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째, [속보] CJ제일제당 공식몰 할인, 지급 티켓 발급받으면 ~68% 할인 확정이라는 문구의 광고를 많이 접했는데요.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CJ더마켓'으로 접속됩니다.
잠시 CJ더마켓을 간단히 소개하면, 말 그대로 CJ제일제당의 자사몰(온라인쇼핑몰)입니다. CJ제일제당의 모든 브랜드와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HMR 신제품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죠.
연말부터 시작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CJ의 자사몰 확장 전략의 내막이 궁금해졌습니다.
✔ 쿠팡 vs CJ제일제당
지난해 11월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햇반 등 주요 상품 발주를 중단했는데요.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이 발주물량을 지키지 않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고, CJ제일제당 측은 마진율에 대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쿠팡이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쿠팡은 2019년에도 LG생활건강과 비슷한 갈등을 빚은 바 있는데요. 쿠팡이 LG생활건강 측에 판매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서로 의견이 대립되면서 발주가 중단됐던 겁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판단했고 3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으로 불리던 기업이,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자체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납품단가 문제는 비단 쿠팡의 문제 만은 아닙니다.
최근 롯데마트도 납품단가 협상 문제로 CJ제일제당의 일부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는데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상품코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다른 사실을 인지했고, 낮은 가격으로 단가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대목이었던 설 연휴를 앞두고 발주를 재개했고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빠르게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통상적으로 매년 연말 유통사와 제조사는 납품단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의 이윤을 위한 납품단가 갈등은 따라오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인상 등의 악재로 인해 유통사와 제조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CJ제일제당의 공격적인 자사몰 홍보 전략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죠.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쿠팡 외 타 유통 플랫폼인 SSG닷컴 등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모양새죠. 동시에 CJ더마켓의 익일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확실히 이전에 비해 자사몰을 키우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 쿠팡과 CJ는 닮았다
온라인 판매에서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는 프로세스 중 하나가 바로 '택배'죠. 우리나라 택배시장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CJ제일제당(40.94%)입니다. CJ제일제당의 최대주주는 CJ(40.95%)이며, CJ의 최대주주는 삼성가 장남으로 잘 알려진 이재현 회장(42.07%)입니다.
이외에도 CJ그룹 내에는 CJ E&M(최대주주 CJ 40.07%)과 CJ CGV( 최대주주 CJ 48.52%) 등이 있죠. CJ E&M은 'CJ온스타일' 종합몰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tvn, ocn, Mnet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도 영위 중입니다.
CJ올리브영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의 올리브영 매장은 1289곳에 달하며, 올리브영 앱은 지난해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약 297만에 달하는, 헬스앤뷰티시장의 독보적 1위 기업입니다. CJ올리브영은 IPO(기업공개)도 추진 중이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2조1192억원, 기업가치는 4조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주문자와 가까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달하는 퀵커머스(오늘드림) 서비스도 운영 중이며, 수도권에 도심형 물류 거점(MFC)를 총 6곳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CJ그룹 차원의 주요 사업을 보면, 쿠팡의 쿠팡플레이(콘텐츠)부터 이츠플렉스(퀵커머스)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쿠팡이 직접 물류 인프라를 확장한 후, 계열 분리를 통해 전문 물류기업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습 또한, CJ대한통운과 사업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구나 쿠팡이 직수입, PB(자체브랜드) 등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면, 향후 CJ와 더 많은 영역에서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죠. 큰 차원에서 보면, CJ그룹과 쿠팡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춰지는 모습입니다.
✔ 그렇지만 다른 점
쿠팡과 CJ그룹은 많은 부분이 닮았지만, 다른 측면도 꽤 많습니다. 가장 결정적 차이는 쿠팡은 수직계열화라는 측면에서 유통부터 물류, 그 이후 여러 단계를 더 효율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했 듯, CJ는 그룹 차원에서 중복되는 사업이 꽤 눈에 띕니다. CJ더마켓, CJ올리브영, CJ온스타일로 나뉘어 있는데, 쿠팡은 CJ에 분산된 카테고리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담고 있습니다. 멤버십으로 '콘텐츠(쿠팡플렉스)'도 엮고 있죠. 쿠팡이츠 앱이 별도로 있지만, 쿠팡 앱 메인 화면 전면에 '쿠팡이츠'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연동하는 점만 보더라도, 두 기업 간의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츠플렉스(이륜차대리점)이나, 퀵플렉스(택배대리점), 쿠팡플렉스(C2C배송)과 같은 형태는 최종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형태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CJ대한통운과 차이를 보입니다.
CJ그룹의 대표 물류기업 CJ대한통운 역시, 네이버나 카페24 등에 당일배송 격인 '도착보장'을 제공하고, 카카오스타일도 이와 유사한 '직진배송'을 제공하고 있죠. 쿠팡이 자사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물류의 유휴 공간을 풀필먼트(로켓그로스)로 전화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라면, CJ그룹은 자사몰이나 자사에서 운영하는 커머스를 우선에 둔 게 아닌, 각각의 사업부문 혹은 계열이 각자 도생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커머스를 접근하는 방식부터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쿠팡은 사업 시작 초기부터, 마치 왼손은 거드는 것처럼 '물류'는 서비스라고 줄곧 표현했죠. 고객 만족과 서비스라는 본질을 충족하기 위해, 물류나 IT기술,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은 도구나 수단에 불과한 것이죠. 그 결정적 인식의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점점 넓혀 나가고 있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