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배송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음을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특히나 쿠팡의 경우 밤에 주문했는데 새벽에 이미 와있는 경우만 보더라도 이커머스 기업들의 배송 속도 경쟁은 누구보다도 치열하다고 볼 수 있겠죠.
신선식품이나 공산품의 경우 이미 배송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고, 의류에 대해서도 최근 물류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의류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취향, 색상, 사이즈, 시즌 별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 위험이 높아 직매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나 패션 플랫폼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빠른배송'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5조7787억원으로 전년(43조5292억원) 대비 5.2%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엔데믹과 더불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패션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 무신사 플러스배송
무신사는 지난 5월 9일 '플러스(PLUS)배송'을 선보입니다. ▲플러스 빠른배송 ▲플러스 빠른교환 ▲플러스 빠른환불의 3가지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빠르고 편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는 건데요.
'플러스 빠른배송'은 말 그대로 빠르게 배송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플러스배송 배지가 붙은 상품에 한해 평일 오후 10시 이전에 결제하면, 영업일을 기준으로 익일에 상품을 배송해 주죠. 무신사스토어의 상세페이지와 주문서에서 도착보장일을 확인할 수 있고, 지연될 경우 하루에 1000원씩, 최대 2000원까지 적립금을 제공합니다.
'플러스 빠른교환'은 고객이 제품을 교환하기 위해 접수하면, 그 즉시 새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인데요. 이 부분이 사실 의류에 있어서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고객이 교환을 접수하면 회수 후, 상품을 확인해서 문제가 있는지 검수과정을 거치고 나서 새 상품을 발송해왔거든요.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죠.
주말이나 공휴일이 포함될 경우 물류과정까지 거치면 시간은 더욱 소요됩니다. 그리고 어떤 소비자나 기업들은 반품의 기능을 악용하기도 합니다. 아동복을 주문하고, 입은 다음에 반품 기간 안에 환불받고 다른 의류를 구매하는 등의 경우도 있죠. 게다가 의류 반품률은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무신사의 이런 서비스는 과감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플러스 빠른환불'도 비슷합니다. 교환 대신 환불을 신청하더라도 제품이 회수되자마자 바로 환불을 해주는 형태죠. 결국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검수'를 진행하지 않고 교환이나 환불을 진행해주는 것으로 고객친화적 서비스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플러스배송 상품에 한해 입어보고 환불하거나 교환할 수도 있게 해주는 거거든요.
✔ 무신사로지스틱스
사실 무신사의 물류 강화는 이전부터 조금씩 확인되어 왔습니다. 플러스배송이 론칭되기 이전에도 무신사스토어앱을 접속할 때 전에는 보지 못했던 '지난번 배송은 어떠셨나요?'라는 팝업이 떴었거든요. 후기 카테고리에서도 배송 평점을 입력하거나 배송 경험은 어땠는지 별도의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또한 앱 내에서 '무신사라이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실시간으로 당일 해당하는 브랜드의 할인율을 높이고, 모델이나 MD의 착용샷을 보면서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의 개념입니다. 이때 일부 브랜드에 한해서는 '무료반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죠. 여기에 더해 무신사의 자체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빠른교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무신사가 자신 있게 물류를 강화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물류 전문 자회사 '무신사로지스틱스'가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7년부터 선제적으로 물류인프라를 구축해왔으며 여주 1/2센터를 비롯해 지난 5월 여주 3센터를 오픈하면서 입점 브랜드에 대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패션에 특화된 자동화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죠.
특히 최근 '합포장 로봇'의 효과가 돋보입니다. 작업자가 올려둔 상품을 스캔하여 주소지를 기준으로 자동 분류해 주는 로봇입니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여주 1센터를 기준으로 처리 물량이 기존 600pcs에서 5700pcs로 거의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당일 출고율도 지난해 말 82%에서 올해 1분기 말 98%까지 향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글로벌, 커뮤니티, 물류
무신사는 지난해 9월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 13개국에 웹과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를 기획해 우리나라의 패션 브랜드들을 알리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고요. 특히나 일본의 경우에는 2021년부터 '무신사 재팬'을 설립해 K-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초기지로 삼았습니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입점 브랜드들의 해외 유통과 관련하여 물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국가에서 주문 발생 시 인천의 물류 허브까지만 배송하면, 이후 해외 물류, 통관, 현지 배송 등을 모두 무신사로지스틱스가 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해외 브랜드들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무신사트레이딩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4층 규모의 편집숍, '엠프티(E()pty)'를 공개했습니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약 70%)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을 실험적으로 선보인 게 특징입니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디스커스 애슬레틱'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죠. 국경을 넘나들며, 감도 높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하나의 장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무신사가 론칭한 커뮤니티 '패션톡(Fashion Talk)' 기능도 주목할 만합니다. 패션과 관련하여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로 ▲궁금해요 ▲세일/발매 ▲패션 꿀팁 등 3가지로 구성됩니다. 투표 기능과 이미지 첨부를 통해 보다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였습니다. 신발 사진을 보기 위해 많은 이용자가 유입됐고, 후에 커머스 기능까지 추가한 무신사스토어가 시작된 거죠. 때문에 글로벌, 커뮤니티, 물류 이 3가지의 강점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무신사가 국내외 서비스하고 있는 앱을 통합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전 세계의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패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신사의 시작점처럼 사진을 보고 재밌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놀이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로 텍스트보다 시각적인 옷 사진을 통해서라면 언어의 장벽도 높지 않을 것 같고요. 거기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을 무신사에서 소개하는 모습을 볼 때, 해외 현지 브랜드들을 국내에 활발하게 소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도 기대됩니다.
그래서 무신사는 더더욱 물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쿠팡의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가 직매입을 통한 빠른배송인 것처럼, 무신사도 국내외 감도 높은 현지의 패션 브랜드들을 직접 매입하거나 PB로 전환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국경에 제약 없이 직구 형태가 아닌, 무신사스토어에서 소비자가 바로 구매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하나의 '글로벌 패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