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울렛 아니고 아웃렛
마리오아울렛이나 모다아울렛 등 기업에서 아울렛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국립국어원은 아웃렛을 표준어로 안내합니다. 아웃렛은 흔히 이월 재고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아웃렛이 생길 당시에는 생산 공장 인근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약간의 하자가 있는 상품이나 이월 재고 등을 판매했는데, 유통단계를 축소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특징이 있었어요. 이후 1980년대 지금처럼 여러 종류의 브랜드를 모아둔 쇼핑센터로 변화하게 됐고, 급격한 성장을 이뤄나가게 됩니다.
✔ 팩토리아웃렛
우리나라에서 아웃렛의 시작은 1994년 3월 29일에 개장한 '2001아울렛'입니다. 이랜드그룹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설립했으며 '디스카운트 백화점(백화점 형태의 할인매장)'으로 정의했죠. '모어 디스카운트, 모어 스페셜리'라는 구호로 국내 유명 의류와 잡화 이월상품을 60% 이상 할인 판매했고, 지하 매장에서는 농축산물을 산지직송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2001아울렛은 꾸준히 점포를 확장해 나가면서, 이랜드에서 제조하는 의류, 잡화, 식품, 공산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유통형태로 구축해 나갔죠. 1995년부터는 금강제화의 '토털패션 아웃렛'이나 논노의 '프리마트' 에스콰이아의 '디스카운트 프라자'처럼 각 제조사의 재고를 할인해서 판매하는 아웃렛이 늘어나게 됩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IMF 외환위기로 제조사들의 재고부담이 늘어나자 구로공단 일대(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브랜드 직영방식의 '팩토리아웃렛'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이 형태가 진화한 '마리오패션타워'가 오픈하게 되는데요. 40~50개의 업체가 아파트 형태의 공장에 입점하고 건물의 1~2층에서 판매하는 형태죠.
이후 2000년대 '2001아울렛', '세이브존' 같은 도심형 아웃렛이 점점 더 영역을 확대해 나가죠. 현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대형 아웃렛들이 모여 아웃렛타운이 구성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도심형 아웃렛으로는 뉴코아아울렛, LF팩토리아울렛, 마리오아울렛 등이 있습니다.
✔ 27년 만에 폐점
W몰은 1996년 세워진 '원신아울렛'을 전신으로 하는 가산지역을 대표하는 아웃렛 중 하나였습니다. 운영사인 원신월드(현 원신더블유몰)는 자사에서 제조하는 의류들을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하는 기업이었고, 자사의 이월 상품을 원신아울렛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였습니다.
가산 아웃렛타운에는 점유율 1위인 마리오아울렛을 비롯해 현대시티아울렛과 W몰이 강력한 경쟁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W몰은 올해 9월, 27년만에 폐점할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요. 회사 측은 규모를 줄여서라도 경영을 유지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W몰이 어려움을 겪은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의 발발인데요. 대형 도심형 아웃렛의 주 고객은 중국인이 주를 이룬 까닭입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고,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여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보따리상도 W몰 매출에 큰 몫을 담당했었죠.
실제로 아웃렛업계는 2020년대 20조원 수준까지 성장하였으나, 이후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W몰 운영사 원신더블유몰도 2020년부터 2021년, 2년 간 58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 모호한 형태
초창기 아웃렛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 컸죠. 때문에 공장 인근에 아웃렛이 위치한 경우가 많았고, 중간단계가 축소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절감되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도심형 아웃렛은 점점 몰락하는 모습인데요. 대표적인 도심형 아웃렛 브랜드인 마리오쇼핑의 매출액은 2018년 약 515억원에서 2021년 약 348억원으로 크게 쪼그라 들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성장이 점차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1990년대 개점 당시와 크게 달라진 쇼핑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 한 게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는 시점에서, 아웃렛만의 고유의 차별적 특징과 색을 잃어가는 것도 시장의 외면을 받는 요인입니다. 예컨대 최근 백화점의 입점 수수료가 높아져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브랜드나 유통사가, 신상품을 곧장 아웃렛으로 보내거나 아웃렛용 물량을 따로 준비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때문에 아웃렛이 가지고 있던 장점이 희석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무신사와 같은 버티컬커머스에서도 온라인 아웃렛을 운영하는데, 이 역시 오프라인 아웃렛의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이 됩니다. 지난해 2월 공식 론칭된 '무신사아울렛'은 지난 9월 MAU 100만명을 넘겼고,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제품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는 동시에, 최대 80% 할인판매를 진행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
2007년 유통 대기업들은 수도권 외곽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점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진입을 알렸습니다. 이천, 파주 등의 롯데프리미엄아웃렛이나 송도, 김포 등의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이 대표적이죠. 2007년 약 3.5조원, 2016년 약 14.3조원, 2020년 약 20조원 규모로 큰 폭의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아웃렛들은 도심형 아웃렛들과는 다르게, 도심 외곽에 대규모로 매장을 열었고, 주차가 용이하도록 접근성을 개선했습니다. 또 가족단위 고객들이 방문해 쇼핑, 휴식, 레저 등 복합문화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단순히 재고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해외의 명품 브랜드도 입점시키면서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을 공략한 것도 성공적인 전략이었습니다.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도심에 위치한 장점을 살리지 못 한 것도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대목입니다. 사실 1990년대만 해도 구로 가산동 지역은 지금에 비해 낙후된 곳으로 인식이 됐습니다. 하지만 점차 도심화가 진행이 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메가시티로 발전하면서 점차 아웃렛 본연의 특징이 무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프리미엄 아웃렛이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과거 아웃렛 초창기의 모습과 닮아 있는데요. 반대로 더현대는 도심에 거대 매장을 열며, 복합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오늘의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는 형태로 발전된 유통의 형태를 선보였습니다.
더현대 매장을 방문해 보면 온라인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지하 2층, 전국 각지의 맛집이 모여있는 지하 1층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반면 2~4층에는 기존 백화점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데, 이곳은 의외로 한산합니다. 또 5~6층에는 대형 구조물의 실내정원이 있는데 사람들이 붐비죠.
아웃렛의 사업모델이 과거에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틀린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초기 사업의 형태로 돌아가 단일 브랜드가 공장 인근에서 더 빠르게 온오프라인의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호응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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