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모든 회사가 각자 일하는 방식에 대한 크레도(신념) 같은 것들이 있고, 그것을 또 명문화시키기도 하죠. 명문화시켜야지만 구전으로 안 흐르고, 상징처럼 그것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일 잘하는 방법’이라는 것 자체가 제목에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일’이라는 게 뭐라고 나오냐면요.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이게 일이에요. 일을 할 때는 의도와 계획이라는 것이 있어야 해요. 그럼 ‘잘한다’는 것을 또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좋고 훌륭하게 한다’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일단은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계획한 것을 달성하는 것이죠. 근데 계획한 것을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겁니다. 공격적으로 할 수도 있고, 사람들하고 친화적으로 할 수도 있고, 협동할 수도 있고요. 거기서 문화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 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좀 얘기를 해보자”가 시작이었습니다.
송파구는 왜 송파구냐. 각자의 영혼이 담긴 그런 곳이 있잖아요. 애플은 캘리포니아라고 있잖아요. 'Designed by 캘리포니아' 뭐 이런 식으로 써져 있잖아요. 자기네들이 어떤 곳에서 시작됐는지 타깃팅이 분명한 느낌이 있어서 송파구라는 이름을 넣었죠.
✔ 공감과 논란
사실은 공감도 공감이지만 논란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전 회사들은 조금 더 큰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손에 잡히기 어려운. 그런 비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을 들었을 때 ‘그럼 내가 어떤 행동을 바로 해야 되지?’라는 게 상당히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되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썼거든요. 아주 구체적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공감도 많이 나왔고 또 반대로 논란도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논란이 많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굉장히 좋은 것이거든요.
문화는 굉장히 유니크한 각자의 자기다움이 담겨 있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가 없어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는 이런 사람들하고 일한다!”가 되니까 훨씬 더 우리의 문화가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기본적으로 회사 안에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요. 그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를 더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걸 안 하고 집중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거잖아요. 근데 여기서 살짝 문제가 생기는 게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사실은 조직 전체가 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일과 일, 영역 사이에는 빈 공간이 되게 많기 때문에 이걸 누군가는 계속 메꿔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되게 애매한 영역에서는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는 논쟁이 있는 거죠. 그것은 프로세스로 정리해도 정리가 잘 안되는 부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럴 때는 이게 문제인 것 같으면 먼저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고, 내가 먼저 처리할 수도 있고, 그런 적극적인 자세.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공동체 정신을 좀 많이 발휘해야 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지금은 바뀌었죠.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 이건데요. 처음에는 이것을 구성원들이 '지각'으로 이해했죠. 사실은 “지각이라는 것을 하지 말아라”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들어갔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서로 약속을 잘 지켜야 된다는 것이었어요.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일하기 위해서 모였잖아요.
그중에서도 수시로 되는 약속의 상징적인 것은 '회의 시간'인 것 같아요. 회사는 회의가 없을 수가 없거든요. 혼자서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약속이라는 걸 몇 시에 하자고 만들었는데 그걸 어긴다는 것은 동료에 대한 태도에 대한 문제로도 될 수 있고, 내가 그 회의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건 계속 긴장된 상태에서 그 회의에 들어갈 때 ‘무엇을 해야 되는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의 근본적인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잖아요. 그 행복의 마지막 종착지는 가족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복지정책에도 가족과 같이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고요. 우리 회사에서 폰트를 만들 때 이름을 자녀들 이름으로 만들어서 했다거나, 어린이집을 조금 더 과하게 투자해서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한다던가, 회의실 방 이름을 구성원들의 아이 이름을 추첨을 해서 아이 이름으로 그 방 이름을 짓고 그 아이가 직접 쓴 글씨체로 다 표기를 해놨다든가 그런 것들이요. 그런 것들이 구성원들한테 메시지를 잘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 결국 일하는 것은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 자체는 하면 안 된다” 이런 것이겠죠.
✔ 잠답을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서는, 일단은 되게 프로페셔널하게 일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비정형적인 어떤 관계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관계가 형성이 안 되면 일을 할 때 처음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더 많이 걸리거든요.
일을 하면서도 ‘저 사람의 말의 의도는 무엇인가’, ‘지금 나를 디스 하고 있는 건가’, ‘저 사람이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뺏어가려고 하는 건가’ 경계하는 약간 이런 것들도 있잖아요. 저 집안에 있는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필요는 없지만, 어떤 고민을 하는지, 서핑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대해서 즐거워하는지, 어떤 영화를 최근에 봤는지 이런 얘기들을 좀 알고 있는 서로의 상태. 이런 것들이 업무하고 전혀 관계가 없게 보일지 몰라도 그런 관계들이 형성이 되면 일을 할 때 훨씬 더 쉬워지는 것 같아요.
✔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각각의 구성원들 입장에서 본다고 하면 인생에서 거쳐가는 어떤 단계일 뿐이지. 평생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도 본다고 하면 구성원이라는 존재는 채용이 됐다고 해서 완전히 '내 사람, 함부로 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도 마음에 다 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항상 긴장감을 주는 것 같아요.
서로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줘야 되는. 회사는 구성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계속 좋은 복지정책, 인사정책, 근무환경 등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성과를 보여주면서 어필해야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가장 또 좋은 그림은 “우아한형제들에서 일 잘하고 성과도 많이 나와서, 내가 더 좋은 회사를 가게 됐어요” 물론 대한민국에 우리보다 더 좋은 회사가 얼마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얘기를 하면서 멋지게 떠나시는 분들을 저는 굉장히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진심으로 거기에 대해서 축하해 주고. 그런 광경들이 저는 굉장히 좋은 모습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조금 그랬어요. 퇴사 메일을 받거나 “저 퇴사하게 됐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 내가 퇴사 당하는 것 같은 느낌. “이 사람한테 내가 잘렸구나”라는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좀 지나니까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서로 한 인간으로서 여기도 거쳐가면서 더 좋은 곳에 가서 잘 되길 바라고, 언젠가는 또 나가서도 아주 자랑스럽게 “나 우아한형제들 출신이야, 나 배민 출신이야”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을 만들어 주는 게 회사에서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번아웃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데, 리더들은 잠도 안 자고 맨날 새벽부터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안 그래요. 알아서들 잘 쉬어요. 몰래몰래 잘 쉬는 방법들을 다 터득하고 있어요. 남한테 잘 들키지 않으면서 몰래몰래 잘 쉬면서 자기를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그걸 잘 만들어 놓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어떻게 번아웃이 안 돼요. 그렇잖아요.
저는 멍 때리는 거 되게 좋아하고요.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되게 재밌어요. 그게 저한테 뭔가 이렇게 영감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최근에 양양에 갔을 때도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고요. ‘아니 평일 낮에 이렇게 서핑하는 사람이 많단 말이야? 왜 나는 이 시간에 서핑을 안 하고 있고 일을 하고 있지?’ 이런 거 있잖아요. 해변가에서 사발면을 먹으면서 서핑하는 사람을 구경하면서 ‘아 나는 왜 이러고 살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들이 저에게는 필요한 것 같아요.
✔ 일하기 좋은 회사
다니기 좋은 회사랑 일하기 좋은 회사는 다른 것 같아요. 가장 좋은 상사는 상사가 없는 거고요. 세상에서 가장 다니기 좋은 회사는 회사에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건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죠.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저 사람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상대방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죠.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느끼는 안정감? ‘내가 이 회사에서 보호를 받고 있구나’, ‘내 옆에 있는 구성원들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최소한 나를 정말 싫어하지는 않는구나’ 이런 느낌들을 느끼게 해줘야지만 그 안정감에서 일이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회사라는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나 오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어”라고 얘기할 때 그 ‘회사’의 주체가 무엇이냐라고 보면 사장님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에요. 회사에 주체라는 것은 원래 없어요. “회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서로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실재하지 않거든요.
그 회사라는 주체가 사실은 옆의 동료에요.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하고 사이가 안 좋아졌을 때 그 사람이 나를 좀 무시하는 것 같을 때 “나 회사 가기 싫어”, “나 회사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어”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죠. 그렇기 때문에 옆에 있는 동료와 동료들끼리 끈끈하게 만들어주고 서로를 격려하게 만들어주고 못 하는 일이 있으면 좀 도와주게 만들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그것이 일 잘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