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휘 : 쿠팡도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전에 말씀드렸었죠. 마침 쿠팡에 대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요인, 잠재 리스크 요인은 없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마종수 : 물론 있죠. 제가 쿠팡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한 70% 했다면 부정적인 얘기도 한 30% 했었거든요. 사실 쿠팡이 작년 3분기 때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됐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쿠팡뿐 아니라 G마켓이나 SSG닷컴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마진율이 평균 18%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쿠팡의 마진율이 25%까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어요.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부분인데 그때 아마 어려움을 겪었던 셀러들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굉장히 큰 폭으로 상품 마진이 올라갔다는 건데, 사실 납품가 자체가 낮아졌다는 얘기겠죠. 프로모션 비용도 그동안에는 쿠팡이 부담하던 것들을 업체가 부담하게 된 경우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만큼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가 없기 때문에 업체들은 떠나지 못하고 계속 활동하고 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모 업체도 쿠팡에서 연간 40억원을 팔고 있어요. 근데 그런 업체들이 쿠팡에서 나오고 있어요. 쿠팡에서 연간 40억원을 파는 것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15~20억원을 파는 게 마진이 2배 이상 좋다는 거죠.
지금 쿠팡이 마진 확보를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쿠팡에도 수십만명의 셀러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정말 많은 셀러들이 좋은 상품을 가지고도 쿠팡에서 판매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거든요.
로켓그로스 자체가 상생 아닙니까? 동반성장한다는 의미로 지은 건데 이번에 로켓그로스를 시작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혜택을 주면서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1등 유통기업이 됐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인 책임감도 분명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철휘 : 여기서 보면 쿠팡과 관련된 셀러들도 규모가 천차만별 아닙니까. 최근에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의 대기업들도 쿠팡과의 거래 관계에서 고민하다가 결별하고 네이버와 협력하고 있죠. 과거에 미국에서도 제조, 유통기업 간의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시기가 있었는데 쿠팡도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보입니다.
(과거 나이키가 '탈 아마존'을 했던 것처럼 셀러들이 자사몰을 구축하거나, '탈 쿠팡'을 할 수도 있겠죠)
✔ 장기적으로는 독약
◆마종수 : 저도 MD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알게 된 건데, 이익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사실 굉장히 쉬워요. 업체들과 얘기해서 행사 마진을 조금 더 받는다거나, 원가를 낮춘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프로모션도 성장장려금, 판촉비 등을 부과하면 따라옵니다.
근데 결과적으로 3~6개월이 지나고 나면 한 부류는 드롭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부류는 따라오더라도 신상품이나 리뉴얼을 하면서 그 상품의 가격을 올리게 되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판매량 자체가 떨어지는 주요한 요인이 됐었습니다.
거기에 특히 민감한 부분이 PB(Private Brand)거든요. 쿠팡도 PB를 확대하면서 많은 이익을 올리는 원동력이 됐어요. 물론 셀러 분들은 쿠팡의 PB가 원수처럼 보일 거예요. 어제까지 한 달에 몇천만원씩 팔던 상품인데 쿠팡이 생활용품 브랜드 '코멧'을 만들고, 식품 쪽으로는 '곰곰'을 만들기도 하면서 다양한 PB 브랜드에서 수백개의 모델들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모델이 하나 나올 때마다 기존에 품목 안에 있던 셀러들의 판매량은 확 떨어지거든요. 물론 그런 경우에는 그 상품 외에 또 다른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 밖에는 없겠죠.
근데 쿠팡은 PB를 개발하면서 평균 마진이 최소한 40~60%까지 가거든요. 식품 같은 경우에는 30~40%, 비식품 같은 경우에는 60%가 넘어갈 정도로 높은 마진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NB(National Brand)나 셀러상품보다는 가격을 더 저렴하게 맞출 수가 있죠. 그게 제조업의 매력이고요.
그렇다 보니까 쿠팡이 어느 순간 PB의 가격을 살짝살짝 올려나가는 것도 볼 수 있어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냐면 고객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알아요. 지난번에도 오프라인에서 그런 방식으로 유통업체들이 PB 가격을 조금씩 올렸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단기간 마진에 도움이 되고 매출도 올라갔어요. 왜냐면 고객들이 모르면 그냥 사니까 객단가가 올라가거든요.
근데 6개월 정도 지나가면 정확히 고객이 아시더라고요. ‘이 상품이 가격이 왜 이러지’ 만약에 PB 상품을 NB랑 비교하는 게 아니라 롯데 PB라고 가정하면 이마트 PB, 홈플러스 PB, GS PB랑 비교하거든요. 애초에 브랜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PB끼리 비교하면 가격이 뻔히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쿠팡 PB라고 해서, 쿠팡 전용 브랜드라고 해서 거기서 가격을 책정하고 마진을 높이겠다는 것은 단기간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에는 독약이 될 수 있거든요.그런 모든 부분들을 잘 되돌아보는 가격정책과 함께 셀러와의 상생도 끌어가시면 쿠팡이 조금 더 견고하게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로지브리지의 생각
쿠팡이 명암이 확실한 기업인 것 같습니다. '빠른배송(로켓배송)'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락인'하고, 이를 통해 바잉파워(구매력)을 더욱 공고히 해 매입단가를 낮추고, 상품군을 다양화합니다. 이는 마치 미국의 아마존이 구사했던 '플라이휠' 형태로 셀러(판매자)와 소비자 점점 더 많이 모이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키가 '탈 아마존'을 선언하고 D2C를 선언했던 것처럼, 플랫폼의 '종속화'는 언제나 거론되는 잠재적 위협 요인입니다. CJ와 쿠팡의 '햇반대첩'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최근 쿠팡에 입점한 몇몇 셀러들이 '탈 쿠팡'을 외치며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행보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쿠팡은 대만에 법인을 세우고 로켓배송을 안착시키고 있습니다. 미래 쿠팡의 모습은 한국이 아닌, 제조나 상품 유통의 거점과 거점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세계 각지를 잇는 '연결자' 역할이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긍정적 측면에서 본다면, 쿠팡과 공고한 협력관계를 갖는 셀러들은 한국을 넘어 다국적 판매처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 광범위한 빅데이터에 기반해 소위 잘 팔리는 'PB(자체브랜드)'를 내재화하고, 이를 전 세계 각지로 판매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지금 쿠팡에 입점한 셀러들은 남 좋은 일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애플이나 DJI 상품을 쿠팡이 직접 수입하고, 이를 국내에서 총판하는 형태만 보더라도 언제든지 해운업(용선)이나, 항공업(리스)에 진출할 여력이 다분해 보입니다.
쿠팡이 물류 자회사를 통해 3PL 부문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면, 이미 NVOCC(무선박운송인)이나, 국제물류주선업(포워더)의 역할은 이미 어느 정도 진행하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쿠팡이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국내 유통이 아닌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일종의 무역상사나 도매, 이커머스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는 '신종 비즈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아마존은 이미 이러한 그림을 현실로 실현 중이며,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이 이러한 행보를 걷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쿠팡이 쿠팡플레이에 진출한 점만 보더라도, Chat GPT를 접목해 검색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쿠팡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그 잠재력은 폭발적일 것 같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택배기사(퀵플렉스), 셀러 등과의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을 보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언제나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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