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최정점을 나던 2021년, 많은 분들이 집 안에 머무르며 서로의 안전과 건강을 지켰습니다. 그 당시 온라인쇼핑 지표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2021년 1월 음식서비스(배달) 거래액은 960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90.3% 폭증했습니다. 음식료품은 53.1% 증가한 7531억원, 가전·전자·통신기기는 65.3%, 가구는 62.2%,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46.4% 증가했습니다. 반면 이 시기 여행 및 교통서비스는 -68.2%(-1조685억원), 문화 및 레저서비스 -79.6%(-1299억원)으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외식보다 내식을, 외부 활동보다 내부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는 모든 지표가 완전히 역전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23년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지표를 보면, 여행 및 교통서비스 거래액은 2022년 1월 대비 105.4%(9670억원), 문화 및 레저서비스는 38.7%(472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음식서비스(배달)은 -8.3%(-2022억원), 가전·전자 -6.5%(-814억원), 컴퓨터 및 주변기기 -7.9%(-675억원), 가구 -6.1%(-273억원)으로 거래액이 줄었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해 드라마틱하게 상황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활동이 늘면서 여행과 레저활동 등의 소비는 증가한 반면, 음식배달을 비롯해 가전이나 가구 등의 수요는 감소했습니다.
✔ 배달기사 과잉, 수요 감소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90.3%의 엄청난 거래액 성장을 일궜던 음식서비스(배달) 부문입니다. 불과 2년 만에 극적으로 상황이 뒤집혔는데, 이 때문인지 요즘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2021년에 신규로 유입된 다양한 고용 형태의 배달기사와 파트너들의 공급이 늘었지만, 점진적으로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일상생활이 회복되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거래액이 둔화되는 실정입니다.
즉 배달기사를 비롯해 배달파트너의 공급은 넘치는데, 배달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수요는 감소하는 상황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업으로 배달업을 하는 기사들은 수익성을 보존해 달라며, 배달 기본료 인상을 촉구하면서 배달업계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인데요.
✔ 택시기본료 인상의 교훈
배달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배달비 증가에만 있지 않습니다. 배달앱에 대한 신뢰 하락도 소비자 이탈의 주요한 요인으로 보이는데요. 23일 저희는 국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A사의 단일 품목을 기준으로 비교해봤습니다.
우선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음식가격은 2만원이고, 배달료는 3500원으로 명시 돼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동일한 가격에 배달비 2900원(10만원 이상 무료)로 안내하고 있으며, 19000원 이상 구매할 경우 1000원의 할인 쿠폰을 제공 중입니다. 쿠팡이츠에서도 동일한 가격에 4000원의 배달료(10만원 이상 무료)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요기요에서는 판매비용이 2만1000원, 배달비가 3500원으로 안내되어 있었는데요.
이처럼 각 배달앱에서 명시한 기준이 각각 다르고, 심지어 판매가격도 상이한 점을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직접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소비경험에서 불쾌함을 느낄 만한 요인이 많아 보입니다. 저희가 몇몇 자영업자에게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일치하는지 여부도 확인해 본 결과, 유사한 문의를 많이 받은 듯한 답변도 받았습니다. 그 만큼 많은 분들이 배달앱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100% 신뢰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최근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까닭에, 배달기본료 인상 요구도 일견 공감은 됩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기본요금 인상 이후 이용자가 8~22% 선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비용이면 차라리 숙박을 하거나 대리운전을 이용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리죠.
택시기본요금은 인상이 되었지만, 그에 합당한 서비스 개선도 동반되어 이뤄졌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택시기사는 더 친절해졌으며, 승차거부는 사라졌는지 말입니다. 오히려 할증시간을 악용해 '빈 차'임에도 의도적으로 운행을 중단한다는 보도를 보면 씁쓸한 생각도 들죠.
빅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배달앱 3사의 월간 앱 사용자 수(MAU)는 2922만명으로 집계됩니다. 전년 동기(3586만명) 대비 무려 664만명(18.5%) 감소한 수치인데요. 배달료가 인상되면 과연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비용지불이 가능한 심리적 저항성이 무너져 더 큰 위기를 마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배달 공동구매와 역물류
지금 대다수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배달형태는 대개 유사한데요. 최적화배달, 알뜰배달 등 명칭만 조금씩 다를 뿐, 묶음배달이나 단건배달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단순히 배달의 형태가 아닌, 배달서비스의 방식에 주목하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비자가 아침 출근길에 배달앱을 이용해 저녁에 먹을 배달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퇴근시간에 맞춰 배송시간까지 지정해 요청할 수도 있겠죠. 배달앱 입장에서는 미리 접수된 배달 건들을 분석해 묶음배달의 동선을 더욱 정교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배달기사들은 시간 투입 대비 더 많은 비용을 수취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당일 접수된 주문을 미리 확인하여 식자재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환경적 낭비요인을 줄일 수 있죠. 또한 소비자가 요청한 시간에 맞춰 조리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여유도 가질 수 있을 테고요.
즉시 빠른배달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더 많은 비용을 받고, 느린배달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더 적은 비용을 받고, 미리 선주문을 한 고객에게는 또 그에 합당한 비용할인이나 포인트 환급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 세분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평생 배달비 없는 배달앱을 표방하고 있는 '두잇'의 경우 1인분도 집 앞까지 무료배달을 제공하는데, 상품을 공동구매하는 것처럼 음식배달도 일정인원이 모이면 배달하는 형태로 무료배달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바 있죠.
두잇의 음식배달 공동구매 방식은 역물류 부문에서도 효율적인 '용기회수'가 가능해 보입니다. 한 곳에서 주문이 발생했기 때문에, 배송지를 역순으로 방문해 빈 용기를 회수해 최초 주문이 접수된 식당에 다시 전달하는 동선을 충분히 그릴 수 있겠죠.
두잇 관계자에 따르면 다회용기 서비스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이력이 있으나, 실질적 실행단계에 있지는 않다"며 "실현 가능성은 실제 실행 이후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음식배달업계가 직면한 거래액과 MAU 감소는 단순히 코로나19의 완화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두잇'과 같은 신규 배달앱 사업자가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측면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더 나은 대체재가 나오길 갈망하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