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FI 추이
2021~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해상운임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해상운임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는 지난해 1월 7일, 5109.6포인트를 기록했죠. 덕분에 지난해 전 세계의 선사들은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우리나라 국적선사인 HMM도 매출액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기록했고요.
그러나 지난 3월 10일 SCFI는 906.55포인트를 기록하며 80% 이상 폭락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전 세계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고, 미국 항만의 적체 현상도 해소되면서 선박의 운항이 원활해진 결과죠. 코로나 직전인 2020년보다도 낮은 수치로, 보통 업계에서 보고 있는 손익분기점인 1000선을 밑돌면서 900선도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었습니다.
때문에 선사들은 운임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모습인데요. 세계 1,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와 덴마크의 머스크를 주축으로 '임시 결항(Blank sailing)'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임시결항은 수요가 예상보다 적으면 예정되어 있던 선박 운항을 일시적으로 취소해 공급을 조절하는 행위인데요.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2월 17일까지 HMM이 소속된 '디얼라이언스'는 계획보다 36%를 '2M(MSC+머스크)'은 29%를 줄였습니다.
이외에도 선사들은 항로를 우회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등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죠. 이와 같은 노력으로 4월 21일 기준 SCFI는 1037.07을 기록하며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상운임에 대하여 1월 초가 최저점이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는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고, 더불어 선박 공급과잉에 대한 문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난 호황기 때의 화물 수요에 맞춰 발주한 선박들이 올해부터 대거 인도될 예정이거든요. 해운 전문 분석 기관 드류리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900척이 넘습니다. 선복량 기준 1위인 MSC는 133척을 발주했으며, HMM도 2021년에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지난해에는 3척을 발주했습니다.
✔ 해운동맹 규제 강화
최근 미국에서는 하원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사의 반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해상선적개혁법안에 서명에 이어 해운동맹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인데요.
먼저 해상선적개혁법안은 미국의 연방해사위원회(FMC)가 선사와 항구 터미널이 부과하는 연체료의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건데요. 컨테이너 안에 화물을 실을 공간이 있어도 미국 상품의 선적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사를 압박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 법안에 서명한 이유는 뭘까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요가 급증했는데 미국의 항구에서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거든요. 때문에 해상운임이 인플레이션 발생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거죠. 실제로 2021년 7~9월 미국에 기항하는 8개 선사들은 화주에게 22억달러(약 2조9300억원)의 운임을 청구했는데 전년대비 50% 상승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올해 연장선으로 선사의 반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건데요. 그동안 선사들은 동맹이 허용되어 왔기 때문에 반독점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원리에 따라 과도하게 경쟁하게 되면 나아가 산업 전체의 위축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허용돼 왔던 거죠. 해운산업 자체가 국가에게 어마어마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산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상운임이 폭등한 이유가 해운동맹들이 과점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판단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3대 해운동맹(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이 글로벌 선복량의 80%를 점유하고 있는데, 1996~2011년 시장점유율(30%)에 비해 과점화 상태라는 거죠.
쉽게 말해 해운동맹은 운임이 낮을 때는 필요하지만, 운임이 높아지면 너무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업은 독과점을 막기 위한 법안이 존재하는 거고,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해운산업에서도 계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HMM 민영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주관사를 선정하고 HMM의 매각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죠. 매각 대상 지분은 40%로 약 4조원의 가치이며 경영권 프리미엄, 영구채 인수 등을 감안하면 6~7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HMM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컨테이너선사이며,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포스코, LX그룹 등의 국내 기업인데요.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는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인수자가 누가 될지 미궁 속으로 빠져든 상황입니다.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몸값이 부담되는 것도 한몫하고요.
또한 HMM은 지난해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면서 약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변수도 존재합니다. 단순히 발행한 전환사채(CB)를 갚으면 매각가를 낮출 수 있겠지만 선박 구입이나, 물류기업 인수 등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거든요. 게다가 해운시황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해운시장 개편
최근 선사들은 물류기업을 인수하거나, 항공 노선을 늘리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머스크의 경우에는 최근 종료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ndeLens)'를 IBM과 협업해 보여주기도 했죠.
또한 머스크의 화물항공사 머스크에어카고(Maersk Air Cargo)는 최근 노선을 확대하는 속도가 가파릅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이후 동북아시아 지역 최초로 인천-미국 그린빌 노선에 취항하고, 올해에는 미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노선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인천공항을 아시아의 허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MSC는 조금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앞서 언급했듯 항공노선을 늘리거나 관련 물류기업을 인수하고, 종합물류로 향하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MSC는 선복량을 꾸준히 늘리는 모습이죠. 지난해 머스크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이후에도 중고선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업 방향이 다른 2M 얼라이언스(MSC+머스크)는 2025년 해체를 예고하는데요. 세계 최대 해운동맹의 해체가 해운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선복량을 늘린 MSC가 저비용을 앞세워 치킨게임을 유도한다거나, 종합물류기업으로 변모한 머스크가 물류 공급망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겠고요. 우리나라도, HMM도 큰 변화의 바람 속에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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