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특정 구간에 접어들게 되면 영구적으로 흑자가 나올 것이라고 계속 말씀드렸었죠. 그 특정 구간이라는 것은 쿠팡의 풀필먼트로 거래가 되는 상품의 거래액. 그 거래액의 비중이 쿠팡 전체 거래액에서 특정 허들을 넘게 되는 구간입니다. 그 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쿠팡이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와 똑같은 사업을 국내에서 하고 있죠. 이름하여 '로켓그로스'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원래도 쿠팡에서 쇼핑할 때 ‘로켓배송 모아보기’로 주문했는데 그 카테고리에는 원래 로켓배송 마크가 들어가 있는 아이템들만 떴고 당일배송이 이루어졌던 거죠. 근데 이제 로켓그로스라는 마크가 붙은 아이템들도 같이 뜨게 되고 와우클럽 구독자들은 로켓배송과 똑같은 속도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만큼 배송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났다, 구색이 늘어났다는 의미가 되고요.
쿠팡에 입점해 있는 셀러한테도 로켓그로스는 유의미합니다. 왜냐면 영세한 셀러는 규모의 경제가 안 나오기 때문에 직접 물류설비(하드웨어)를 보유하는 것은 고정비 부담이 됩니다. 근데 로켓그로스에 입점하게 되면 쿠팡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전체 물류인프라를 공유 받을 수 있게 되는 거거든요. 물류비에 대한 부담이 절감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쿠팡한테는 로켓배송을 한 상품들은 직매입이지만 아닌 상품들은 판매될 때마다 거래 수수료만 받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미 지어놓은 물류센터에서 남은 유휴공간들을 로켓그로스의 형태로 셀러들의 상품을 채워놓으면서 기존에 구축했던 물류센터의 가동률을 올릴 뿐 추가적인 물류설비 투자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비용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올라가는, 로켓그로스의 비중이 올라갈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아마존도 마찬가지인데 FBA의 비중이 커지면서 AWS를 제외한 이커머스 본업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수익성을 확보했었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쿠팡도 같은 단계에 있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앞으로도 쿠팡은 이커머스 본업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연간 흑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쿠팡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택배사업자
택배의 정의는 '남의 물건을 유상 운송했다' 여기서 남의 물건이라는 것은 화주 자체가 다른 사업자여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수많은 택배차량들은 노란색 번호판(영업용)을 달고 택배업을 수행하고 계시죠.
쿠팡 같은 경우는 시작이 직매입이었어요. 남의 물건이 아니죠. 심지어 무료로 배송했어요. 와우클럽이면 무료로 배송하는 거였으니까요. 애초에 정의가 택배가 아니었고 흰색 번호판을 달고, 배송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쿠팡이 그때부터 날개를 단 듯이 성장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 와중에 로켓그로스라는 부분을 키우려면 택배사업자가 필요했던 부분이 있었고요. 로켓그로스를 통해서 쿠팡의 물류센터에 들어온 상품들은 쿠팡의 상품들이 아니에요. 쿠팡의 재무제표에 직매입한 상품처럼 재고자산으로 인식이 안 된다는 겁니다. 내 물건을 무료로 배송하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택배사업자가 필요했죠.
그리고 최근 택배노조가 생기게 된 건데, 이건 쿠팡이 벤치마킹하고 있었던 아마존에서는 본 적 없는 사례거든요. 기존의 쿠팡친구는 정규직이었죠. 이번에 새롭게 정규직이 아닌 분들이 쿠팡에서 배송을 하고 계신 거기 때문에 이분들도 사례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노조가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전망보다는 쿠팡이 처음 시도하는 환경적인 요소 때문에 시행착오는 나올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그 부분이 결코 소비자들에게 배송에 있어서 문제라든가 이런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쿠팡은 지금 동시에 직접 고용된 쿠팡친구들 뿐 아니라 쿠팡플렉스 형태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하죠. 일용직처럼 그날그날 정산을 받는 배송 인력들도 있기 때문에 노조의 등장으로 인해서 배송 인력들이 일거에 이탈한다든가, 그런 리스크는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금일 콘텐츠에서는 쿠팡의 좋은 면모를 다루고 있지만, 택배사업자로 진출하면서 동반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 본격적인 전쟁 선포
최근 쿠팡플레이의 행보가 정말 매섭습니다. 사실 쿠팡플레이는 별도로 구독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고 와우클럽을 가입하면 그냥 무료죠. 국내 천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와우클럽의 구독자들이 그대로 쿠팡플레이로 흘러가는 실정이에요. 그 와중에 작년 여름에 이어서 올여름에도 대규모 스포츠마케팅을 진행하죠.
작년에 손흥민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토트넘을 초청해서 오프라인 2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토트넘과 국내 K리그 올스타, 두 번째는 토트넘과 세비야. 이 2게임을 성사시키면서 예매는 물론 쿠팡플레이에서, 중계도 쿠팡플레이에서만 하게 되면서 쿠팡이 작년에 구독료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와우클럽 구독자가 늘어났던, 기염을 토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올해는 토트넘이 아니고요. 맨체스터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팀을 초청해서 국내에서 축구 경기를 성사시키게 됐는데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국내의 많은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예약하고 싶게 만드는 큰 매치거든요. 이 부분에서 쿠팡플레이만으로 구독자가 늘어날 수 있는 파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 보니 MAU를 봤을 때 넷플릭스 다음으로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월간으로 1200만명 넘게 나오는데 티빙이 450만명, 쿠팡플레이가 400만명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콘텐츠도 강렬했죠. 대표적으로 작년부터 MZ 세대의 밈으로 탄생하게 된 주현영이라는 캐릭터를 비롯한 SNL이 많은 주목을 받았죠. 그로 인해 쿠팡플레이가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발굴,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렸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콘텐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 쿠팡이 CJ와 대전쟁을 선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팡이 쿠플시네마라는 형태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집에서 TV로 결제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지금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와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CGV, 롯데시네마 등에 가서 영화티켓을 사요. 만원이라고 치면 이 비용에서 절반은 극장이 가져가고 절반은 배급사가 가져갑니다. 그리고 배급사는 영화의 흥행, 성적에 따라서 제작사에게 인센티브를 포함해서 비용을 지급하게 되는데요. 이 가운데에서 CJ는 극장도 있고, 배급도 되고, 제작도 되는 형태인데 쿠팡이 지금 극장에서보다 저렴하게 집에서 영화를 보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수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을 쿠팡의 품 안에 넣을 수 있는 판을 깔고 있는 겁니다. 상당히 공격적이죠.
물론 국내 영화시장이 보수적이고, 견고하다 보니까 기존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은 극장과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배급하려던 영화를 CGV가 아니라 쿠플시네마에 상영하겠다는 결정을 초기에는 쉽게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아마 추정컨대 독립영화나 규모가 작은 제작사들이나 제작비가 작은 콘텐츠를 위주로 해서 쿠플시네마에 먼저 상영할 것 같고요. 점진적으로 쿠팡플레이의 MAU가 늘어나고 있으니까 여기서 시장성을 확인한 중견급의 제작사들이 쿠플시네마용으로 영화를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쿠팡이 CJ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그림도 앞으로 흥미롭게 바라볼 만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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