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쉬인의 성공비결은 '공급망'

그렇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ESG 경영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시대를 역행한다는 건데요. 패스트패션은 꾸준하게 환경적인 이슈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패션업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트렌드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쉬인은 오히려 더 빠른 속도, 낮은 가격을 제공하면서 반대되는 흐름을 보인다는 거죠.

노동자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1년 스위스 시민단체 퍼블릭 아이에서 쉬인의 하청업체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노동환경, 시간 등에서 노동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거든요.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굿온유에 따르면 쉬인의 지속가능성 점수는 5점 만점에 1점으로 ‘피해야 할 브랜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디자인 표절에 대한 의혹도 존재하는데요. 2019년 이후 쉬인에 대한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 건수는 50건 이상으로, 이는 H&M의 10배에 달할 만큼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것에 발맞춰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에서 배출량을 25%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의 디자인을 검토하는 팀을 운영 중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최근 미국 시장에서 쉬인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2021년 미국 시장 판매 증가율은 223%였으나 지난해에는 13%에 그쳤고, 올해는 기업가치를 660억달러(약 84조원)으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쉬인은 지난 3월 올 하반기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와 함께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멕시코, 브라질, 미국에서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했으며, 유럽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소비재를 판매하는 종합몰로 변신을 꾀하는 한편, 아마존과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Temu)'와도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이미 경쟁력 있는 셀러(판매자)를 모집하기 위해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간 매출 10만달러(약 1억원)를 달성한 10만명의 셀러와, 3년 안에 연간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달성한 셀러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첫 3개월 동안 커미션도 받지 않으며 무료 광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그러나 미국의 의원 중 상당수는 쉬인의 미국 증시 상장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쉬인이 강제노동과 연루됐는지 철저히 심사하고, 무관하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IPO를 하지 못하도록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쉬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까지 총 33명의 디자이너가 선택받아 총 1000개의 디자인이 상품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외에도 ‘쉬인 엑스(SHEIN X)' 프로젝트를 진행해 전 세계 3000명의 디자이너와 예술가에게 55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또 오픈마켓에서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미 몇몇 셀러들은 쉬인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국내 오픈마켓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볼 때 쉬인의 경쟁력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거점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면서, 틱톡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전략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과 유사한 점도 보이거든요. 알리익스프레스나 아마존 등 각각 플랫폼마다의 강점과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ESG 경영이 화두에 오른 시대이니 만큼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아 보이고요.

그러나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이 된 것을 보면 쉬인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 하반기 미국 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이고요. 우리나라 기업들로 비춰보면 전문성을 강점으로 가져갔던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기업들의 종합몰 전환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전략들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