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뉴스레터에서 저희는 화장품 판매채널이 과거 방문판매에서 로드숍, 이후 H&B로 연결되는 과정을 목도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CJ올리브영이 있었고요. 그러나 지금의 H&B 시장이 계속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이미 1300여개의 매장으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상장 이후 계속 매장 수를 늘린다고 해도 시장의 규모는 한정적일 테니까요.
또 기존에 이루어졌던 시장의 개편처럼 CJ올리브영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자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 지점에서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봤습니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화장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2021년 기준 39.4%로 알려져 있는데요.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서적, 가전 등에 비해 낮은 이커머스 침투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스크 해제, 높은 마진율, 용이한 재고관리 등의 이유와 더불어 이커머스 수익성 개선의 새로운 방안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고요. 실제로 '뷰티컬리', '무신사뷰티', '로켓럭스' 등 이커머스 기업들에서는 앞다퉈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 백화점 강점 살려
전통적인 오프라인 강자였던 백화점들은 온라인에서 뷰티 카테고리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데요. 뷰티 전문관을 확대하고, 리뉴얼하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탄탄히 잡으려는 움직임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가의 화장품이 입점되어 있는 만큼 '프리미엄 뷰티'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SSG닷컴은 뷰티 전문관을 개편해 '먼데이 문(MONDAY MOON)'을 오픈합니다. 2019년 기준 SSG닷컴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25.6% 성장하며, 뚜렷한 신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인데요. 실구매 고객 리뷰 360만개를 모은 '리얼리뷰'와 무료 샘플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하며 온라인의 한계점도 극복하려는 모습입니다.
지난해에는 리뉴얼 과정도 거쳤습니다. 전문관 안에 '쓱배송 뷰티' 탭을 신설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로레알'의 뷰티 브랜드를 스마트폰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 '메이크핏(Makefit)'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3년이 지난 올해 SSG닷컴이 공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누적 판매된 상품 수는 1700만개에 달하며 특히 '에스티 로더', '디올 뷰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출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롯데온은 지난해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ON AND THE BEAUTY)를 출시했습니다. 3000여개의 뷰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100여개의 공식 브랜드관을 선보여 단독 상품을 론칭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선물하기' 서비스를 강화해 백화점 선물 포장을 도입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온앤더뷰티 전용 멤버십, '온앤더뷰티 클럽'을 운영해 혜택을 제공하는데 론칭 1년 만에 회원 수는 8배 증가했으며 롯데온의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습니다.
✔ 뷰티로 2차전?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판매했던 버티컬커머스 기업들이 다음 전략으로 뷰티를 낙점하는 추이도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식품'과 '뷰티'의 컬리, '패션'과 '뷰티'의 무신사가 대표적이죠. 또한 쿠팡의 C.에비뉴와 로켓럭스로 이어지는 전략도 빼놓을 수 없고요.
컬리는 지난해 뷰티 특화 서비스인 '뷰티컬리'를 선보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마켓컬리'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죠. 뷰티컬리는 마켓컬리의 기존 고객층이 3040 여성인 점을 고려해 가격보다 제품 품질을 강조하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동안 신선식품사업을 영위하면서 콜드체인의 강점을 보여줬던 역량을 기반으로 온습도 관리가 중요한 까다로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샛별배송'이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당연하고요. 지난 1~3월 10일까지 뷰티컬리의 메이크업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했는데, 명품 뷰티라인은 같은 기간 108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컬리가 홍보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고, 상장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를 위한 일시적 수단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게다가 올해에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해 코스피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적자는 2335억원이었고요.
그러나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10일에는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받았죠. 또한 지난 6일 창원에 '동남권물류센터'를 오픈하고, 다음 달에는 '평택물류센터'를 오픈할 예정으로 전국 샛별배송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컬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330만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올리브영(약 323만명)보다 높은 수치로 기존 마켓컬리의 역량, 물류 인프라와 더불어 뷰티컬리의 성장성을 입증하는 모습입니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도 2021년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단순히 뷰티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 아닌, 패션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인데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의 뷰티 카테고리는 론칭 1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에이블리 뷰티는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그재그 뷰티도 지난달 거래액이 전년 동기(오픈시점) 대비 약 3배 증가했습니다. 에이블리는 지난달 역대 최대 거래액을 기록하며 월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죠. 강점이었던 AI를 통한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고도화하고, 주요 고객층이 2030 여성인 점을 고려해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경험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신세계의 '시코르'와 협업해 입점 화장품 브랜드를 1200여개로 확장하고, 메인화면에 따로 뷰티 카테고리를 운영할 정도로 진심입니다. 리브랜딩을 거친 이 시기 이후 3월까지 무신사 뷰티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50% 이상 증가해 7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죠. 2021년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은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하고, 올해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세우는 등 여성 고객들도 적극 유치하는 모습입니다.
쿠팡은 최근 '로켓럭스', '로켓뷰티' 등의 상표권을 출원하며 프리미엄 뷰티 카테고리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지난 2020년부터 패션 프리미엄 전문관 C.에비뉴를 통해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했었습니다. C.에비뉴 배지를 통해 품질을 인증해 주면서 쿠팡의 강점이었던 빠른 배송 서비스 또한 제공했죠. 현재는 에스티로더, 맥 등 18개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 이번주 목요일(4월 20일) 뉴스레터에서 다이소와 화해(버드뷰) 두 기업을 중심으로 마지막편이 이어집니다. 내일(4월 18일)은 일산 킨텍스에서 '국제물류산업대전'이 개최되어, 전시회의 생생한 분위기를 뉴스레터와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