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성장의 이면 <물류편>

자동화 설비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캠프의 수작업을 줄이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9/5 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9/05 화요일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 처칠 -
 
 
 
✔ 자동화 투자 리스크
 
쿠팡 대구센터의 총 투자비는 4000억원 이상이며, 자동화를 도입했기 때문에 수익모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소팅봇(sorting bot, 분류 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량), 셔틀(shuttle) 등 국내 자동화 설비 중 흑자 운영모델은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자동화 설비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캠프의 수작업을 줄이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일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는 휠소터(wheel sorter)류의 자동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여 현장의 캠프를 효율화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거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말씀드리면 아직 시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장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구센터의 자동화는 홍보적인 측면으로는 좋으나, 인건비로 운영되는 타 센터 대비 운영비를 절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향후 대구센터 규모의 자동화 설비를 몇 군데 더 구축하게 되면 오히려 경상이익 악화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자동화는 한 번 도입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점도 안 좋게 작용하고요. 최근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모 식자재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후 인력은 줄이지 못하고, 생산성은 떨어져서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자동화는 도입할 때보다 구축한 후가 중요합니다. 몇 년간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프로그램을 정비하고,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 물동량 에러에 대한 피드백, 설비 재배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죠. 기존 자동화설비를 철거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로 보더라도 B2B가 아닌, B2C 자동화로 흑자를 낸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류자동화 업계에서 숭배하던 아마존 키바시스템도 포함된 이야기고요. 아마존도 200개의 풀필먼트센터 중 자동화센터는 30%밖에 안 됩니다. 키바시스템도 수십만명의 피킹인력 필요, 운영공간 낭비요소 발생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추가적인 확대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간선 물류비용 부담

 

쿠팡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치인 1000만개의 상품 구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합배송하기 위해 센터 별로 보관 재고를 차등 운영 중이며, 이로 인한 전국 센터 간 간선 물류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반 배송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재 센터 통폐합, 복합물류 형태로 대형화, 서브센터 구축 등의 방법을 실행 중이나 이로 인한 비용 증가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냉장/냉동센터의 과도한 사전 확보로 가동률이 저하되고, 고정비용을 개선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도 미국 전역에 있던 200개, 500만평의 풀필먼트센터를 8개 권역으로 축소, 통폐합 중인데요. 이는 그동안 3억개에 달하는 판매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과거 아마존은 냉장/냉동, 가전, 가구처럼 카테고리가 특화된 상품들, 수천만개의 SKU가 있는 생활잡화, 패션 상품을 각 지역별 센터에 별도로 보관하고, 미 52개주 전국 단위의 간선 이동을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인공지능이 전국의 센터를 검색해서 재고 유무를 파악하고, 합포장비용과 고객까지의 배송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센터 간 상품을 모은 겁니다. 예를 들어 미 서부에 사는 한 고객의 주문을 수행하기 위해서 재고의 유무에 따라 미 동부에서 서부까지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거죠. 따라서 수백~천km의 상품 간 이동이 필요하므로 간선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요구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6~7개주를 하나의 배송 권역으로 묶어 상품을 보관하고, 해당 권역 내에서만 간선 이동과 배송을 진행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배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상품 구색과 물류 네트워크 전략을 조정 중이고요. 센터를 확대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지역에 따라 중소 규모의 센터를 폐쇄하고 초대형 거점센터로 사이즈를 키워가는 모습입니다. 한 센터에서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보관하고, 전통적이고 신속한 배송을 위한 소테이션 센터(분류센터)의 역할과 비중을 키워나가는 복합물류센터전략으로 회귀 중인 거죠. 아마존은 약 6조8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전체 물량의 65%가 출발하고, 75%가 도착하는 수도권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각 권역 별로 상품을 운영하고, 물류 네트워크를 구성해 간선 이동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프레시백 회수율에 대한 문제는 과거에도 조명된 적이 있습니다)  
 
✔ 쿠팡 퀵플렉스 체제
 

쿠팡은 쿠팡친구(전 쿠팡맨)를 통한 직영 배송체제에서 최근 택배업으로 본격 진출했습니다. 고정비 축소를 목적으로 일반 택배 대리점 형태인, 퀵플렉스 영업점에 소속된 개인사업자들에게 배송을 일임하고 있는 건데요. 각 영업점은 3명 이상의 자영업 지입기사와 함께 쿠팡기사가 배송하던 지역의 배송을 대행하는 구조입니다.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쿠팡이 배송 권역을 조정하거나 배송 실적에 따라 일부 영업점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쿠팡 측에서는 쿠팡 퀵플렉스 영업점은 택배사의 대리점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계약서에서도 해당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영업권 회수 조항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거죠.

 

퀵플렉스 영업점 측은 목표 물동량이나 프레시백 회수율 등의 조항이 100%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계약이며, 배송기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므로 영업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일반 택배 대리점 계약은 본사에서 쉽게 해지가 어려운 구조이고, CJ대한통운처럼 배송 밀도가 높은 회사와 배송이 많은 지역의 기사님들은 해당 구역의 영업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개인 간 양도 시 택시면허처럼 구역 별로 거액의 권리금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구역들은 주로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5년 차 이상, 오랜 기간 근무한 기사님들이 신입 기사일 때 빌라 단지, 주택가처럼 소위 좋지 못한 구역을 담당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승진하듯이 점점 좋은 구역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것도 있습니다.

 

현재 쿠팡 전체 물량의 약 70%를 영업점 형태의 지입기사들이 배송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한때 쿠팡친구는 1만5천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없어지고 주말배송이나 쿠팡 퀵플렉스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백업 역할로 조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때문에 1만명이 넘는 쿠팡 퀵플렉스 기사들이 단체 행동을 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선제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 고객서비스 저하

 

또한 쿠팡 퀵플렉스 기사들은 신입인 경우가 많아 배송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습니다. 게다가 쿠팡이 배송기사들을 위해 캠프에서 자체 인력으로 진행해왔던 사전 분류작업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배송시간 지연 등의 우려가 일부는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요.

 

실제로 예전의 쿠팡은 4개 분량의 롤테이너를 A, B, C, D 배송 권역으로 쪼개서 배송기사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적재할 때 기존의 택배사들보다 시간이 단축됐습니다. 게다가 2019년 전후에 나온 쿠팡의 신형 배송차량은 적재함을 양쪽 측면 개폐형의 슬라이딩 도어 방식으로 개조했으며, 토트박스(플라스틱 박스)에 비닐 폴리백 상품을 담아서 적재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기존 택배차량보다 적재와 배송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구조로, 많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혁신적인 시스템이었죠.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차량 적재시간을 1시간 단축한다면 1만5천명이 하루 1만5천시간을 단축해서 연간 수백억원의 배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잘 설계된 솔루션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측면 슬라이딩 도어 차량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죠. 쿠팡친구 기사들이 사라진 자리를 쿠팡 퀵플렉스 기사들로 빠르게 채웠는데 이들은 개인 자영업자이며, 차량도 적재함의 뒷문으로만 적재하고, 꺼낼 수 있는 예전 방식의 차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00명이 넘는 프로세스 개선 전문 직원들이 오랜 시간 혁신해왔던 ‘로딩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배송 경로와 물량을 시스템이 결정하는 것)’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2023.09.07 목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

 
※ 로지브리지가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는 유튜브 <유통의신>에서 오는 10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쿠팡의 고도성장 그 이면을 심층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시 한 번 안내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광고 : 국제물류사는 국제물류와 무역업무에 대한 지식 및 활용능력으로 기업의 국제물류 활동과 관련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무를 수행합니다. 무역업체, 국제물류주선업체, 화주기업 등의 국제무역물류와 관련된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기)
 
 
 
※ 광고 : 군산대학교 국제물류학과는 21세기 녹색성장 및 신경제 체제의 거점인 새만금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적 국제물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개설된 군산대학교 특성화 학과입니다. 졸업후에는 국내 및 글로벌 물류기업, 항공사, 해운사, 제조기업, 컨설팅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류 및 경영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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