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당근이세요?

그동안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제 편의성을 더욱 증대시켜 완전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7/4 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7/04 화요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옷을 사지 마세요.
 
-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CEO -
 
 

✔ 저렴하지 않을까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인데요. 새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을 들어가기 전에 중고거래 앱에서 먼저 해당 제품을 검색해 보거나, 교차해서 확인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원하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는 없는지 가격을 비교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최근 소비침체의 여파를 중고거래 플랫폼도 피해 가지는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당근마켓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약 1543만명으로 전년(약 1670만명) 대비 8% 감소했으며,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도 각각 16%, 4% 감소했습니다.

 

다만, 번개장터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2조5천억원이며, 그중에서도 패션 카테고리는 97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이 3조를 돌파한 것만 보더라도 패션 카테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특히 번개장터 패션 카테고리의 주 이용자는 MZ 세대가 78%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옷이나 신발을 중고로 거래하는 문화가 20~30대에게는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우리는 당근 식구?

 

당근마켓은 쇼핑 카테고리 다운로드 기준, 2020년 5월부터 27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한 바 있죠. 일정 지역에서 인증을 해야 이용 가능하고, 최대 6km 이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하이퍼 로컬 중고거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일정 지역 내에서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품목의 다양성은 부족합니다.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서 찾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카테고리를 마치 SNS를 보듯 구경하고,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원하는 제품을 발견하면 상세 내용을 읽고, 구매를 원하면 채팅을 걸어 거래 약속을 잡을 수도 있죠.

 

당근마켓에서는 매너온도라는 개념이 존재하는데요. 쉽게 말해 거래를 많이 하고, 거래 후기가 좋으면 온도가 올라가는 형태로 중고거래의 단점 중 하나인 ‘사기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능이죠. 그러나 거래를 하지 않고도 평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을 악용하여 거래 건수는 낮지만 매너온도가 높은 계정도 존재해 완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직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대면을 해야 하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만나서 갑자기 할인을 요구한다거나, 제품을 보고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터무니없는 가격 할인이나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고는 '우린당근식구이잖아요'를 말하는 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중고거래에 대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편의성은 최고

 

번개장터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품목 수가 훨씬 다양합니다. 내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찾기에도 수월하고, 브랜드관을 별도로 구축해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는데요.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택배 거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의 취약점으로 알려진 사기 범죄에 대한 위험성도 물론 존재하는데요. 쉽게 말해 돈을 이미 지불했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유명한 사례처럼 벽돌이 배송될 수도 있겠죠. 번개장터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8년 ‘번개페이’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구매자의 금액을 번개장터가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가 확정되면 판매자에게 정산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최근 번개페이의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한 점을 보면 시스템이 안착한 듯 보입니다. 또한 번개장터 앱은 편의점 택배와의 연동을 편리하게 한 점이 특징인데요. 제품을 판매하면 채팅창에서 바로 편의점 또는 CJ대한통운으로 예약이 가능합니다. 특히 중고거래의 경우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입력 없이 편의점에서 송장을 연동할 수 있다는 강점이 뚜렷하죠.

 

그러나 단점도 존재합니다. 번개페이의 경우 현재 제품을 판매할 때 ‘번개페이‘ 배지를 표시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요.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무엇보다 구매확정을 누르지 않으면 판매자가 정산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정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단순 계좌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이고요.

 

 

✔ 완전한 소비 트렌드

 

중고거래 플랫폼의 최근 고민거리는 수익성입니다.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의 자사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 상품도 판매하는 브랜드 광고를 도입하거나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확대 중이죠.

 

그러나 이커머스 플랫폼이 중고거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거나, 백화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하는 것만 보더라도 중고거래에 대한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고거래 붐을 함께 이끌었던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고요.

 

지난해 번개장터는 ‘번개케어’ 서비스를 론칭했고, 올해 서울 성수동에 ‘정품 검수 센터’를 개관했습니다. 명품이나 고가의 스니커즈를 거래할 때 번개장터의 검수팀이 정품을 검수하고 인증하는 거죠. 중고거래의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번개장터가 편의점, CJ대한통운과 협업해 택배시스템을 연동하는 것을 보면 중고거래 플랫폼이 자체적인 물류시스템 구축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번개케어’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풀필먼트의 일부 기능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동안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제 편의성을 더욱 증대시켜 완전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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