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수 :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들이고, 지금은 이미 조 단위 이상의 물량이 있어요. 그런데 로켓그로스는 직매입하는 형식이 아닌, 로켓배송 인프라에 셀러들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물량을 받으면 매입, 분류, 보관, 피킹, 패킹, 배송 등 전체 단계에서 각각의 요금을 부과해서 수익모델을 만들고 택배,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입니다.
김범석 의장도 쿠팡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쿠팡이 흑자가 날 수 있는 요인을 얘기했어요. 먼저 충성고객 확보가 있었고, 다음으로 로켓그로스와 같은 3PL(3자 물류) 서비스를 확대해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모델로 가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리고 아마존을 보면 쿠팡이 이 수익모델을 왜 가져가려는지 보입니다. 아마존은 2006년도부터 풀필먼트 서비스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셀러들의 상품을 보관하면서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 풀필먼트 비중이 전체 물량 중 60%가 넘었거든요. 그게 아마존의 수익모델이고, 쿠팡의 로켓그로스와 비슷한 형태이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입니다.
쿠팡은 반대로 간 거죠. 아마존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메인으로 가져갔을 때, 쿠팡은 형태만 직매입 풀필먼트였고 실질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2018년도에 '로켓제휴'라고 해서 일부 서비스를 했고, 2020년도에 그 서비스를 '제트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그게 지금의 로켓그로스로 바뀐 겁니다.
◇조철휘 : 맞습니다. 쿠팡이 그동안 메인으로 가져갔던 부분은 로켓배송이라는 영역이고, 로켓그로스라는 입점 셀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제 끌어온 거죠. 이미 전국에 물류거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앞으로 확대해 나갈 것 같습니다.
◆마종수 : 일부는 흔히 알고 있는 위킵, 마이창고, 개미창고, 파스토 등의 풀필먼트 기업들이 있지만, 그 시장은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고도의 성장을 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고요. 반면에 쿠팡이 로켓그로스를 강화한다는 것은 판도가 바뀌는 일이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쿠팡의 배송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첫 번째는 로켓배송입니다. 직접 사서 직접 배송하는 거고요. 이건 풀필먼트 서비스가 아니죠. 자기가 자기 돈을 들여서 배송하는 거니까요.
✔ 연간 10억건의 물량
◆마종수 : 두 번째는 '로켓윙스'가 있습니다. 마켓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시장이 있죠.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처럼 쿠팡 사이트에 셀러가 직접 상품을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셀러가 직접 배송을 책임지는 거예요. 전체 매출로 본다면 쿠팡의 로켓배송이 26조원 정도, 마켓 플레이스 매출이 올해 20조원 정도가 나올 것 같아요. 20조원, 연간 10억건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거든요. 롯데, 한진의 물량을 합치면 연간 11~12억건 정도니까요.
지금까지는 연간 10억건에 달하는 쿠팡의 마켓 플레이스 물량을 외부의 택배사에서 배송했습니다. 그 외부라는 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이겠죠. 건당 1600~1800원으로 연간 위탁계약을 맺고, 쿠팡에서 물건을 팔지만 배송은 기존 택배사가 하던 방식이 로켓윙스라는 겁니다.
그동안에는 쿠팡이 평화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로켓그로스가 나오면서 기존에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던 마켓 플레이스 상품까지 직접 맡겠다는 거죠. 이게 임팩트가 있던 사례가 한진이었습니다. 한진이 원래는 로켓배송 물량 중에서 일부 물량, 한진 전체로 보면 10% 정도의 물량을 위탁계약으로 난배송 지역, 외곽지역 등에서 배송했는데요. 쿠팡이 물류인프라를 확충하면서 그 물량을 직접 배송하겠다고 가져갔습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물량을 회수했는데, 로켓그로스는 더 심한 거죠. 연간 10억건에 달하는 물량을 쿠팡이 자체적으로 소화하겠다고 밝힌 거니까요.
◇조철휘 : 쿠팡이 로켓그로스를 강화한 이후 소비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체감되고 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어떤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쿠팡에서 배송하는 경우가 늘어났거든요. 일부는 CJ대한통운, 롯데 등의 택배사에서 배송을 해주지만, 짧게는 2일 길게는 5일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앞으로는 이 비중이 더 줄어든다는 거네요.
◆마종수 : 국내 택배시장이 연간 41억건인데, 성장이 정체된다고 하면 이제 그 시장을 나눠먹는 거거든요. 그런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건 정도의 물량이 기존 택배사에서 쿠팡으로 간다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