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놀랐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네이버 이렇게 양강 체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이 기업들을 한 번에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이 어딜까?’ 이런 고민도 혼자 하고는 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사례였던 겁니다.
단순히 티몬, 위메프뿐만 아니라 인터파크까지 큐텐에서 모두 가져가게 되면서 국내에서는 사실상 거래액 규모 기준으로 3위 내지는 4위를 다투는 이커머스가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등은 쿠팡이고요. 2등은 네이버가 되겠고 3, 4등은 SSG닷컴+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을 통해 통합 플랫폼으로 발걸음을 같이하게 된 큐텐. 이렇게 4개의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를 나눠가지게 되는 모습이 나오게 됐습니다.
큐텐이 이번에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인수한 이유가 무엇이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쿠팡과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를 이미 장악하고 있는데 인수를 통해 어떤 전략적인 돌파구를 찾은 것일까. 이런 여러 가지 궁금하신 부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떤 전략적인 의도가 있지 않는 한 쉽사리 인수하기 어려운 기업들인데, 인수합병을 통해서 이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가는 배경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제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 그래서 왜?
자, 우선 말씀드린 것처럼 네이버, 쿠팡. 국내에서는 이들의 아성을 쉽게 무너뜨릴만한 기업들은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일전에 여러 가지 콘텐츠를 통해서 11번가와 아마존이 국내에 함께 구축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이커머스 시장이 꽤나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었죠.
왜냐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아직도 네이버든, 쿠팡이든 완벽하게 국내에서 1등의 자리를 가져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까 11번가와 아마존의 합작은 그 맥락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나는데요. 이번 큐텐의 이커머스 3사 인수 역시도 유사한 맥락으로 저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서 기사화됐습니다만 쿠팡은 대만에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까 해외에서 추가적인 성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쿠팡의 대만 진출을 이해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큐텐이 국내에 있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해외 쪽에서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 인수한 것이 아니냐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큐텐 같은 경우는 아시겠지만 원래 거래금액 자체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었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입니다.
실제적으로 국내에서 3사를 합친다고 해도 쿠팡, 네이버를 국내 이커머스 거래 시장에서 이겨보겠다는 것은 시쳇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 이렇게 모두가 이미 공감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죠. 이 부분은 앞으로도 장기간 동안 깨지지 않을 구도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해외는 다르죠. 특히나 큐텐은 원래부터 해외에서 거래금액을 발생시키면서 해외의 셀러들, 혹은 나아가서 제조사에 대한 네트워크까지 보유하고 있거든요. 국내에 있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인수했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해외 물건을 직구하는 시장을 타진한다기보다는 국내의 상품들이 해외로 팔리는, 역직구 시장에 대한 노림수가 크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티몬 같은 경우는 큐텐으로 인수가 먼저 됐었죠. 티몬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략적인 돌파구를 찾아가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티몬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인해서 실적의 성장을 보여줬고, 앞으로 위메프, 인터파크도 유사한 맥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를 들어 티몬, 위메프 같은 경우 각각 주요 코어역량이 다르죠. 위메프 같은 경우는 큐레이팅 역량이 강력하다 보니까 MD 역량이 부각이 되면서 해외에 팔릴 법한 물건들을 잘 선별해서 역직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는 거고요. 같은 맥락에서 국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그런 역직구 시장에 대한 전략이 분명히 숨어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진짜 없어지는 국경
이 부분은 앞으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직구, 역직구. 소위 말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어느새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직구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직구인. 그런 경험을 벌써부터 많은 소비자분들께서 하고 계시죠. 그래서 어쩌면 이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냥 다 '이커머스' 하나의 범주이고 다만 이 상품이 배송이 출발하는 곳이 국내냐, 해외냐의 차이만 있을 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이 이미 시작됐다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국내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공격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셀러들한테는 해외 판로 개척의 의미가 있겠고요. 국내에 있는 소비자들한테는 해외에서 직구해야 할 상품들, 국내에서 구하기는 어려울 법한 물건들을 상당히 빠른 배송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유의미한, 유익한 서비스가 확장이 되는 계기로 큐텐의 이번 행보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점이 바뀐 것 같아요. 국내 이커머스에 대해서는 다들 배가 불러요. 모두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죠. 통계청에서 집계하고 있는 전체 소매시장에서의 온라인 거래금액만 보더라도 글로벌 순위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거든요. 1등은 아무래도 중국인데 중국 같은 경우는 이례적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내에서 보게 되면 우리나라는 2~4위권 안에 걸쳐있는 이커머스가 이미 많이 성장한 성숙한 시장이라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국내 이커머스만 가지고는, 모자를 쓰고 있다고 표현하죠. '캡이 씌워져 있다’ 이런 부분이 있지만 해외 쪽은 다릅니다. 지금 아마존이 11번가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뉴스가 나온 뒤로 모든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전략이 다 바뀌게 됐어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모두가 느꼈고 이런 움직임에 따라서 당연히 해외 쪽에 있는 이커머스들이 직접 국내에 들어올 만한 여지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 알리익스프레스와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마찬가지죠. 아마존은 원래 과거에 중국을 진출했었어요. 아마존차이나가 있었죠. 지금이야 알리바바 정부의 지탄을 받고 있는 기업이 됐다 보니까 운신의 폭이 작아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은 외국기업이 자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할 때 자국 기업과의 합자회사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보니 알리바바, 징둥닷컴 이런 기업들에 대비해서 아마존차이나가 설 자리는 좁았던 거죠.
그렇다 보니까 아마존차이나는 중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직접적으로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소비자들이 공산품을 아직까지도 메이드 인 차이나를 쓰죠. 그래서 아마존이 당시에 중국인 셀러들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해서 전 세계의 아마존닷컴, 예를 들면 아마존프랑스, 아마존독일, 아마존멕시코, 아마존미국 기타 등등. 전 세계에 있는 아마존몰에 있는 공산품들을 중국에서 직접 소싱(sourcing)한 아이템들로 가득 채우게 됩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왕국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 거기 있었던 거죠.
그런 아마존이 11번가를 타고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아마존이 확보하고 있는 중국 셀러들이 원래 해외시장에 상품을 팔 때 거쳤던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그대로 타고 대한민국 시장에 넘어오면 되는 겁니다. 너무나 쉬운 거죠.
원래는 중국 제조사가 자기의 상품을 한국에 있는 소규모, 영세한 사업자들에게 판매해서, 그들이 국내에 있는 G마켓이나 11번가, 쿠팡 등에 입점해서 판매하다 보니까 중간 유통마진이 끼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근데 중국 셀러가 아마존을 타고, ‘원래 G마켓에 입점해 있는 A라는 소규모 셀러한테 팔아서 쿠팡을 통해 내 상품이 팔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직접 아마존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팔 수 있구나’라는 판단을 하게 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예요.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해서 해외로 판매하고 있던 수많은 제조사들이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심지어 외국도 아니고 자국의 플랫폼을 타고 한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합니다. 당연히 플랫폼에서의 거래 수수료에 대한 차이도 있겠습니다만 그 맥락에서 중국 셀러들이 한국에 공격적으로 들어올 만한 유인이 생겼다는 거죠.
알리익스프레스가 제가 알기로는 지금 1천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비를 집행하면서 국내에서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 보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유의미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에 있는 플레이어들도 이로 인해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어떤 형태의 플랫폼들이 됐던 간에 국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커지게 되면 당연히 좋은 물건을 싸게,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연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 유익한 온라인 소매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 되는 거죠.
※ 2023.05.23 화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