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마트는 1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7조13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37억원으로 60.4% 감소했습니다. SSG닷컴이나 G마켓의 합산 영업 적자가 200억원가량 줄어들었으나 할인점(이마트)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 연수점과 킨텍스점의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로 인한 매출 공백 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연수점의 리뉴얼 공사만 6개월이 걸렸는데 지난 3월 30일 드디어 '몰타입의 미래형 대형마트'로 오픈했습니다.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바탕으로 그간의 노하우를 이마트 연수점에 담아냈다고 하는데요. 5월 16일 오후 3시경 저희가 직접 방문해 봤습니다.
✔ SSG랜더스
이마트 연수점은 인천 1호선 동춘역에 위치해있습니다.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어 바로 지하 1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들어가면 바로 일렉트로마트가 있었는데 다이슨, 애플 등 국내외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입점해있는 듯 보였고, 안쪽에는 토이킹덤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SSG랜더스의 굿즈를 판매하는 '랜더스샵'이 위치해있었는데요.
SSG랜더스는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야구단입니다. 원래는 SK와이번스라는 이름으로 SK그룹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1300억원에 인수됐죠. 당시 인수에 대한 많은 평가가 있었지만 지난해 SSG랜더스가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기간 동안 1위 유지)' 우승을 달성하면서 우려를 털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13일에는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는 시즌 세 번째 만원(2만3000석) 관중을 달성하기도 했고요.
야구단은 스폰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경우도 '롯데 자이언츠'라는 부산 연고지의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부산에서는 롯데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죠. 야구단에 대한 팬층도 탄탄하고요.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들을 SSG랜더스 필드에 입점시키고 야구단 전용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노브랜드 버거는 홈경기가 열리면 전국 매장 중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야구단의 두터운 팬층을 활용해 경기장 전광판 뿐 아니라 TV, 모바일, SNS, 유튜브 등에 야구단과 함께 그룹 계열사들의 브랜드 홍보를 같이 진행하고 있죠.
앞서 언급한 랜더스샵처럼 야구단 굿즈를 이마트 전국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하면서 패션 브랜드(언더마이카), 디즈니 등과 협업해 한정판 유니폼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완판되고 있죠. 지난해 우승 때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계열사 19곳이 참여하는 '쓱세일'을 진행하면서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 테넌트와 그로서리
그렇게 이마트 연수점의 1층으로 올라가면 이마트가 말하고자 하는 '미래형 대형마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데요. 기존에 봤던 이마트보다는 오히려 더현대 서울의 지하층(패션, 푸드코트)이나 스타필드와 유사한 느낌이었습니다.
매장의 크기는 상이했지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음식료품 매장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마트는 리뉴얼 후 테넌트(임대) 매장의 비율을 70%로 확대했다고 소개했고요. 기존에 대형마트 푸드코트와는 다르게 탐광, 호아다오, 뜸, 밀탑 등 볼 수 없었던 음식 브랜드들이 즐비했고 리빙크리에이터, 스위트스팟, 엄마의잡화점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매장도 많았고요.
그리고 이곳에도 SSG랜더스의 락커룸을 재현한 50평 규모의 '랜더스 광장'이 존재했습니다. 구단 선수 12명을 선정해 유니폼, 배트, 글러브 등의 용품을 진열하고, 랜더스필드에 있는 포토카드 키오스크, 메모리존도 배치하면서 야구단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죠.
본격적으로 음식료품을 파는 곳에서는 이마트의 주류 특화매장 '와인 앤 리큐르(Wine&Liquor)', 그로서리 매장들, 수산, 축산 매장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규모가 기존보다 커 보였습니다. 축산 매장에서도 이마트 점포 중 가장 긴 30m 길이의 쇼케이스에서 육류를 한눈에 볼 수 있었고, 수산 매장은 월 1회 매주 주말 매장에서 직접 참치를 해체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1~2인 가구를 위해 소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인 '소소한하루'도 인상 깊었고요.
2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패션 브랜드와 식당이 더욱 많았는데요. 2층만 보게 되면 대형마트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탑텐, 탑텐발란스, ABC마트 등의 매장이 있었는데 탑텐발란스는 탑텐의 에슬레저 라인으로 SSG랜더스와 협업한 상품을 전용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실내 스마트팜이었는데 스마트팜 기업 '엔씽'과 연계해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패션 브랜드들과 식당 사이에 위치해 있어 또 다른 매력을 주는 모습이었죠. 또한 트램폴린 테마파크인 '바운스칠드런스파크' 아이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기존 대형마트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많은 매장들이 존재했는데요. 신세계그룹 뉴스룸에 따르면 리뉴얼 이후 F&B(Food&Beverage) 25곳, 엔터테인먼트 3곳, 패션 22곳, 라이프스타일 14곳, 고객 편의시설 18곳 등 82개의 테넌트 매장이 입점했기 때문입니다. 인천지역에 최초로 입점한 F&B만 10개에 달한다고 하고요. 결과적으로 연수점은 3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도 23%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 유니버스의 시작
전체적으로 분명히 테넌트 매장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식당이나 패션 브랜드 등의 비중도 높아지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중간 정도의 포지션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대로 맛집들을 입점시키면서 고객들이 이마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기존의 전략인 시간 점유 전략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매장들 자체가 집객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또한 바로 앞에는 복합쇼핑몰 '스퀘어원'과 홈플러스가 위치해있는데 단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쇼핑을 하고, 이마트에서 식사를 하는 등의 가족의 여가 코스로 느껴졌거든요. 토이킹덤이나 바운스칠드런파크도 자녀에게 놀이를 제공할 수 있겠고요.
여기에 주목하고 싶었던 건 모든 층에 SSG랜더스와 관련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통합 멤버십 출범을 예고하며 강력한 고객락인수단을 만들고 있죠. 신세계그룹은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SSG랜더스라는 연결고리를 훨씬 더 잘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2016년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점 개점을 앞두고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SSG랜더스를 인수한 이후 인천에 '스타필드 청라'를 만들 예정인데 여기에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야구를 보러 왔다가 레저도 즐기고 호텔에서 쉬기도 하게 만드는 겁니다. 고객을 아예 떠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 같은데요.
지난 3일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연수점에 방문하여 매장 리뉴얼에 추가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마트 연수점의 리뉴얼은 먼저 인천 시민들을 강력하게 묶으면서 또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시작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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