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 : 그럼 이제 또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사전에 설문지를 통해서 6개의 주제로 추렸지만 그중에서도 HMM 등 선사 매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안 나눌 수가 없거든요. 한 분씩 의견 부탁드립니다.
◆정일환 : 어려운 주제네요.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신문사에서도 인수기업에 대한 많은 예상이 있었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 물류회사가 했으면 좋겠고요. 이건 대기업군처럼 자금이 많고 조직이 거대하고, 이런 기업보다는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있고 물류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리스크에 대한 것을 대비할 수 있는 그런 물류전문업체 쪽으로 매각됐으면 하는 의견입니다.
◆전준수 : 그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7일에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에 매각에 관한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했어요. 시작된 겁니다. 이제는 스케줄에 의해서 매각 절차가 밟아지겠습니다만 내부적으로 보면 실제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은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 지분이 45.67%입니다.
산업은행이 20.69%, 해양진흥공사가 19.96%, 신용보증기금이 5.02% 그래서 45.67%가 정부 지분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2650억원 정도의 영구채가 있습니다. 이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가 있는 거예요. 만일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을 털고 수익을 창출하자고 하면 전부 주식으로 전환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액면가 5천원짜리가 2만원만 받아도 4배 이상 받을 수 있는 거죠.
근데 그렇게 전환됐을 때 소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0~4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누가 10조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HMM을 인수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말씀하신 대로, 우리 모든 해운인들이 원하는 대로 해운전문기업, 최소한 해운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하는 게 제일 좋죠. 그러나 10조원이라는 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재벌기업들 가운데에서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신문에 썼습니다만, 영구채는 영구채니까 채무잖아요. HMM으로 하여금 앞으로 단계적으로 갚아나가게 하고, 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20~30% 정도를 인수자에게 인수토록 할 것 같으면 한 3조원 정도면 인수할 수 있는 거예요. 그 대신에 20~30% 정도의 지분밖에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가지고 있는 지분 중 10% 정도는 유보로 가지고 있어서 소위 우호지분. HMM이 외부세력에 있어서 악의적인 M&A를 받지 않도록 백기사 노릇을 해달라 이거예요.
HMM이 잘 되는 것이 우리나라 해운이 잘 되는 것이고 우리나라 해운이 잘 되어야 우리나라 수출입 사업이 잘 되는 거니까요. 본래 HMM이 20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때 정부가 뜻을 같이하고 이해를 했으니까 그걸 살리자는 거죠. 해운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인수하게 된다면 해운업이, 특히 컨테이너 정기선업이 향후 우리나라 수출입 발전에 견인차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자는 주장입니다.
◆구교훈 : 전교수님 말씀에 저도 동의하고요. HMM의 과거를 돌아보면 현대상선 시절 부채비율이 2499%였습니다. 파산 직전이었다가 살린 건데요. 작년 HMM의 부채비율이 26%. 그러니까 초우량 기업이 된 거죠. 작년에 잉여 현금흐름이 10조8천억원이고, 주가를 보더라도 시가총액이 10조원입니다.
그러면 시총으로 봐도, 현재 쌓아놓은 현금으로 봐도 10조원 이상을 들여야 인수가 가능하다. 근데 지금 현재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큰 재벌들은 10조원을 마련하겠지만 그 기업들이 추구하는 사업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거고. 근데 인수하고 싶은 기업은 또 10조원이 없는 상황인 겁니다. 그렇다면 전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가지고 있는 40.75%, 신보가 가지고 있는 5.02%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저는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영구채를 해결한다면, 현재 있는 현금으로 중도상환을 하고 몸값을 조금 낮춰서 추진한다면 앞으로 이걸 인수할 기업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물류와 무관한 기업은 인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 종합물류 내지는 해운, 종합, 글로벌 물류를 해본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 또 덩치가 있는 기업이 인수할 때 머스크나 MSC, COSCO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선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HMM의 주식이 2021년에 51100원까지 갔었는데 근데 오늘 20300원이에요. 정확하게 60% 이상이 폭락했습니다. 폭락을 해야 몸값이 낮아지기 때문에 인수기업에게는 유리해요. 그리고 또 산업은행은 기재부가 91.1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또 보통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또 생각하다 보니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 딜레마가 있죠. 그래서 HMM의 매각에 대해서는 딜레마가 있고 과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현상태에서는 머뭇거리고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일환 : 사실 CMA CGM이나 짐라인 같은 경우도 정부의 백기사 노릇이 없으면 결국 불가능합니다. 그런 부분을 위해서 영구채도 그 시각에서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전준수 : 그리고 중요한 건 3조8천억원의 구제금융을 보면 명목상은 정책 구제금융이지만 이자율은 8~10%였어요. 시중 이자가 3%일 때 8~10%의 이자를 산업은행이 부과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때 재미는 다 봤어요. 때문에 이번에는 관용을 베풀어서 HMM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용단을 내려주십사 하는 바람입니다.
◆구교훈 : 저도 전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이 뭐냐면 지금 영구채의 문제는 점점 가면 갈수록 이자율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자율도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시장금리 수준보다 월등히 높게 해놨어요.
최소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이 그렇게 했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되고, 금리가 너무 과도하지 않느냐. 그러면 정부가 금리장사를 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거든요. 어려운 기업을 도와준다면 초저금리로 해서 영구채를 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민영화가 답은 아니다
◆남영수 : 저는 다른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는데요. '왜 민간회사에 넘겨야 하지'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함부르크수드도 그렇고 CMA CGM, COSCO도 그렇고 지원을 받아서 살아왔던 기업들도 있거든요. 준공과 같은 기업처럼 하되 기존 현재 관리단으로 들어가는 분들은 의사결정에서 빠지고 해운의 전문가인 집단이 담당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지금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자금이 있는 상태에서 향후 5~10년에 HMM이 나아가야 할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에 모든 사람이 앉아서 '누가 내 위쪽으로 와서 내 자리가 있을 거냐, 없을 거냐'를 걱정하게 만드는 거죠. 그러면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들어와서 내 사람으로 다 바꿔버리면 의사결정하는 데에 또 1년이 걸리고요. 그러면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서 2년을 HMM에게서 뺏어버리는 형태가 되거든요.
두 번째는 물류기업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다 아시는 2자 물류기업들이 나와요. 그런데 없어진 한진해운이 망했던 첫 번째 이유 중 하나가 비전문가가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물류전문가가 해운의 전문가냐'를 따지면 다른 개념이거든요. 우리나라의 2자 물류는 논에셋베이스입니다. 에셋베이스로 바뀌게 되면 전략적인 방향이나 의사결정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더 중요한 건 뭐냐면 어느 하나의 2자 물류기업이 인수했을 때 HMM에게 좋냐고 하면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요즘 많이 언급되는 L사가 만약에 운영권을 가지면 S사가 저기에 화물을 실을까요? 자기의 화주 정보, 운임 정보가 다 오픈되는데 실을까요? 그러면 H사가 실을까요? C사도 안 실을 것 같고요.
결국은 뭐냐면 HMM이 중립성을 잃어버린 2자 물류기업에 인수되는 순간 영업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이 많다는 거예요. 결국은 우리가 HMM을 살렸을 때 얘기했던 우리나라의 정기선해운을 살려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중요한 시점에 의사결정을 한다고 하면 조금 더 전문가. 특히 전문가라고 한다면 현재 있는 사람들이 제일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이분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중장기 전략을 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매각이 되어야 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영구채나 지분의 축소라든지 하는 것들은 그런 전략의 방향이 정해진 다음에 후순위적으로 얘기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모든 의사결정이 매각이라는 것으로 전제를 깔아놨기 때문에 옵션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정말 중요한 시기를, HMM은 겪고 있는데 저 HMM에 있는 분들이 매각이라는 것 때문에 큰 돌을 둬야 되시는 분들이 앞의 수지를 따지고 있고 '누가 내 위에 들어올 것이냐' 이런 정치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안 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교훈 :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정위 심사가 끝났다고 하는데 한화가 이번에 2조원을 주고 결국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잖아요.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를 보면 2001년도에 파산하고 지금 2023년이니까 21년을 관이 관리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관리하면서 들어간 세금이 얼만지 아십니까? 그 세금에 대해서 한화가 지불하지 않습니다. 한화는 2조원 주고 인수하면 끝입니다.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계속 HMM을 해양진흥공사에 위탁을 맡기는 것은 저는 절대 반댑니다. 해양진흥공사에서 관리하시는 분들은 전문가가 아니에요. 해운 쪽에 오랫동안 경험 있는 분들이 관리하는 것이 맞는 거고 현재와 같이 공공기관이 관리하게 되면 자칫 대우조선해양처럼 매각이 안돼서 끌고 갈 경우에는 많은 부담은 국민한테 가는 겁니다.
지금 산업은행이 HMM에 쏟아부은 돈이 4조3천억원 이상입니다. 그러면 저희가 우리나라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살리기 위해서 들어간 돈의 60% 이상이 한 회사에 들어갔어요. 선사는 100여개가 있는데. 이제는 HMM이 현금이 있으니 더 이상 지원도 안 하지만요. 제 얘기는 HMM을 이런 상태로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건 경영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고 해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려해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빨리 매각을 해야죠. 원래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민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저는 맞는다고 보는 겁니다. 다만 누가 인수해야 되느냐는 아직까지 상황 자체가 영구채나 몸값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좀 더 합리적인 고민을 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정일환 : 구교수님이 남대표님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신 것 같은데요. 저도 그 중간 부분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람이 경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매각이 잘 됐다 할지라도 새로운 조직이 해왔던 여러 가지 그런 것들을 무너뜨리면서 오는 부작용들, 그런 것들을 남대표님이 염려하시는 것 같아요.
◆남영수 : 구교수님이 조금 오해하신 부분이 저도 공공기관이 경영관리단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은 대주주의 자리로 빠지시는 것을 바라고요. 지금 현재 뽑아놓은 경영진들이 책임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옥상옥으로 사장 위에 관리단이 또 올라가 계시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본인들의 뜻대로 투자하거나 전략을 짜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그분들은 뒤쪽으로 빠지시고 대주주의 역할을 하시는데 손해를 보냐고 하시면 손해를 안 보시고 계시잖아요. 손해를 안 보니까 지금 급하게 매각을 하기보다는 시점 자체가 뭔가를 딜레이시키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구교훈 : 한 가지만 추가로 말씀드리면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난번 생방송 때 HMM에서 컨테이너선 2척을 14년 장기 용선한 의혹에 대해서 지적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운임지수가 폭락한 상황에서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또 나오게 됩니다.
근데 제가 오늘 얘기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 그 당시에 14년을 계약한 주체가 제가 알기로는 HMM의 이사회로 알고 있어요. 해진공이 결정했습니까? 해진공이 결정했다면 해진공이 문제가 될 것이고요. 근데 그때 당시 그런 것까지 관여를 안 했다고 얘기했던 것 같거든요.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면 현재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HMM의 경영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중요한 사안을 그런 식으로 결정한 사람을 앞으로도 맡길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남영수 : 그 부분만 도려내야죠. 전체를 다 교체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게 되니까요.
◆구교훈 : 그건 맞죠. 한화도 마찬가지고요.
◆정일환 : 현실적으로 조직을 구성할 때 시간만 흐를 뿐이지. 결국은 셋업을 하게 되는 거기도 하고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는 있는 거죠.
※ 2023.05.02 화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