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해운회사. 대한해운, 대한상선, SM상선 이런 기업들이 여태까지 잘 나갔을지 모르지만 앞으로가 의문입니다. 제가 알파라이너(Alphaliner)를 보니까 현재 HMM은 선복량 8위이며, 글로벌 TOP 20중에 SM상선은 없습니다. 장금상선이 20위로 10만3985TEU, 여기에 발주해놓은 선복량이 8만4천TEU로 합치면 약 19만TEU가 됩니다.
그런데 SM상선은 6만8620TEU로 26위이며, 발주한 선박도 없습니다. 해운의 최고가 되겠다고 하지만 투자는 하지 않는 겁니다. HMM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 1조원 가까이 끌어모았지만 SM상선에 선박 발주는 안 한다는 것은 오히려 해운기업으로 보면 장금상선이 HMM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SM상선은 종합물류기업이 아닌 해운기업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봅니다. 해운이 불황일 때, 침체기일 때 방법이 없다는 거죠. DHL, DB쉥커, 머스크 등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을 보면 보통 종합물류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탱커, 벌크, 컨테이너, 중량물, 택배, 익스프레스, 이커머스, 컨테이너터미널, 계약물류, 철도, 통관, 보관, 창고, CFS, CY 등 다각화된 물류업무를 통해서 리스크를 풀링하고 분산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SM그룹은 이런 부분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해운불황이 닥친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룹 경영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게 되겠죠. 대출을 받아서 인수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대출금은 갚아야 하는데 금리는 올라가게 될 거고요. 그래서 현대자동차, 포스코, LX 그룹 등 보다 HMM 인수 후보자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STX그룹 등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거고요.
✔ 신중하고, 철저하게
결국은 산업은행이 입찰할 때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서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무안정성, 자금조달에 대한 적격성, 타당성이 있어야 될 것이고요. 단순히 회사를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겠다는 것은 부족하다고 봅니다.
해운산업을 위해서도, 국가,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HMM의 매각 과정은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 매각의 시기가 적합한 것이냐를 보면 약간 늦은 감이 있고,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요. 매각가에 대한 부분도 과도한 것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인수할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SM그룹이 단독으로 의향을 밝히고 인수하는 것이 마냥 좋은 그림은 아니에요. 좋은 기업들이 좋은 경쟁을 해서 인수해야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기업을 가지고 어떤 회사가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인수하고 나중에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산업은행이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봐요.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걸 풀어야 하고, 제도적인 부분이 있다면 금감원과 협력해서 해소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인수기업으로 하여금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합하게 인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