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 아쉬운 시너지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옥션 등의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이베이가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고, 2009년에 인터파크로부터 G마켓을 인수했죠. G마켓은 우리나라에서 16년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유명했는데 2020년 12월 24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이후 외부 감사 및 경영실적 공시 의무를 지지 않게 되면서 정확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알기 어려워졌습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이커머스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2021년 6월 24일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44조원에 인수하게 됩니다. 2020년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 17조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이었습니다. SSG닷컴의 거래액은 4조원이었고요.
이후 이베이코리아의 사명을 지마켓으로 변경하고, SSG닷컴과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요. 지마켓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은 약 3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이미 탄탄한 고객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때문에 이 이름을 그대로 활용해 SSG닷컴, 옥션, 지마켓이 스마일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멤버십 제도를 통합하면서 각 플랫폼의 이용자 수를 늘렸습니다. 올해는 오프라인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통합 멤버십으로 이름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는 SSG닷컴의 쓱배송(당일배송)을 지마켓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일프레시'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이용자 수를 통합하면서도 품목 수를 훨씬 다양화하고, 자체 배송까지 진행해 새벽배송 및 휴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배송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인수대금이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인수된 후 지마켓의 거래액은 오히려 낮아졌고요. SSG닷컴의 거래액은 지난해 5조9555억원으로 4% 상승했지만, 지마켓은 15조7858억원으로 4% 역성장했습니다. 지마켓은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최근 신세계그룹이 간편결제 사업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죠. 각각 900만명, 165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통합 시너지 발휘는 늦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 아마존과 11번가
미국의 아마존은 2021년 11번가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쉽게 말해 아마존의 수천만 개 이상의 제품을 11번가의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해외직구를 훨씬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이 11번가와 협업해 국내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는 SK그룹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11번가는 2023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이 필요한 상태였고, 아마존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방법이 필요했겠죠. 급변하는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직접 진출하기에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은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이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모양새기도 하고요. 구글이라는 전 세계적인 검색엔진이 아닌 네이버 등의 국내 기업이 강세인데다가, 이미 국내에는 쿠팡이 '로켓직구' 서비스로 3~4일 만에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아마존만의 강점을 내세우기가 어렵죠.
그럼에도 11번가는 구독 상품인 우주패스를 론칭해 해외직구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 주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아마존의 상품을 직구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SK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11번가의 매출액은 7890억원을 기록해 역다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전년(694억원)에 대비해 2배로 증가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해외직구 규모는 5조3240억원으로 이용자 수는 2018년(519만3000명)과 비교해 5배 성장한 1557만3000명이었습니다. 11번가의 2022년 해외직구 거래액도 2021년에 대비해 26% 상승했습니다.
✔ 전문몰의 약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볼 때 종합몰도 중요하지만 전문몰(버티컬커머스)의 성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켓컬리와 뷰티컬리를 운영하는 새벽배송 전문 업체 컬리는 올해 1월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는데요.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가치가 목표했던 수치보다 훨씬 낮게 측정돼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신선식품 전문몰로 시작했지만 가전 및 전자기기, 최근에는 화장품 카테고리까지 강화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매출인 2조원을 기록했죠. 그러나 연간 영업적자도 233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남 창원시에 동남권 물류센터를 구축했고, 5월에는 평택물류센터도 오픈할 예정으로 물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뷰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적정한 상장의 시점을 찾는 모습입니다.
새벽배송 전문 업체 오아시스마켓의 지난해 매출액은 4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15%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매출액은 온라인에 진출한 5년 만에 284% 성장한 수치며, 현재 유일하게 연간 흑자를 기록하는 이커머스 기업입니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 킴스클럽과 협업해 '킴스오아시스(Kim's Oasis)를 오픈했고, KT와 협업해 기가 지니 AI 음성 장보기 서비스 등을 선보여 신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흑자를 유지하는 탄탄한 이익 구조를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으나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해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신사는 2021년 패션 플랫폼 최초 연 거래액 2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조원을 넘어서면서 패션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단일 매장 기준으로는 최대 매출 1, 2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2조8399억원), 롯데백화점 잠실점(2조5982억원)보다 규모가 큽니다.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꾸준하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약 4조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흑자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자사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의 실적입니다. 2020년 기준 약 1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도 홍대에 이어 강남에 2호점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죠. 또한 무신사의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는' 이번 4월 신당점까지 총 5호점을 오픈했습니다.
무신사의 물류 전문 자회사 무신사로지스틱스는 올해부터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화하기도 했는데요. 패션 특화 인프라를 갖춰 입점 셀러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부 제품에 한해서는 '무료 반품' 제도를 시험적으로 도입해 물류를 통한 고객 편의성도 증대시키는 모습입니다.
✔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지난해 코리아센터와 다나와가 합병돼 커넥트웨이브로 사명이 변경됐습니다. 코리아센터는 쇼핑몰 제작을 지원하는 '메이크샵'과 해외배송대행 서비스 '몰테일' 등을 운영하고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이며, 다나와는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두 기업 간의 방대한 DB를 결합해 데이터 역량을 훨씬 강화할 수 있고, 메이크샵 셀러들의 성장을 극대화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13억개의 상품 DB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최저가로 제공하며, 몰테일 등의 서비스로 축적한 해외 DB를 통해 해외로 확장된 정교한 가격비교가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고요. 지난해 총 거래액은 12조4천억원, 영업이익은 51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입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 1천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약 68만건)는 35개월간 1위를 했던 당근마켓(약 58만건)을 제치고 국내 쇼핑 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배우 마동석을 광고 전속모델로 발탁하고, CJ대한통운과 협력해, 기존 1~2주가량 소요되던 해외 직구 배송을 3~5일 내로 단축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과 협업해 미국 셀러들을 국내 시장에 적극 유치해 대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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