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것은 지금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1번가 측에서 공식적으로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따라서 인수설이 대두된 이유는 무엇이고,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했을 경우에 좋은 점, 지분 교환 형식이라는 점에서 수반되는 문제점 등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11번가 인수설이 거론되는 이유는 11번가가 올해 하반기 안에 IPO(기업공개)를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2018년, 11번가에 대한 투자를 받을 당시 조건 때문인데요. 2023년에 IPO를 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드리겠다는 조약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IPO 시장이 쉽지 않은 모습이죠.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을 시도했다가 대다수가 철회한 상황인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SSG닷컴도 상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장 쉽지 않다 보니까 IPO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가 있는 상태고, 컬리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11번가의 경우, IPO가 2023년도 하반기에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기존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SK스퀘어 측에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즉, SK스퀘어는 추가적인 조 단위의 지출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큐텐이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차례차례 인수하면서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고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확장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양강 구도(쿠팡, 네이버)로 고착화되어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타겟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하면 큐텐이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영역은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 이커머스의 영역이고,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영역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는 거죠.
큐텐은 지금 국내에 있는 오픈마켓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포함해서 쿠팡, 네이버가 아닌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하나로 합치고, 인바운드(수입)가 됐든, 아웃바운드(수출)가 됐든 하나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큐익스프레스를 통해서 이미 직구·역직구 서비스가 시작됐죠. 11번가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IPO라는 과업을 앞두고 모회사인 SK스퀘어가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는 정황. 더군다나 최근 국산 상품들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때문에 큐텐은 국내에서 아이템 소싱이 원활하지만 쿠팡과 네이버에 밀려서 부침을 겪고 있는 곳들을 하나로 합쳐서 한국 베이스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런 이유에서 '11번가도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겠냐'라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 와중에 지분 교환 형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기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11번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 큐텐이 자신의 주식과 교환해준다는 것은 시쳇말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큐텐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주식과 교환을 하는 형태가 현금유출을 줄이면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서비스를 빠르게 안착시키기에 유의미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 아마존은 어디로
큐텐으로 11번가가 인수될 경우 아마존과의 협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는 없어요. 다만,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11번가가 아마존과 협업했을 때 여러 가지로 진행했던 전략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T우주와 결합한 아마존 무료배송 혜택 등이죠. 근데 그것이 결코 11번가 거래액의 증대로 유의미하게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아마존이 생각보다 미온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 11번가에게 큐텐은, 아마존이 아닌 또 다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강화 카드입니다. 큐텐의 강점인 동남아시아 쪽은 전통적으로 한류에 대한 인기가 높죠. 미온적이면서 다소 물류에 대한 부대비용이 많이 수반됐던 아마존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큐텐 쪽으로 선회를 해서 동남아시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아울러 큐텐과의 합병은 지분 교환 형태로 추정되고 있죠. 아마존이 11번가와 협업을 구축했을 때 지분 주겠다는 말은 안 했거든요. 때문에 큐텐으로의 방향성 전환은 11번가 입장에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것을 진짜로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찬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아마존은 정리가 되고 큐텐과 동행하게 될 확률이 조금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