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왜 HMM을 탐낼까?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며 지배구조 재편을 완성하며, 동원그룹의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8/29 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8/29 화요일
 
 
 
연근해에서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않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것은 내 삶의 원칙이자
기업경영의 원칙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하는 분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 동원그룹 김재철 -
 
 
✔ 4파전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HMM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7월 20일 매각 공고를 내고, 이달 21일 예비 입찰 서류를 마감한 건데요.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동원그룹, LX그룹,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그리고 독일의 물류기업 하파크로이트까지 네 곳으로 추려졌습니다.
 
인수대상은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 1억119만9297주와 해양진흥공사 주식 9759만859주에 더해 영구전환사채(CB) 등에서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2억주를 합쳐 총 3억9879만156주입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인수금액은 5~6조원 규모로 추측됩니다.
 
 
✔ 수직계열화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며 지배구조 재편을 완성하며, 동원그룹의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동원산업은 1969년 4월 16일 설립된 기업인데요. 이 회사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국내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승선하며 쌓은 경험과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됐습니다. 동원그룹의 사업영역은 크게 ▲해양·물류 ▲식품가공·유통 ▲금융·생활서비스 ▲글로벌 네 갈레로 나뉩니다.
 
해양물류 부문은 ▲동원산업 ▲동원로엑스 ▲BIDC ▲동원로엑스냉장이 있고, 식품가공·유통 부문은 ▲동원F&B ▲동원디어푸드 ▲동원홈푸드 ▲동원팜스가 있습니다. 금융·생활서비스 부문은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동원CNS ▲동원기술투자가 있으며, 글로벌 사업으로 ▲StarKist ▲S.C.A SA ▲TTP ▲MVP ▲TALOFA SYSTEMS ▲CAPSEN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인재·사회공헌 일환으로 ▲동원육영재단과 ▲동원리더스아카데미를 두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동원그룹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직접 수산물을 어획하고, 이를 초저온으로 동결한 다음, 가공과 물류 과정을 거쳐, 전 세계 각지의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거쳤는데요.
 
2008년 미국의 최대 참치 브랜드 'StarKist'를 인수하고, 2014년 캔·유리병 제조업체 아르다 사모아, 2015년 포장재기업 TTP, MVP를 인수했습니다. 2017년에는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고, 2018년 부산신항 최대 물류기업인 'BIDC'를 인수하며, 물류 역량을 한 단계 더 강화하게 됩니다.
 
(냉장·냉동센터 물류가 운영되는 현장은 이렇습니다)  
 
✔ 가능성은?
 
HMM은 2023년 기준 자산 총액 28조8000억원으로 재계 19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반면 동원그룹 자산규모 9조원으로 재계 5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대금 마련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진행하던 인수합병(M&A)가 모두 무산된 점을 보면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반면 동원그룹이 단독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합니다. 내부적으로 계열사의 지분 유동화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그 이유는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의 지분구조가 오너인 김재철 명예회장(15.5%)과 김남정 부회장(43.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1.14%로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부 계열사의 자산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동시에 계열 분리가 이뤄진 한국투자증권이 우군에 나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 왜 인수하려 할까?
 
동원그룹의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일찍이 바다의 중요성을 간파했습니다. 김 회장은 세계지도를 거꾸로 그려 바다에 초점을 맞춘 지도를 걸어두기로 유명합니다. 그의 저서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기준으로 삼았던 지도는 유럽인의 시각만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놓으면 세상은 전혀 달라진다.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달린 작은 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있는 민족 번영의 터전이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동원은 HMM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HMM 인수를 통해 해상운송부터 항만과 육상물류가 이어지는 종합물류체계를 구축하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특히 동원그룹은 이미 스타키스트,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M&A를 성공시켜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한 경험도 있는 터라, 동원그룹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참여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변수도 있습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어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원그룹 또한 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 수산물과 관련 가공식품의 소비 감소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HMM 인수에 신경을 쓸 여력이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동원그룹이 HMM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라는 경영인으로 평가를 받는데, 그 이유는 1970년대 석유파동이나 1997년 IMF와 같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과감하게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도 HMM 의지가 높다고 알려진 만큼, 앞으로 어떻게 인수가 진행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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