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휘 : 보통 컨테이너의 지표인 SCFI가 2022년 1월 9일 5109포인트로 최고치를 찍더니 불과 1년 사이, 지난주였죠. 2월 10일에 995로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이 지표를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지금 수요 공급이 급변하는 것 같아요. 미국 롱비치항 적체 현상이 심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민균 : 미국 경제상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금리가 오르지만, 취업률도 높습니다. 다시 말해서 컨테이너를 롱비치항에 내리면 내륙에서는 트럭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운전자가 부족하죠. 그래서 미국 내에서 물류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공급망 붕괴가 미국에서는 지금 큰 이슈입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나 기업들의 노력으로 한시적으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 물류의 흐름이 원활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내륙 운송 측면에서 봤을 때, 인력 수급 등의 문제로 그 정도가 심하죠.
◆조철휘 : 미국은 영토가 넓으니까 내륙운송이 중요할 텐데 인력 구하기가 어렵군요. 해운 부문의 컨테이너 적체에 더해 내륙운송까지 인력난이 심하니까 앞으로 공급망 관련해서 트럭킹 적체도 현상도 무시 할 수 없겠네요.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면요. 우리나라 중국 의존도가 높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베트남으로도 많이 이전하는 것 같아요. 거기에 더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쪽으로 무역이 이전하는 흐름도 보이는데 앞으로 아세안을 통한 제조나 공급망 이전, 어떻게 보십니까?
✔ 넥스트 차이나의 조건
◆김민균 :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탈중국화가 굉장히 큰 이슈입니다. 그래서 다음 후보지가 어디냐, 코로나 시대에 많이 얘기했던 나라가 특히 베트남이었고,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도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진출하면 생산과 물류기지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졌습니다.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많이 진출하려고 노력했던 나라들인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기 때문에 인력 수급이 중요할 텐데요. 현지에서 인력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또 베트남의 물류와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베트남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할까?' 그런 입지적 환경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철휘 : 허브앤스포크가 이상적인 구조인데, 베트남도 항만과 공항을 중심으로 수출입을 많이 하니까, 이런 부분이 더 증가해야 활성화가 되겠군요. 인구 2억7천명 규모의 인도네시아도 섬이 많기 때문에 거점 전략이 쉽지 않겠지만, 계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변화가 생기고 있어서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마종수 교수님. 최근 유통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어떻게 좀 이뤄지고 있는지 질문드립니다.
✔ 중국 RT마트에서 배우자
◆마종수 : 앞서 리쇼어링 얘기를 했지만,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아요. 롯데나 이마트, GS도 그렇고 대부분 아시아 쪽으로만 진출했다가, 특히 중국에서는 대부분 철수를 했고, 빠르게 빠져 나오려다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일부 베트남이나 몽골 등 한류를 등에 업고 편의점이라든지 일부 사업군에서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진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국내로 빨리 복귀해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모습이죠.
특히 공산국가의 경우 워낙 (정치적인) 위험도가 크죠. 베트남이나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지고요. 문화가 달라서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나라 침대 브랜드가 러시아는 추운 지역이라 온돌이 획기적이라고 생각하고 큰 매장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몇 달 동안 한 개도 못 팔았어요. 러시아에서는 죽은 사람만 돌 위에 올라간다는 거예요. 그런 문화적인 점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사실 그들이 생각하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 하고 시장에 진출하면, 실패하는 요인이 돼요. 그래서 차근차근 공부를 하고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가별로 워낙 부침이 잦고, 국내에서 상품을 소싱해서 현지까지 이동해서 판매하려면 물류비가 워낙 많이 드니까, 차별화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사실 물류죠. 중국시장이 유통의 무덤인데, 월마트나 까르푸, 테스코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롯데나 이마트까지 거의 다 매각하고 철수한 경우가 많은데요.
가장 큰 요인이 중국의 RT마트라고 고유의 마트가 있는데, 물류망을 가지고 있어요. 중국에는 200개가 넘는 성이 있는데 성 하나가 우리나라 크기와 맞먹죠. 그러니까 200개 나라에 물류망을 깔아야 하는데, 어느 글로벌 유통업체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지에 파편화 돼 있는 물류망을 이용하게 돼요.
우리나라는 오늘 발주하면 물건이 내일 들어오거나, 심지어는 오늘 발주하면 오늘 들어와요. 그런데 중국은 오늘 발주하면 보름 뒤에 들어오거나, 안 들어올지도 모르죠. 그런 상품이 80~90%입니다. 들어올 때마다 가격도 바뀌고요.
그리고 이걸 팔고 싶어서 행사를 하려고 해도, 도매상에게 물량 공급을 담보 받지 못 하기 때문에 또 어렵죠. 그런데 중국의 RT마트는 먼저 물류망을 깔았다는 거죠. 물류망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SKU(상품수)도, 가격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리테일이라고 하면 마케팅과 자본력, 광고 이런 것만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중요한 게 물류라는 거죠. 물류 인프라가 뒷받침이 된 상태에서 SCM과 리테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성공의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철휘 : 맞습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물류를 찾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동시에 확장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네요.
✔ 도요타시와 JIT의 교훈
◆김민균 : 마교수님 말씀을 듣고 생산이나 공급망 이슈를 생각해 보면요. 생산업체들도 마찬가지로 미국이나 중국에 진출해서 괜찮은 공급업체를 찾기 어려워요. 그래서 현지화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요.
예를 들어서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미국에 진출해서 괜찮은 공급업체를 찾고 싶은데, 이미 일본의 도요타나 혼다, GM의 포드라든가, 기존에 진출했던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공급사를 쥐고 있어요. 그래서 공급처를 못 찾아서 우리나라에 있는 공급사의 부품을 가져다가 사용하게 되는데, 추가적인 물류비용을 들여야 하니까, 어려움을 겪죠. 반도체도 마찬가지고요.
◆마종수 : SCM이라고 하면 사실 용어도 어렵죠. Supply Chain Management라는 공급망 관리라는 용어도 어려운데, 가장 큰 게 어마어마한 초기 자금과 운영인력이 들어가잖아요. 가트너SCM 순위를 보면 한 때 삼성전자가 7~9위에 있다가 지금 'ESG'가 포함되면서 20위권 밖에 있어요. 그래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30위권 안에 삼성전자가 있죠.
다만 ESG를 제외하고 보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는 제가 볼 때 'SCM'만으로는 상위권에 있거든요. 도요타가 글로벌에서 1위를 했을 때 도요타시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중심으로 해서 수 천개의 부품 공급업체를 도요타시로 이주시켜서 'JIT(Just In Time)이라는 무재고 경영을 했죠. 빠른 시간 안에 재고를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요타가 글로벌 기업이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SCM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가장 저렴한 부품을 모아, 한 번에 조립할 수 있는 조립라인을 만들어, 가시성을 구축했다는 게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중 패권전쟁,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탈세계화가 되면서 이제 그런 것들이 조금 어긋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회수와 역물류
◆조철휘 : 네 그러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요.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또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가 이상기후에 따른 탄소중립, 친환경인데요. 이 부분은 공급망 관점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김민균 : SCM 측면에서 보면 제품의 친환경화, 물류의 친환경화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흔히 얘기하는 역물류라는 표현을 통해서, 고객이 원하지 않는 물품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가. 그런 부분이 ESG와도 깊게 연관이 돼 있어요.
생산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것. 이를 테면, 삼성전자에서 새롭게 나온 갤럭시23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부품을 활용하는 것처럼 기업의 사례들을 우리가 충분히 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슈는 제조할 때가 ESG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회수할 때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생산의 기본적인 취지고요.
물류 같은 경우 해운은 전기로 가는 엔진을 개발하고 있고, 항공도 에어버스나 보잉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투자냐, 혹은 비용이냐의 문제로 보면,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일 겁니다.
✔ 보냉백과 그린워싱
◆조철휘 : 제조(생산)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회수(역물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군요. 인상적인 말입니다. 그러면 마종수 교수님께 질문드리면, 국내 친환경(탄소중립)도 시급하지 않나요?
◆마종수 : 시급하죠. 물류는 이전부터 이런 문제에 많이 직면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물류의 설비나 집기의 문제입니다. 친환경으로 흔히 알고 있는 보냉백. 프레시백이라고도 부르는데, 주로 새벽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가방입니다.
그것부터 잠깐 말씀을 드리면, 물론 각 업체에서 홍보를 많이 합니다. 이것(보냉백)을 해서 나무를 심은 효과를 봤다거나, 천만개 이상의 스티로폼을 절감했다는 식이죠. 물론 일부 맞는 말도 있어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그런 방식으로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보냉백이 제대로 회수가 되고 있느냐?
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일 중요한 게 리사이클이거든요. 실제 주변을 돌아보면 보냉백을 가져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요. 밖에 놔도 안 가져 가거든요. 여러 가지 딜레마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회수하려면 회수를 위한 업체를 쓴다거나, 혹은 직접 보냉백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시간적인 제약.
또 배송원들이 2~3분에 한 집을 방문해서 배송을 하는 와중에, 회수까지 맡으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다른 배송이 지연될 수 있는 점도 있죠. 게다가 회수에 대한 비용 지불도 제대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회수를 했는데 실적에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보냉백이 100~200번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보냉백을 수거해서 그것을 펴고 압축하여 고온으로 세척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실제로 15~20회 정도 세척하면 더 못 쓰게 되어 있어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스티로폼을 대체하기 위해 보냉백을 도입했는데, 실제로 그것을 많이 사용하지 못 하고, (보냉백 재질상) 재활용도 어려운 그런 상황이죠.
솔직히 말하면 그린워싱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을 가장해서 정책적으로 한다는 부분들은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회수도 제대로 되고, 분실도 많이 줄일 수 있게끔, 사회적으로 공동 회수 관리 플랫폼을 이용한다거나 그런 식의 발전이 조금 더 유퉁물류 쪽에서 친환경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 SCM의 르네상스 열렸다
◆마종수 : 마지막으로 김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서 화두가 된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공급망의 가시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국내 물류에서도 SCM에서 산지에서부터 제조공장 판매하는 판매처, 소비자까지 모든 라인을 가시성을 정확히 보여주고 통제하는 부분이 가장 SCM에서 중요한 관건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글로벌로 가기 때문에 직구 역직구를 포함해서 그 부분이 글로벌까지 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단순하게 SCM의 기존 프로그램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블록체인이 됐든, 디지털SCM이 됐든, 최근에는 SCM의 르네상스 시대라고도 얘기가 되고 있어요. 곧 그런 시대가 열릴 거라고.
무슨 얘기냐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에 SCM 구축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수백억원이 들어가고 운영인력이 IT 인력까지 100명 가까이 들어갔어요. 그런 방식으로 도저히 성공할 수가 없고 이제는 IBM의 Azure라든지 아마존의 AWS나 그런 글로벌사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돼요.
그게 물류 프로그램이든 수요예측 프로그램이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날짜에 쓴 만큼만 과금을 하고, 또 그런 부분들을 이용해서 성과 측정이나 효율을 올릴 수 있게끔 관리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생각하고요.
스타트업 기업으로 접근해서 성공하는 기업들도 많지 않습니까?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SCM이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민균 : SCM측면에서 예전에는 구현할 수 없었던 부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근데 지금 뭐가 중요하냐면 디지털과 IT에서 워낙 급변하게 발전하다보니까 10년 전에 못했던 것들이 기업들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정보기술을 통해서 구현이 가능하게 되고 있다는 거죠.
이제는 SCM의 트렌드상 정보기술과 시스템의 구현을 통해서 ‘정말 될까?’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SCM 발전 자체는 정보기술 발전과 더불어서 같이 갈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이 하나씩 구현될 때마다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매번 말씀드리는 부분은 디지털 전환은 물론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구현을 위해서는 시도를 계속 해봐야죠. 그래서 SCM이 발전되고 기업이나 전반적인 우리나라 경제가 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철휘 :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22년 하반기 엔데믹 전환 이후, 서서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SCM의 공급망이 좀 더 생활에 와 닿을 수 있는 쪽으로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