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택배를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물론 통계를 낸 적도 없고, 답이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택배를 검색해봤을 때 여전히 단순 노동집약적인 업무, 몸 쓰는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택배기사 뿐만이 아니죠. 얼마 전 저희가 배달기사님을 만나 영상 인터뷰를 촬영하고 유튜브에 업로드했었는데요. 여전히 몇몇 분들이 직업적인 비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물류나 택배업 현장에 계신 분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 3월 6일 CJ대한통운은 '오네(ONE)'라는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택배를 하나의 브랜딩으로 발전시키려는 도전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응원하고 싶은 대목입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자이지만, 그동안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체 브랜드를 론칭한 배경에는 일종의 '메기'라고 불리는 쿠팡의 존재가 있었기 떄문입니다.
✔ 쿠팡친구로 불러다오
택배라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브랜드화한 대표적인 기업은 단연 쿠팡입니다. 김범석 쿠팡Inc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은 택배, 물류서비스가 아닌 고객 만족 서비스"라고 강조했습니다.
초창기 로켓배송이라는 네이밍을 만들고, 택배기사의 이름을 쿠팡맨(현 쿠팡친구)로 명명한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물류와 택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만족시킬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여러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객들에게 직접 손편지를 남기고 택배상자를 핸드폰으로 촬영해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등 기존의 택배기사들이 하지 않았던 섬세한 서비스가 돋보였죠. 그 뿐만 아니라 택배기사(쿠팡친구)를 정규직 형태로 직고용하고,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 않도록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해줬습니다. 또 유니폼을 지급해 통일감을 주고 청결에도 많은 신경을 썼던 게 오늘의 쿠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대구에 건립한 첨단 물류센터를 외부에 공개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도 있죠. 무인 지게차와 작업자가 협력하고, 로봇이 곳곳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함으로서 물류센터가 가지고 있던 낙후된 이미지를 첨단산업이라는 모습으로 인식을 바꾸는 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변화가 오네
오네 서비스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단 하나(ONE)의 배송'이라는 의미와 즐거움이 오는 배송 서비스의 본질을 강조합니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은 물론 고객의 기대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죠. 그간 배송 경쟁력의 척도로 평가받고 있었던 모든 배송을 통합하는 형태입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익일배송, 도착보장(일요일 포함) 등을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택배산업의 이미지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CJ대한통운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CJ대한통운은 물건을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고민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물건의 전달을 넘어 고객과 소통하고,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보이죠. 특히 국경 간 택배라는 용어를 쓰는 빈도 수가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국제 택배나 포워딩 등 다른 사업부문까지 CJ가 사용하는 고유명사 형태의 브랜딩 서비스로 확대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진도 업계최초로 택배와 물류를 소재로 한 게임 '택배왕'을 만들거나, 메타버스 공간에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오픈하는 등 디지털과 물류산업을 융합시켜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또한 택배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 '백일몽' 시사회에서는 "콘텐츠의 힘으로 물류가 과연 어떤 것이고, 물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이렇다는 것을 멋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죠. 그간 택배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전환시키기 위한 이른 바 로지스틱스(물류)와 엔터테인먼트(문화)를 뜻하는 '로지엔터테인먼트' 전략입니다.
✔ 더 중요한 것
브랜드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흔히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라고 부르는데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부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알리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수 차례 경험에서 볼 수 있었듯 브랜드가 몰락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CJ대한통운의 파업 이슈입니다. 유튜브에서 CJ대한통운을 검색하면 하단에 CJ대한통운 택배나 택배기사가 연관검색어로 추천됩니다. 해당 키워드를 클릭하면 좋은 내용도 있지만, '파업'과 같은 부정적인 콘텐츠도 노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리스크는 쿠팡에게도 동일하게 직면한 과제입니다. 소비자에게 원활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최근 쿠팡을 검색해보면 지속적으로 산재, 노조와 관련된 뉴스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쿠팡이 점차 성장하면서 고용인력은 많아지고, 당연히 산재 발생확률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죠.
쿠팡은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내부에 법무 전문가들이 상당 수 경영진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쿠팡의 대표이사만 보더라도 강한승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7년간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그 외에도 김앤장 출신의 법조인을 다수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법적인 부분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물류산업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알려진 IT업계에서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인터넷플랫폼 기업 A사의 경우, IDC센터(Internet Data Center)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상당히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정, 부의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고 케이스 별로 시스템화가 되어 있어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죠.
물류업계에서도 예측 가능한 리스크 요인은 상당히 많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 택배노조의 파업, 물류센터의 화재, 과로사 문제, 하도급 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이슈 등, 최근에는 물류의 많은 부분들이 디지털, IT기술과 연계되면서 데이터센터나 통신장애 등과 같은 부분도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할 리스크 관리 요인이 됐습니다.
소 잃기 전에 울타리 곳곳에 균열을 사전에 정비하는 것이 더 큰 비용 손실을 방지하는 최선책일 수 있습니다. 사실 더 상위 범주에서 보면 공급망 관리(SCM)에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모두 포괄되어야할 요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