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마트의 반전
평일 어느 날 오후, 동네마트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뭘까...?' 궁금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응암3동에 있는 푸르네마트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하루 두 차례 100명 한정 특가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인데요. 오늘(24일) 해당 마트를 직접 방문해서 판매가를 분석해 보고 해당 지점 관계자를 만나 조금 더 구체적인 유통 경로 등을 청취해 봤습니다.
✔ 11시와 4시
푸르네마트 응암점에서는 오전 11시, 오후 4시, 저녁 7시. 3차례 큰 특가세일을 하고 있는데 오전 11시와 오후 4시는 선착순 100명에게 한정으로 판매하는데 해당 푸르네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B급이나 C급상품이 아닌 역마진을 감수한 일종의 마케팅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오늘(24일) 오전 11시에 한라봉은 10개 2900원, 대파는 1단 1000원, 계란 30구가 3500에 판매되고 있고, 오후 4시에는 돼지고기 2근에 9900원, 밀가루 2kg에 18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둘러본 바에 의하면 행사시간 1시간 전부터 어르신들이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근을 지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큰 마케팅 효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는 모습 자체가 눈길을 끄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도 유입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작용을 하는 듯 보였는데요.
또한 할인의 종류가 오늘만세일, 월간세일, 전단세일, 전단앱회원특가상품, 전단3일장세일(금, 토, 일)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 명시하고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유통경로는?
푸르네마트 관계자는 사실 대다수의 동네마트들이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며 본인들도 고기의 경우는 마장동에서 축산 도매를 통해 들여오고 농산물의 경우는 강서구에 위치한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산지와 직거래를 통한, 1차 바이어와의 직거래 형태의 계약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과정에서 오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공급받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선결제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공급사와의 상호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보입니다.
관계자는 역마진을 감수하고 판매하는 상품이 꽤 많다며 영업이익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푸르네마트 응암점의 영업이익률은 2.3% 규모로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지점도 운영이 되는데 각자법인체계로 조금씩 운영전략이 다를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의 소비연령층과도 상당히 연관이 높아보입니다.
✔ 인구절반이 50대 이상
저희가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마트가 위치한 응암3동의 총인구는 23945명인데, 이 가운데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전체 49.3%인 11806명입니다. 숫자로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체 소비층의 50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이나 동네마트에서의 소비경험이나 문화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지금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전략과 달리 곳곳에 직원들이 상당히 많이 상주해서 어르신들이 장을 보거나 마트에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이용하기에는 훨씬 유효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매대가 조금 투박해보였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이 분들의 성향에 맞게끔 합리적인 가격이 동네마트에 가장 핵심적인 차별적 전략이 아닐까요?
이 지역 인근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롯데마트 같은 기업형슈퍼마켓. 이마트24, CU 등의 편의점들도 있었는데요. 이런 유통 정글에서 동네마트가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오랜 시간 지역의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요구와 문화를 잘 이해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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