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성결대학교 한종길 교수 :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정확히 얘기하면 1990년. (구)소련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고 있을 때부터입니다. 북극항로에 대한 연구와 실증도 그 때부터 이루어졌습니다. 근데 이게 잘 안됐던 이유가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항로가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그 때는 지구온난화라고 하는 것이 지금과 같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되지 않겠느냐 라는 가능성만 보고 준비했었던 겁니다.
근데 지금은 북극의 얼음들이 1년에 몇 달씩은 녹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건데요. 1년에 몇 달이라도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거기에 더해 원자력 쇄빙선을 동원해서 연중 이용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북극은 춥고 1년 사시사철 365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극항로의 이용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북극항로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성이 있죠. 우리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에 있고, 지금 싱가포르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입지적인 요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성이라는 차원에서 아직도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하고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북극항로가 현실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의문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북극항로와 수에즈운하를 비교할 때 보통 거리를 비교해요. 거리가 짧으니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수에즈항로를 이용할 때 통과료를 내듯이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도 통과료를 내야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무료 자유항로가 아니에요.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는 러시아의 영해를 다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쇄빙선 이용료라든지, 도선료를 부담하게 한다든지 해서 생각보다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고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면 우리보다 중국이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일본과 함께 이용국가의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대응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운시장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3년은 해운시장의 비정상화였고요. 지금은 정상적인 해운시장으로 돌아오고 있고, 이 정상적인 해운시장 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글로벌 공급사슬을 안정화시킬지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화된 해운시장은 운임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고, 극소수의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선사들이 살아남아서 우리나라의 공급사슬을 외국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함께, 기업의 실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일단 운항시간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로테르담까지 월 4항차, 주 1항차라고 가정했을 때 희망봉으로 우회했을 경우 거리, 운항시간만큼 배를 더 투입해야합니다. 비용이 더 든다는 거죠. 반대로 북극항로를 이용해서 운항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배를 투입하지 않고도 항차 수를 늘릴 수 있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뜻이죠. 획기적인 항로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해가 급격히 녹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의 이야기로는 2030년 이후가 되면 얼음이 많이 녹아서 컨테이너선을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우리가 1년 중에 몇 개월은 항구가 얼기 때문에 기항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쇄빙선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쇄빙선을 유일하게 여러 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런 배들을 건조하고 투입하고 있죠. 그러나 아직까지 보편화되거나 상용화된 것은 아니고, 실험적으로 운항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현대글로비스가 벌크화물을 노르웨이에서 싣고 북극항로를 통해서 광양항까지 성공적으로 운항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1차적으로 벌크선이 활성화가 되고 난 다음,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북극항로는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북극해의 얼음들, 쇄빙선이 있지만 그래도 한계점이 있고요.
두 번째는 러시아의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의 연안을 가장 길게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보통 북극항로 8조국이라고, 8개 나라가 북극항로를 공유하고 있는데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그린란드 등의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옵저버(observer) 자격이 있어서 북극해 쪽의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있는 상태입니다.
결론적으로 북극항로는 8조국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곳이라는 겁니다. 특히 러시아가 가장 긴 항로의 연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통행료를 받는다든지,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협적인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북극항로를 활성화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죠. 러시아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꺼린다는 겁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일대일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굳이 북극해항로를 활성화해줄 이유는 없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빨리 활성화해서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물류지도를 활성하려하겠죠. 반면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북극항로, 수에즈운하, 파나마, 희망봉 등의 항로를 이용가능하게 하고 TSR, TCR, TMGR, TMR 이런 여러 국제철도를 이용함으로서 항로 간, 운송경로 간 경쟁을 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물류회사나 화주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절감과 운송시간의 비교를 통해서 여러 항로를 경쟁적으로 이용하는 장점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제가 볼 때는 북극항로의 활성화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이미 선사들이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보면 팬데믹 기간 2~3년 전부터 예견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면 운임은 과거로 회귀할 것이고, 해운시황은 안 좋아질 것이라는 부분이죠. 결국은 화주들이 주도하는 운임의 협상, SC(service contract)계약이라든지, 스팟(spot)운임이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선사들이 손익분기점(BEP)를 달성할 수 있는 운임지수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겁니다.
블랭크세일링(blank sailing), 무어링(mooring), 폐선, 고철화 또는 발주기간을 늦추거나 운하통과료를 줄인다든지, 우회항로를 만든다든지 이런 식으로 다양한 경영활동을 통해서 운임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략을 가져갈 겁니다.
거기에 맞물려서 2M이 2025년까지만 하고 갈라섭니다. HMM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이냐. HMM 입장으로서는 이게 이익이 될 것인가. 불리해질 것인가. 굉장히 주시해야 합니다. 왜냐면 현재 컨테이너 글로벌 선대가 2500만TEU, 발주량이 730~40만TEU이기 때문에 앞으로 3300만TEU가 움직일 것인데 여기서 얼라이언스를 어떻게 재편할 것이냐. 우리나라 국적선사인 HMM이나 SM라인, 팬오션 이런 쪽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시급합니다.
현재 크게 눈에 띄는 대응은 없는 상태입니다. '종합물류를 하겠다', '해상물류에 집중하면서 어떤 전략을 하겠다' 정확하지 않고 모호한 상황인데 선택과 집중을 할 건지, 머스크를 비롯한 다른 기업처럼 종합물류사업을 해서 리스크를 헷지할 것인지 등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해상운송시장에서는 안 좋은 시그널로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이 급락하고 있죠. 반도체 수출이 줄고 있고, 전기차 보조금 등의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더 안 좋아질 것이고, 결국 물동량도 줄게 될 겁니다. 환율이 계속 고환율로 유지된다거나 우리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낮아진다면 결국 수입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더 이상 흥청망청할 수 있는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회복시키고 살려야 하는 책무가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