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가치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죠. 책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굳이 책을 안 보더라도, 너무나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 문화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성인 40.7%, 학생 87.4%로 전년 동기 대비 11.4%, 3.3% 하락한 수치입니다. 반면 전자책 연간 독서율은 성인 19%, 학생 49.1%로 전년 동기 대비 2.5%, 11.9% 증가했죠. 특히 20~3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3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이나 기타 디지털 기기로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통해 책을 귀로 청취하는 사람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밀리의 서재’나 ‘샘 프리미엄’과 같은 구독 서비스도 많이 등장했죠.
그럼에도 책이 전하는 고유의 질감과 냄새를 느끼려는 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디지털 발전으로 완전히 무너질 줄 알았던 출판업계가 그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으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는 건,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출판의 진화
요즘은 1인 출판을 비롯해, 책을 출판하는 과정이 과거에 비해 너무나 간결하고 쉬워졌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작가가 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죠. 특히 블로그나 유튜브와 같은 SNS에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다 보면, 역으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문에 따라 책을 제작하는 주문 제작형 출판 서비스인 POD(Publish on Demand)도 발달해 재고 위험 부담 없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책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출판 방식에 따라 출판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작가에게 인세를 주는 기획출판, 저자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많은 인세를 받는 자비출판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 방식이 있습니다.
✔ 아마존의 시작은 '도서'
세계적인 유통물류기업 아마존의 첫 사업 아이템은 책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것이었죠. 1995년 인터넷으로 서적 판매를 개시한 이후, 점차 판매 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책은 흔히 SKU(Stock keeping unit)가 가장 많은 품목 중 하나입니다. 스큐라고도 부르는데, SKU(품목수)가 늘수록 재고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나 그만큼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도서는 그 품목의 특성상 매일 수천개의 SKU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책이 안 팔리면 고스란히 재고로 떠 안아야 하는 까닭에 물류의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운 품목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물류 프로세스는 대개 유사합니다. 인터넷에 보면 도서물류와 관련한 물류센터 알바후기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크게 2가지 물류과정으로 요약이 됩니다. 바로 입책과 집책인데요. 입책은 먼저 입고된 책들을 집책을 할 수 있게 특정 구역에 적재하는 행위입니다.
이후 집책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집책이란 사람들이 주문한 책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책을 찾아오는 과정이에요. 구역을 확인하고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와 책 제목을 확인해서 카트로 담아서 제출구역에 놓고 오는 거죠. 이후 포장과정을 거쳐서 소비자에게 배송됩니다.
흔히 도서는 자동화가 어려운 품목으로 알려졌는데, B사는 한때 도서를 자동화하기 위해 물류센터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설비를 깔았지만, 업무 속도며 효율, 생산성 모든 면에서 부적합해 설비를 다시 뜯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꽤 오래 전 이야기라, 지금은 다시 자동화를 도입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듯 보입니다.
교보문고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PAS(다스)라는 낱개품 자동분류 시스템 외 여러 단계별 자동화 구축 프로세스를 공개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입고된 도서를 다시 출고하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하루 평균 10만권 입고되는 도서를 출고하기까지 인력의 개입이 기존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S/RS, 미니로드, Put-wall picking, DPS 등 다양한 자동화 설비가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도서물류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잘 구축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 빠른배송의 원조
사실 도서물류는 빠른배송의 원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배송실험을 거듭해 왔습니다.
예스24의 총알배송은 200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종이책은 물론이고 음반, DVD 등 품목 수를 넓혔습니다. 초기에는 서울만 진행했지만 이후 2010년부터는 전국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죠. 특히 총알배송은 밤 10시 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배송하는 '아침배송'을 비롯해 당일배송, 하루배송 등 세분화된 형태로 진화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도 영업점에서 수령하는 ‘바로드림’과 매장방문 없이도 당일 배송해주는 ‘바로드림 오늘배송’을 론칭했습니다. 교보문고 구매 페이지를 보면, 바로드림 오늘배송 서비스는 업체별로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한 박스당 2500원의 배송비가 별도로 부과됩니다.
알라딘 역시 2021년 양탄자배송을 론칭했는데요.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 한해 퇴근전(오전11시까지 주문하면 저녁 6시전), 잠들기전(오후3시까지 주문하면 밤11시전), 출근전(저녁9시까지 주문하면 오전7시전) 이렇게 세 구간을 선택하여 배송할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전문업체인 SLX와 협업한 서비스입니다.
고난이도로 손꼽히는 도서물류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아마존 사례를 보더라도, 예스24(스타일24)나 교보문고(핫트랙스), 알라딘(알라딘굿즈)와 같은 온라인 책 판매 기업들도 이제는 본연의 영역을 넘어 더 다양한 상품 판매 커머스 영역까지 확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경계가 없는, 온라인 커머스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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