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를 실제로 가보면 많은 화물차들이 정말 복잡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물차 기사는 물류의 거점과 거점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자'입니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결코 화물차 기사들에게 우호적인 공간은 아닌데요.
그래서 저희는 물류센터의 기능이 조금은 더 화물차 기사들에게 우호적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시간이 곧 돈인 화물차 기사들을 위해 정비, 세차 등을 센터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축한다든지, 공기압을 측정하는 설비를 구축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할 수도 있고, 전문 정비사 인력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고용해 전문적으로 차량 진단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화물차 기사는 주유소나 정비소에 가야 하는 불필요한 동선을 줄여, 물류를 완결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죠. 또 차량 고장 등의 돌발적인 상황도 미리 예방하여, 납기에 차질을 빚는 '리스크' 요인도 선제적으로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물류센터에서 아예 화물차에 필요한 요소수를 비롯해 각종 소모품들을 공동구매하여 화물차 기사들에게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소차와 전기차가 점점 늘어나는 추이를 볼 때 물류센터에서 차량을 충전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 쿠팡은 제주도에 '전기차 통합 배송센터'를 구축했습니다. 전기차 배송에 이미 중점을 두고 센터를 구축했는데, 레이아웃 설계부터 기존과는 다르게 했다고 하죠.
동선을 최적화하면서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하고, 운행을 잠시 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충전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때문에 충전기 제조사에게 전용 충전기 제작을 의뢰했고, 배송을 쉬는 1~2시간 사이에 충분한 충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케이블을 천장에 매달아 공간적인 제약도 적었죠.
이와 같은 노력들은 먼저 ESG에 부합하는 건 당연합니다. 화물차 기사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혜택을 제공한다면 단순히 '동일 구간을 여러 번 운행해야 하는 곳'이 아닌 '일을 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도 있겠죠. 가령 이 센터를 이용하는 화물차 기사들에게는 졸음운전 키트를 제공한다면 사고율을 줄일 수 있고, 곧 ESG 필수 요소인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됩니다.
당연하게도 수소, 전기 등의 충전시설을 구축한다면 친환경 물류를 실현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택배업계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배송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친환경 전기·수소 화물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 중입니다.
지난 3월 볼보트럭 코리아는 대형 전기트럭을 선보였는데, 급속 충전을 이용할 경우 1시간 30분이면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항만 시설이나 물류 거점의 충전 인프라고 확충할 예정이죠. 화물차의 친환경 전환이 훨씬 이전부터 가속화되고 있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듯 화물차 기사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운송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도 더 협조적일 수 있습니다. 물류 거점 간에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차주의 동의를 구해 GPS 단말기를 부착한다거나 혹은 간편히 앱을 설치해 차량 이동 동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겠죠. 이를 통해 양질의 물류 정보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이름을 바꾸다
SSG닷컴은 지난 2019년부터 경기도 김포에 온라인 자동 물류센터 '네오003'을 가동했습니다. 물류센터를 넘어 제조, 판매 기능을 더한 점이 특징인데요. 약 100평 규모의 베이킹 센터를 구축해 배송 직전인 오전 5시와 오후 7시에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하는 겁니다. 단순히 굽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반죽, 발효, 굽기, 포장 각각의 공정을 완벽히 분리해서 신선하게 고객에게 배송해 줍니다.
물류센터가 아닌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센터라 이름지은 이유가 밝혀지는 대목이죠. 같은 김포에 위치한 '네오002' 센터와는 서로 소통해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신세계그룹 뉴스룸에 따르면 5층의 사무공간에는 포토존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류센터의 기능만 고도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데요. 일본GLP의 알파링크(ALFALINK)는 유니클로의 브랜딩 담당자가 로고 디자인과 네이밍을 담당했습니다. 카페, 휴게소는 물론이고 명상,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죠.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인재들을 유치하면서도 이 공간을 지역의 주민들에게 개방하면서 지역과 공생하는 모습입니다. 야외광장에서는 러닝을 할 수도 있게 코스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하죠. 완전히 개방된 물류시설을 만든 겁니다.
✔ 창고 개방
창고 개방, 창고 대방출과 같은 할인 포스터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보통 80~90%까지 큰 폭으로 할인하는데, 일정 공간을 대여하거나, 아웃렛, 백화점 등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죠.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은 안성 물류센터에서 '창고대개방'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요. 단순 재고가 아닌 인기 제품들도 최대 80% 이상 할인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됐었습니다. 패밀리 놀이문화 기업 손오공은 지난 2일 인천 서구의 물류창고에서 '창고大개방' 행사를 열고, 최대 99%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이런 행사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점이 있습니다. 기업에게는 재고를 소진하고 다음 연도의 제품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해주니까요.
많은 브랜드에서 비슷하게 창고 개방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두 기업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물류센터'에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입니다. 용인, 이천 등 물류센터는 배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도권 근교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교통도 편리하고, 주차공간도 넓죠.
화물차의 소음과 매연이 즐비한 곳이 아닌, 주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안전하게 만들면 어떨까요. 별도로 다시 재고를 폐기하거나 아웃렛으로 보내는 물류과정을 생략하고 소비자들이 쇼핑할 수 있는 하나의 지역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 상상력을 더하면
물류센터의 기능 중 하나는 검수입니다. 불량이나 오류 등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특히나 액세서리나 의류에서는 더 중요하죠. 검수를 위해서는 직접 상품을 해체하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저희는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물류센터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가령 안경을 제조하는 화주기업이 물류를 위탁한 고객사인 경우, 고객을 위해 추가적인 부가 서비스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건데요. 피부색, 헤어스타일, 얼굴의 크기 등을 다양화하여 마케팅을 수십 종류를 세팅하고, 이를 활용해 물류센터 내에 구축한 전문 스튜디오에서 안경을 종류 별로 피팅하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여 화주사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더 많은 업무를 물류기업에 의존하게 돼, 일종의 '가두리 전략'을 강화할 수 있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에서 단순 입고, 보관, 출고를 넘어 어떻게 하면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는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마네킹이 직접 안경을 피팅한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반품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VR 기술 등을 이용한다면 훨씬 더 고도화된 촬영이나 소비자와의 소통도 가능하겠죠.
한 발 더 나아가 물류센터에 구축한 마네킹을 '멀티 유즈'로 활용한다면, 목도리나 모자, 선글라스, 의류업체 등을 신규 화주로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고객사의 피팅 모델이 물류센터에 구축된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도 진행할 수 있을 테고요.
화주 입장에서는 단순 물류의 기본적 기능을 넘어 다양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지속적인 계약을 유지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 입장에서도 단순 물류 위탁을 통한 수익창출 외 유휴 공간을 이용한 추가적인 수익창출로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외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여 재고를 보관하지 않으면서도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여러 형태의 부품들을 유연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 고객사의 물건이 소비자에게 판매된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회수해 수리나 정비까지 지원하는, 일종의 역물류 부문에서도 충분히 더 높은 차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물류센터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부분이나 확장성을 생각해 보면 굳이 물류센터라고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류센터라는 고착화된 개념을 넘어서 고객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의식주 생활센터'라든가 자사만의 특별한 브랜드를 만드는 방향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능적인 부분 말고도 앞서 언급한 일본의 사례와 같이 물류센터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클라이밍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게 되면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하는 물류센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차츰 긍정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요.
✔ 상상하자
물류센터는 우리 인간 삶에 꼭 필요한 중요한 시설입니다. 물류센터가 없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의식주'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물류센터의 기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꾼 새로운 방식의 물류센터에 관한 콘셉트도 존재합니다.
지난 2017년 아마존은 '공중부양 물류센터'를 기획했습니다. 항공 배송센터(AFC, Airborne Fulfillment Center)라는 이름의 거대한 창고를 공중에 띄우고 드론을 이용해서 배송하겠다는 거였죠. 드론은 장거리 배송이 어렵기 때문에 착안한 방법입니다. 또 '수중 물류창고' 특허도 확보했죠. 배송시간이 되면 음파가 물을 통해 전송되고 제품에 부착된 압축 공기 카트리지가 풍선을 팽창시켜 제품을 수면으로 띄우는 원리입니다. 부력을 이용해 제품을 다양한 높이와 깊이에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아마존은 새로운 방식을 통한 혁신과 도전, 고민을 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물류산업의 도약을 이끌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도 교과서에서 배웠던 물류에 관한 개념과 고정관념을 넘어, 이제는 더 기발하고 재밌는 상상력을 더해 물류의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고할 것만 같았던 '구글'의 검색시장이, Chat GPT로 위협을 받는 모습만 보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새로운 사업자가 물류산업의 근간을 흔들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