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의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서비스 쿠팡플레이에 접속해 보면 CJ ENM의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CJ ENM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흥행 콘텐츠를 다수 배출한 CJ그룹의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인데요. 대표적으로 '기생충', '극한직업'과 같은 천만 영화, '스트릿우먼파이터', '서진이네' 등의 예능을 흥행시켰습니다.
CJ그룹과 쿠팡은 이른 바 ‘햇반전쟁’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듯 보이는데요. 납품단가에 대한 갈등으로 CJ제일제당은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후 쿠팡은 즉석밥 후발주자인 하림과 손잡았고, 하림의 쌀가공 상품 매출은 10배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6월에는 ‘국내 식품 시장에서 수십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게재했습니다.
게다가 쿠팡은 최근 ‘로켓럭셔리’를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죠. 또한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 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 가는 택배기사’라며, 기존 택배업계와 쿠팡의 택배기사의 처우가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쿠팡플레이에서 CJ ENM의 콘텐츠가 없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티빙(TVING)과 CGV를 보유한 CJ ENM에게 쿠팡플레이는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 확실한 차별화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1000만명이 넘는 와우회원들이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과는 조금 다른 부분인데요.
지난 7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약 548만명으로, 국내 OTT 시장(넷플릭스 제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티빙(547만명)을 제쳤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함께 6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티빙 오리지널 제공 프로모션 종료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요.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MAU는 5월 약 432만명, 6월 약 506만명, 7월 약 548만명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MAU가 상승한 이유로는 스포츠 콘텐츠가 꼽히고 있는데요. 해외 주요 축구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따냈으며, 지난해에는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OTT 가운데 처음으로 K리그를 생중계했는데요. 넷플릭스, 티빙 등의 OTT에서는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우려는 반면에 스포츠 중계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운 겁니다. 게다가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SNL코리아’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밈(meme)의 열풍을 만들었던 콘텐츠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된 쿠팡플레이의 경쟁력은 올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국내 선수들의 해외 축구팀 이적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강인 선수가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하자마자, 바로 국내 축구팀인 전북 현대와의 친선경기를 진행한 점을 보면, 다른 해외축구팀의 내한이나 독점 생중계에 쿠팡플레이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고요.
스포츠 콘텐츠는 OTT 사용자의 폭을 훨씬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쇼핑앱인 쿠팡의 특성상 여성의 비중이 높으나, 스포츠 콘텐츠를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남성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거죠. 6월에는 ‘쿠플클럽’을 론칭해 국내 IPTV와 VOD에서 유료로 볼 수 있는 ‘존 윅4’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상영하고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플시네마’도 계획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통적인 대기업과 쿠팡은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 OTT는 힘든데
반면 국내 OTT 사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6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건데요. 왓챠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인수 얘기가 오고 갔던 LG유플러스도 인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OTT 사업자들의 적자가 극심한 이유 중 하나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때문인데요. 경쟁자들에게는 없는 독자적인 킬러 콘텐츠를 제작해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락인(Lock-in)시키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 3사(티빙, 웨이브, 왓챠)는 과열되는 콘텐츠 경쟁으로 비용은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감소했습니다.
티빙의 경우, 모회사인 CJ ENM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8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흥행 영화를 다수 배출하던 CJ ENM이 최근 내놓은 ‘외계+인’, ‘카운트’ 등이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관(CGV) 방문이 어려워진 점도 나쁘게 작용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값이 비싸진 영화관 티켓보다는 집에서 모바일 또는 TV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았고요. 대표적으로 천만 감독이라고 불리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기대작으로 평가받았지만 동원 관객 ‘51만명’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 아쉽습니다
쿠팡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는 OTT 사업자들의 부진한 실적과 더불어 쿠팡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적자에 시달리는 와중 콘텐츠의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경우, 곧바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해 '콘텐츠 원가'에 2110억원, 콘텐츠 제작사에 지불하는 ‘지급수수료’에 603억원을 지출했는데, 각각 전년 대비 약 200억원, 700억원 높은 수치입니다.
쿠팡플레이에서 CJ ENM의 콘텐츠들을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쿠팡플레이의 핵심 경쟁력이 스포츠 콘텐츠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용자 이탈 등의 영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월 4990원으로 무료배송, 반품 등의 택이 굳건하게 존재하고, 쿠팡은 올해 쿠팡플레이가 포함된 신사업부문에 4억달러의 투자를 예고하며 와우 회원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4일, 쿠팡은 연예 매니지먼트(씨피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공식적으로 출범하고 아티스트 신동엽과 전속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엔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쿠팡플레이와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쿠팡플레이에 부족했던 글로벌,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조금씩 채우는 모습이죠.
이러한 모습을 볼 때 CJ ENM의 행보는 다소 아쉽습니다. 유통, 물류에서 시작된 갈등이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새로운 경쟁 전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와우멤버십이라는 강력한 기둥으로 모든 혜택과 고객을 락인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CJ그룹은 흩어져서 시너지 없이 각자의 전략만 보여주는 모습이거든요.
물론 저희가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꾸준히 다뤄왔듯, 그룹사 간의 통합 또는 협력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략적으로 서로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쿠플시네마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CJ ENM의 경쟁력이었던 'OTT(티빙)'와 '영화(CGV)'를 쿠팡플레이 앱 하나로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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