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韓牛)는 대한민국에서 사육하는 한국의 토종 소를 의미합니다. 전통적으로 농사일을 하기 위해 사육해 왔으나, 이제는 일소가 아닌 고깃소로 중요한 유전자원(식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를 사육하는 방식은 양질의 고기(더 높은 등급)을 생산하기 위해 점차 사육기간이 증가되어 왔는데요. 비육우(고기소) 사육기간은 2000년 23개월에서, 2010년 28개월, 2020년 30개월로 점차 늘었습니다. 사육기간 증가는 농가에서 부담해야 할 생산비 증가로 귀결됩니다.
우리나라의 사료용 곡물은 거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연도별, 기관별 통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약 95%의 배합사료 원료가 수입에 의존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줄곧 상승세를 이어 가는데, 그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전쟁 여파, 이상기후, 주산지 생산량 감소, 국제 유가 급등 등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 인상으로 사룟값이 인상됐고, 이로 인해 한우 농가에서 부담해야 할 총 생산비는 큰 폭으로 증가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 수입소고기 100t 유입
요즘 가스비 인상을 비롯해 거의 우리 생활 대부분의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죠. 그런데 왜 유독 한우 가격만 하락세를 보이는 걸까요?
축산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최근 6~7개월 된 암송아지의 경매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8% 하락했습니다. 그 이유는 한우 사육 마릿수가 늘었고, 출하물량도 평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금리 인상과 소비 위축 등이 더해지면서 한우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수입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 무관세로 수입소고기 10만t을 수입하면서 한우 산지 가격은 더 큰 하락세를 맞고 있습니다. 수입소고기 10만t은 연간 한우 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이 같은 공급 증가로 인해 한우 농가의 어려움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우 농가 입장에서 보면, 사룟값이 30% 가량 오르고, 대출금의 이자(금리)까지 인상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한우 사육 마릿수는 올해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인위적인 감축 조치가 없다면, 한우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 문제는 복잡한 유통구조
한우 도매가격이 연일 하락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우 가격은 미국산 소고기에 비해 높게만 느껴집니다.
1차적 원인은 높은 한우 생산비(사룟값) 부담에서 기인합니다. 배합사료 원료를 세계 각지로부터 수입하는 까닭에, 지금과 같이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더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게 됩니다. 해상 운임의 폭등, 엘리뇨와 라니뇨와 같은 이상기후, 전쟁, 중국의 공격적인 곡물 수입, 작황부진 등 복합적 요인들이 한우 농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죠. 반면 미국의 축산 농가는 이러한 영향이 덜 받기 때문에 안정적 사육이 가능할 뿐더러, 이번에 한국의 무관세 혜택까지 부여받아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더해 한우의 복잡한 유통과정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우 유통 과정은 보통 생산자->우시장->공판장(도축장)->중간도매상->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소매가격 중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54%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도축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유통비용은 더 높아졌고, 이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실정입니다.
반면 대표적인 소고기 수출국인 호주의 경우, 사육부터 도축과 가공, 도매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진행하고 곧장 대형마트 등으로 납품하는 간단한 유통구조입니다. 덕분에 한국의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호주산 소고기를 맛볼 수 있죠.
✔ SCM 구조적 변화 필요
지금 한우 농가가 겪는 본질적 어려움은 단순한 사룟값 인상에 있지 않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생산단계부터 ESG의 환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농업분야의 약 40% 수준을 차지합니다. 지금의 사육 규모 확대와 장기사육 생산이 고착화 될 경우, 사회적 후생과 국내 소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때문에 생산단계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전체적인 공급 과정을 조금 더 거시적 관점에서 혁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축협이 이런 과정을 주도하면 좋겠지만, 각 단위조합별 법인이 다르고 조합장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일괄적인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는 2012년 도축에서 가공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축산물 패커(Packer)시스템'을 장기적으로 국내에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패커시스템 도입은 아직까지 전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재정 역량이 있는 일부 유통기업이나 지역조합에서 자체적인 미트센터를 구축하거나, 직영몰을 운영하는 등 유통단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우 유통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농협경제지주에서 축산 유통사업을 비롯해, 사료사업, 가공사업 등 한우 농가에 필요한 전후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각각 법인운영 구조의 지역축협을 결집해 근본적인 다단계 유통구조를 바꾸지 못 한다는 점입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더 효율적인 축산 유통을 위해서 통합구매를 추진 중인데, 각 조합마다 입장이 다르고, 자체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국에 4곳의 축산허브센터를 운영하면서, 점차 통합구매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각자도생의 지금 구조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지 못 하고, 그에 따른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전산은 통합되어 일괄 관리되지 못 하고,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에서 부담하는 상황이죠.
어쩌면, 풀필먼트로 지금의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요. 풀필먼트의 개념을 조금 더 광의적으로 해석해 보면, 결국 고객, 즉 한우 농가에 정기적인 사료 배송과 생산 이후 도축과 가공, 판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공하면 될 일이니까요. 물류센터 한편에 도축장이 들어설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