라의 HMM도 기다리다 안될 것 같아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밑으로 돌아서 유럽으로 간 적이 있어요. 희망봉 경로라고 하죠. 이렇게 될 경우 문제점은 운송경로가 1만km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기름값이 추가가 되고, 가장 중요한 건 운송시간. 리드타임이 추가적으로 길어지죠. 에버기븐호 좌초사건으로 인해서 수에즈운하의 중요성이 부각된 셈입니다.

 

 

✔ 각종 비용의 증가

 

최근 수에즈운하에 또 다른 이슈가 생겼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입니다. 12월 9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구축함이 공격을 받았고요. 이게 문제인 점은 에버기븐호 좌초사건은 일시적인 사고였으나, 이번에는 지정학적인 리스크이기 때문에 단기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이는 각종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는데요.

 

먼저 선박보험에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P&I 클럽이라는 선주상호책임보험. 선박이 침몰, 좌초, 충돌, 부두시설 파손, 컨테이너 유실, 사상사고 등 위험을 패키지로 보상할 수 있는 보험입니다. 전 세계 한 10여개가 있는데 가장 큰 곳이 영국의 UK P&I고, 우리나라는 1999년에 선주상호보험조합법이 제정돼서 K P&I라고 합니다. UK P&I 클럽은 최근 홍해 남부를 고위험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지나는 선박들에게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독일 선사인 하팍그로이드(세계 5위)는 이스라엘을 오가는 모든 화물에 대해서는 전쟁위험할증료를 최대 TEU당 최대 80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추가 보험료에 더해 머스크, MSC, HMM 등 글로벌 선사들도 전쟁위험할증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이와 더불어 수에즈운하는 운하통항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수에즈운하는 개통한지 150년이 넘었으며, 연간 2만척 정도의 선박이 통항하고 있고, 특히 컨테이너 선박에게는 매우 중요한 운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말라카 해협을 지나고 인도양 밑으로, 수에즈운하를 통항해서 유럽까지 가는 경로가 구주항로. 유럽항로의 메인이거든요. 전 세계 선사들의 양대 항로라고 하면 LA·롱비치항로 가는 미주항로. 로테르담, 함부르크항으로 가는 유럽항로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집트에서는 연간 운하 수익이 좋습니다. 지난해 79억달러(약 10조원)을 벌어들였거든요. 게다가 올해 운하통항료를 계속 올렸어요. 2월에 6%, 3월에 50%, 5월에 할증료를 7~20% 올렸고, 내년 1월 15일에 15% 올리겠다고 했고요. 올해 수익은 약 103억달러(약 13조원)가 예상된다고 해요. 이집트 국가의 수익 중 피라미드, 스핑크스와 같은 관광지, 수에즈운하 비중이 꽤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인해서 글로벌 공급망이 깨졌던 과거가 있고,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서 수에즈운하를 통항할 때 선박의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할증료가 붙게 된 겁니다. 이런 부분들은 화주한테 악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우회항로인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간다든지, 중국에서 TCR(중국횡단철도)을 통해서 카자흐스탄-모스크바-유럽까지 갈 수 있는 철도가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고부가가치 화물이라면 항공으로 운송할 수도 있겠죠. 결국 항공화물 운임도 올랐어요. 항공화물의 운임지수는 홍콩 출발을 기준으로 합니다. 지금 kg당 6달러15센트인데 지난 10개월간 최고치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kg당 12달러 정도로 역대급 최고치를 찍고, 계속 떨어지다가 최근에서야 이런 높은 수치로 나온 거고요. 이런 현상도 수에즈운하의 영향이 일부 포함됩니다.

 
(수에즈운하는 이전에도 초대형 선박 좌초로 공급망 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 파나마운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건 파나마운하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나마운하는 원래 1880년, 프랑스에서 먼저 공사했습니다. 그런데 태평양과 대서양의 높낮이가 달라서 선박이 그냥 통항할 수 없다는 걸 프랑스가 몰랐고, 결국 공사를 포기했거든요. 이걸 미국이 1904년에 인수하고 1914년에 완공을 시키죠. 길이는 82km로, 수에즈운하의 길이가 164km이기 때문에 2분의 1정도입니다. 이걸 85년간 미국이 사용을 해왔고요.

 

그리고 1999년에 미국에서 파나마 정부에게 이 파나마운하를 넘겨줬어요. 역시 여기도 파나마 운하청이 운영하는데, 2016년에 신 운하를 팠습니다. 기존 운하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운하를 넓게 팠어요. 원래는 기존에 파나막스(파나마 운하를 통항할 수 있음)급은 폭이 33.5m입니다. 그리고 새로 만든 신 운하가 뉴 파나막스급인데 이게 1만4천TEU까지 통항이 가능합니다. 올해까지 통과한 기록을 보면 제일 큰 배가 약 1만4천TEU급으로, 거의 3배까지 늘어난 겁니다. 파나마 운하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고요.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1만5천척 정도로 연간 수입이 2조원 정도입니다. 수에즈운하와 비교해 보면 척수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수에즈운하의 폭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유조선과 같은 초대형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서 발생한 차이입니다. 이 파나마운하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운송할 때 이용하는데요. 부산신항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서 미국의 동남부로 이동하는 항로죠. 미국의 동남부 항만들이 최근 뜨고 있는데 휴스턴, 뉴올리언스, 현대글로비스가 임차해서 쓰고 있는 모빌, 사바나, 찰스턴, 뉴욕 항 등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국의 서안 항만들이 상습적으로 체화, 체선을 겪었고, 공급망의 지연이나 단절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거기에 노동자들이 부족하고 파업을 하다 보니 서안을 통한 복합운송의 경쟁력이 약해진 거죠. 그 틈을 타서 동남부 항구들이 약진을 한 겁니다. 그렇다 보니까 동남부에 있는 항구로 가려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게 되는데요. 올워터서비스(All Water Service, 전 구간 해상운송)라고 하는데 이 항로의 이용률이 늘어났고, 앞서 언급했듯 선박의 크기도 커졌습니다. 이게 기본적인 구조인데 이 파나마운하에 문제가 생깁니다.

 

※ 2023.12.14 목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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